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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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숙려 캠프>에 나가면 딱 좋은 부부가 여기 나온다. 

남들 보기엔 뭐 엄마아빠 아이 둘, 나쁘지 않은 가족의 형태지만 부부의 사이는 냉랭해진지 꽤 됐고, 결국 남편 밍런은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이 '코끼리' 같다면서 가정에 쏟아야 할 의무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다. 뭔 말도 안되는 말로 (개)소리를 하던 남편 밍런과 아내 정팡은 결국 이혼 도장을 찍는다.


개인적으로 이혼 이후에도 단지 아이 때문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내인 정팡이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거나 자꾸 뒤를 캐려는 게 약간 답답하기도 했음. 새 삶 사세요 제발... 이미 끝난 관계에서 "거 봐, 너 바람피웠던 거지?"라는 확답을 얻는 게 정팡에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코끼리니 뭐니 하는 황당한 궤변으로 이혼을 당했으니, "당신에 대한 감정이 아예 죽었다"던 남편의 잔인한 고백 뒤에 숨은 진짜 '이유'를 알아야만 비로소 자신도 새로운 길로 출발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절박함 때문이었을까. 이혼 후 한 달 뒤 남편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되고, 정팡은 전남편의 뒤를 캐려던 지난 시도들로 인해 다시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가장 가깝다고 믿었던 존재가 어느 날 가장 낯선 타인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정팡은 남편이 남긴 의문의 단서들을 따라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영수증에 찍힌 뜬금없는 베이비파우더, 몸에 새겨진 문신, 남편의 밀폐된 작업실 같은 조각들을 모은 끝에 마침내 마주한 판도라의 상자. 후반부에 드러나는 비밀은 독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상상조차 못 한 진상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살인자가 된 남편과 그의 자살, 마침내 마주한 기괴한 진실"이라는 책 띠지의 문구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다.


이 소설이 정말 인상적인 것은 삶을 대하는 아내와 남편의 극명한 태도 차이에 있다. 남편 밍런은 현실을 회피하다가 결국 '죽음'이라는 가장 비겁한 도피처를 택했지만, 정팡은 자신의 내면을 처참하게 헤집는 상처를 일단 직시하고 풀어내려 끝까지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마치 제목 속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행위를 연상시킨다. 

삶이란 때론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그리고 한 개인이 품어안기엔 너무나 크고 거대한 고통이 몰아치기 마련이다. 코끼리처럼 거대한 존재는 멀리서 보면 그저 압도적인 덩어리로만 느껴진다. 마치 남편이 저지른 살인과 그가 숨겨둔 비밀이 정팡에게 커다란 충격의 덩어리였던 것처럼.

그러나 목욕을 시키기 위해서는 거대한 몸체에 바짝 다가서서, 거친 피부를 직접 만지고 주름진 틈새와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자신에게 닥친 비극의 이유를 명확히 마주하고자 추악한 진실마저 제 손으로 직접 씻어내던 정팡처럼 말이다.  


추악한 진실 앞에서도 끝내 뒷걸음질 치지 않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일종의 강인한 회복의 미스터리. 고통을 피하는 대신 기어이 헤집어 마주하려는 이 숭고한 사투의 끝에, 그 균열 위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과 함께 눈부신 회복의 증거를 볼 수 있게 된다.



+"당신에 대한 감정이 죽었어. 어쩌면 인간에 대한 감정이 죽은 건지도 몰라." 이 부분 초반에 읽으면서 이 미친새끼가 이혼을 하던가 아주 그냥 번식 의무를 행하기 위해서 결혼했다니 이거 아주 뇌를 휴지심으로 만들었나? 이러면서 읽었는데 또 마지막까지 읽으니까 틀린 말은 아님

아 근데 진짜 남편 밍런에 대한 욕이 목구멍에 꽉 낌 진짜 원색적인 비난도 완전 가능. 교환독서용으로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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