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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 쓰고 복수 좀 하고 오겠습니다 ㅣ 나비클럽 소설선
홍선주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5월
평점 :

표지만 보면 반차 쓰고 복수 수준이 아니라 회사를 다 박살내버리는 느낌이지만 막상 뚜껑 열어보면 세상 소소하고 하이퍼리얼리즘인 오피스 빌런 퇴치극이다.
특히 무능과 귀찮음을 ‘효율’이라는 보기 좋은 이름으로 포장한 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모르는 자기 과신형 남직원의 에피소드는 읽는 내내 지독한 현실 피로감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커피믹스 당근 빌런(ㅋㅋㅋㅋ), 맞춤법....(성숙이 > 성수기, 호부로 > 호불호...) 빌런 라인업 눈이 부시다...
진짜 마주치기 싫은 사람들인데 어디든 빌런 보존의 법칙이라도 있는건지 살다가 꼭 한번 씩은 만나게 되는 그런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를 지켜보고 때로는 한방을 먹여주는 최혜주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녀는 결코 감정에 휘둘려 큰소리를 내거나 판을 뒤엎지 않는다. 철저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황을 세팅하고, 조용히 인과응보의 덫을 놓는다. 더 흥미로운 점은 그 복수의 동력이 정의감이나 분노가 아니라, 단지 그 편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이 독특한 설정이 작품 전체에 기분 좋은 긴장감과 차별화된 매력을 부여한다.
황당함과 웃음이 교차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만들어내는 소동극으로, 가볍게 시작해서 끝까지 즐겁게 읽은 책이었다. 직장 생활의 풍파를 겪어본 이들이라면 격한 공감을, 그렇지 않은 이들이라면 타인의 삶을 훔쳐보는 듯한 은밀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복수 하러 가는데 반차 써야하는 것부터가 직장인 비극
++ 이 작품 속에서 '대꽃(대가리꽃밭)' 직원이 하나 나오는데, 나는 작가가 이 직원을 계속 써서 좋았음. 빌런이라 여기고 퇴치하지 않아서. SNS나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거나 주변을 피곤하게 만들면 냅다 ‘빌런’이라는 딱지를 붙여 박제하고는 한다. 하지만 그 직원은 누군가를 해치려는 ‘악의’가 없다. 단지 눈치가 없거나, 미숙하거나, 상황 파악이 서툴 뿐.
그렇기에 이 포인트가 나는 이 소설이 가진 가장 영리하고 다정한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빌런과 단지 서툰 인간을 구별해 내는 주인공의 여유를 강조하는 것과 함께 자극적인 사이다 맛에만 집착하는 흔하디 흔한 직장 잔혹사가 아닌 이 책 특유의 입체감을 살려내고 있으므로.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