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통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9
정용준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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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피어나 겨우내 꽁꽁 얼린 사랑

내 서툰 진심이 봄이 되어 너에게 닿을 때까지



이 소설이 지닌 가장 놀랍고도 아름다운 부분은 바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아낀다는 점이다. 이야기 초반부, 동아가 인하에게 느끼는 감정 위에는 그 어떤 직접적인 이름표도 붙어 있지 않다. 작가는 감정을 요란하게 전시하는 대신, 인하를 관찰하는 동아의 눈, 그를 향해 미세하게 기울어지는 공기의 흐름만으로 사랑을 완벽히 감각하게 만든다.

겨울은 겉보기에 모든 것이 멈춘 듯 고요하지만 강인하게 얼어붙은 얼음 아래로 여전히 거센 물줄기가 흐르고, 눈 덮인 대지 밑에서 생명이 저마다의 봄을 싹틔우는 계절이다. 두 사람의 사랑이 딱 그렇다. 침묵으로 가득해 보이는 고요한 표면 아래, 그 어떤 언어보다 뜨겁고 역동적인 감정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중후반부로 넘어가며 비로소 사랑에 대한 언어들이 고개를 들 때조차도 결코 과하지 않다. 언어의 지독한 절제를 통해 역설적으로 그 어떤 소설보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온몸으로 밀려든다.



소설 속 인물들이 마주하는 겨울은 단순히 계절의 배경이 아니다. '겨울통'이란 소설 내에서 등장하는, 육각형 모양의 스노우 크리스탈 모양을 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종류이다. 걸린 사람들은 투명한 물같은 액체만을 남긴채 녹아버리는.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일시 정지이자 누군가에게는 상실의 시간이며, 온전히 스스로를 대면해야 하는 거대한 침묵의 공간이다.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상대를 너무나 사랑해서 그 아픔도 나누고 싶지만, 인간은 결코 타인의 고통을 똑같이 겪어낼 수 없으니까. 그때 우리는 쉽게 무력감을 느끼게 되지만, 그럼에도 끝내 그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인물들의 선택을 볼때면 안도감과 함께 기묘한 슬픔이 밀려든다.

결국 이 소설이 말하는 '겨울통'이란 지독한 상실과 고독만을 꽁꽁 싸매어 얼려버리는 차가운 궤가 아니다. 오히려 서서히 녹아내려 마침내 투명한 슬픔과 따뜻한 봄으로 흐르게 만드는 해동과, 차가운 얼음마저도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포옹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복원의 서사다.

직접적이고 열렬한 단어 없이도 온전하게 가닿는 담백한 사랑의 무게를 느끼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겨울통은 형체를 잃고 녹아내린 마음마저 기어이 다시 건져 올려 서로를 품어 안는 커다란 품이 되어줄 것이다.



+ 슬슬 여름으로 들어가는 이 시점에 『겨울통』이라는 제목이라니.

++ 난 약간 "널 사랑해!으아악❤️🔥" 하는 느낌의 열렬한 연애 서사보다는 이 정도 온도의 이야기가 너무 좋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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