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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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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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자 시절 특종을 빵빵 터뜨린 고도일보 송가을 기자 (전작, 고도일보 송가을입니다)는 정치부로 발령 난다.
드디어 국회 입성!

멀리서 하늘색 돔으로 보이던 국회 지붕은 가까이서 보니 민트색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애초 붉은색이었다는 것!
🔖돔은 구리로 만들어졌으며 1975년 당시만 해도 붉은색이었는데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산화해 지금의 민트색이 됐다고 한다.(88p)

여당 담당 국회 말진(막내)기자로 1년 6개월간 인사청문회-법안심사-국정감사-예산심사-당대표선거-지방선거-대선을 거치며 구력이 늘고 특종도 터뜨린 송가을은 자신이 그린 기자의 모습에 한 발 더 다가선다.

하이퍼 리얼리즘답게 기자들과 정치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국회는 아마존 정글 같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고, 이합집산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들의 의무와 역할은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한 무기도 된다. 이해타산에 따라 법안의 생사가 결정되고 자신들의 지역구에 좀 더 많은 예산을 할당받기 위해 결식 아동 예산을 삭감하는 파렴치한 짓도 한다. 민트 돔 아래 튼 똬리를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그들의 투쟁은 눈물겹도록 역겹다.

그들을 밀착마크하며 하나의 뉴스거리라도 찾아내려는 기자들과 그런 기자들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의원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의 그물 속에서 송가을은 '기자 정신'을 놓치지 않으려 정신줄을 잡는다. 정의감에 쓴 기사라도 의욕이 과하면 오히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음을 체감한 송가을은 펜 끝을 세심하고 정확하게 겨냥하려고 한다.

페이지터너라 앉으면 끝까지 쭉 읽게 되고 무엇보다 너무 재밌다. 살짝이지만 로맨스 1밀리그램도 있다. 다음 청와대 편 기대만빵! 아니다 용산 편이라 해야 하나. 🙄

🔖기자님, 정치인한테는요. 자기 부고 기사를 제외하곤 모든 기사가 이득이에요.(136p)

🔖여의도는요. 욕망의 용광로에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모두가 최선을 다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고요. 그 욕망을 불순하게 보면 안 되겠죠? (233p)

🔖사람들이 외면하는 이들, 약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기자. 난 그게 좋은 기자라고 생각해.(323p)

#민트돔아래에서 #송경화 #소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민트돔아래에서
#독서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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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리차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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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도 좋고 적당한 산미에 목넘김도 산뜻합니다. 여기저기 추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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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숨
김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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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처음 요가를 배웠을 때 요가 선생님은 호흡이 중요하다고 했다. 숨을 내쉴 때와 들이켤 때의 동작이 달랐고 그걸 반대로 하지 말라고. 몸 안의 에너지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고.

김혜나의 소설집은 '요가'같은 소설이다. 호흡을 고르고 내 안의 에너지에 집중하게 한다. 동작의 만듦새는 호흡에 따라 달라지고 외부에 신경 쓰지 않고 코어에 집중하면 동작은 탄탄해진다. 알 수 없는 미래를 긴 호흡으로 바라볼 줄 아는 것과 작고 큰 문제들에 전착하기보다는 나 자신에 집중하면서 한 발 나아가는 것, 멈출 때를 아는 것, 그런 것들을 느끼며 소설들을 읽어나갔다.

비교적 차분한 어조의 7편의 단편 소설 주인공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현실이나 문제를 '객관적상관물이자 낯설게하기, 혹은 비틀기'(229p)로 우회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자신을 탓하며 우울에 빠지지 않는다. '깊은숨'을 내쉬고 앞으로 정진한다.

존재는 존재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고 누구에게도 속해있지 않기에 자체로 완전한 것이다. <아버지가 없는 나라>의 아진은 생모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진리를 깨닫는다. 인생이라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퍼즐을 완성해 나가는 여정이라는 것.

모든 단편이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단편은 <오지 않는 미래>였다. 여경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다 종국에 그녀가 '긴 한숨'을 내쉬었을 때 나도 같이 내쉬게 될 정도로 몰입 되었다.

작가님의 첫 소설집인데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소설은 역시 나에게 '코너스툴'같은 존재다.

🔖책방을 열기로 마음먹었으니 책방 이름을 지어야 했고,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코너스툴'이었어요. 우리는 비록 링에서 싸우듯이 살아가고 있지만, 잠깐씩 앉아 쉬어 갈 구석 자리가 됐으면 해서 지은 이름이에요.(265p)

#깊은숨 #김혜나 #소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깊은숨
#독서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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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2
이주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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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제공도서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괜찮다, 말해주네.(9p)

사람들 틈에 있지만 사람이 그립고, 위로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위로를 받고 싶은 때가 있다. <어느 날의 나>는 이런 마음이 무엇인지 너무 잘 보여준다.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사는 유리와 동아리 언니는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만나 서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함께 살지만 서로의 과거를 캐묻지도 않고, 유난하게 서로를 위로하지 않으며, 서로의 생활을 간섭하거나 바꾸려고 하지도 않는다. 서로 곁을 내주지만 선을 넘지 않는다. 그 선은 상대에 대한 믿음으로 견고하다.

🔖거기까지. 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본다.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거기서부터는 언니의 몫이고, 나는 여기 가까이에 서 있을 뿐이다. (39p)

🔖..언니를 믿는다. 나는 나의 날들을, 언니는 언니의 날들을 살고 있는 중이니까.(83p)

유리와 언니는 과거의 상처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조금씩 과거에 덤덤해져 간다. 과거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고 상처를 흉터 없이 치료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서로의 시간이 다르게 흐름을 받아들인다. 서로 극복을 강요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유리는 그저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가 괜찮으니 다행이고, 잘 먹고 잘 자고 언니와 재한 씨 같은 친구가 있으니 장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 소소하게 정을 나누는 것, 이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사건이나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 않는 이주란 작가의 <어느 날의 나>는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삶이 시끄럽다고, 말이 넘치는 것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내가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다정한 위로가 되는 소설이다. 타인을 염려하는 마음은, '손톱달'을 여러 번 멈춰서 바라보는 남자처럼 그렇게 애틋하게 조용하게.

🔖고마워
저도 고마워요.
나한테 뭐가?
태어나줘서요.(69p)

🔖그가 세 번째 멈춰 섰을 때 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손톱달이었다. 그의 시선 끝에 손톱달이 떠 있었다. 달을 보려고 멈춰 서는 사람이라니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도 봤네요. (75p)

🔖저는 뭔가를 극복했다, 그런 게 다 허상 같거든요. (109p)

🔖희망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거나 대단한 미래를 꿈꾸며 살지는 않지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어차피 바꿀 수 없고 오늘 나는 그 어느 날의 나보다 괜찮으니까. 가진 것을 생각하면.(1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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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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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제공도서 

수잔 발라동의 1920년대 작품 <파란 방>에 누워있는 여성은 기존 그림들에서 볼 수 있었던 유혹적이며 순종적인 여성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책을 곁에 두고 편한 옷차림으로 누워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서는 당당함이 느껴진다.  이 그림이 유독 내 눈에 머물렀던 이유는 이전 시대의 그림에서 볼 수 있었던 여성들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달라서 일 것이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아름답다. 진짜 잘 그렸다. 섬세하다. 감탄하며 그림들을 넘긴다. 그러나, 저자는 그림을 지나치는 우리를 붙든다. 

다시 보세요.  이 그림에서 당신이 놓친 것이 있어요.

지나친 그림들 속에는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시대의 그림자가 있고
왜곡이 있으며 강요와 협박, 혐오와 거짓말, 슬픔이 숨어있다.  저자는 그림 속의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성은 남성의 관음증을 충족해줄 성적 대상으로 미화되고, 흑인은 단지 백인의 아름다움을 받쳐주기위한 배경 역할로 등장하고, 장애인들의
모습은 확대, 과장됐거나 일부러 대중적이도록 순결함과 조합해 그려졌다.  또한 이러한 현실 외면이나 왜곡에 저항한 예술가들 있다.  커버링하지ㄴ 않고 사실 그대로 드러내고 때론 고발한다.  살아있고 존재한다고 알리는 외침같다.

그림 속의 소품으로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미지는 보고 싶은 대로 그리는 남성 화가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헨드릭 혼디위스가 그린 <몰렌베이크의 무도병 여자들>에서는 여성 자궁의 혐오가, 제임스 애벗의 <회색과 검정의 조화(화가의 어머니)>는 사회가 강요하는 모성애가 드러난다.  때론 저평가된 가사노동과 착취당하는 여성 노동의 모습이 신랄하게 보이기도 한다.  학대당하는 여성들을 그대로 보여주며 고발하기도 하고, 그림 속에서조차 여성들을 학대하기도 한다. 그림 속에서 여성의 역사와 사회를 읽는다. 

그림 속에 담겨 있는 권력, 그것을 비트는 다른 한편의 예술가들, 부자들이 자신의 자비심을 과시하기 위해 이용했던 예술작품들, 최근 까지도 예술을 정치적, 이념의 도구로 이용했던 국가 권력자들의 이야기, 이 책이 들려준 기울어진 그림 속의 감춰진 많은 이야기들과 해석을 들려준다.  책을 읽고 나니 오늘날을 짚어보게 된다.  사회, 여성, 환경, 장애 등 여러 분야에 드러난 여전한 문제점들을 보인다.  저자의 의도대로 이 책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질문과 과제를 던지며 단절시켜야 할 것들과 연대해야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날카로운 저자의 필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 책은 의도치 않게 시대를 증언한다. 화가는 스스로는 의식 못하겠지만, 필연적으로 자신이 살던 시대의 공기늘 작품 안에 담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예술 작품을 지금의 관점으로 평가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겠다. 그러나 당대가 떠안아야 했던 시대적 한계가 과연 오늘날에는 시원하게 끊어졌는지,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책" 읽기의 의의가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8-9p)

🔖우리 여성들에게 호의를 베풀어달라는 게 아니다. 그저 우리의 목을 짓누르고 있는 그들의 발을 치우라고 요구하는 것이다....여성 노동력은 남성들의 성공을 위한 거름도, 언제든 대체 가능한 잉여도 아니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일하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본권'부터 챙길 수도 있도록, 그 발부터 치우라.(138p)

🔖지라르에 따르면 인간들은 사회에 재난 같은 큰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의 원인을 특정 대상에게 뒤집어씌운다. 사회 전체는 이 대상을 희생시킴으로써 불안정한 사회 상태를 안정화하고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이다.(206p)

🔖중요한 질문은 동물들이 이성을 가지고 있는가, 말을 하는가가 아니다.  그들이 고통을 느낄 줄 아는가이다...비건 활동가 캐럴 애덤스의 말대로 "정의란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의 장벽에 갇힌 취약한 상품이 아니기"때문이다. (220p)

#기울어진미술관 #이유리
#한겨레출판사 #그림에세이
#하니포터4기_기울어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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