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장의 고백
조승리 지음 / 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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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 | 인간의 가슴속에는 포악한 어둠 한 점이 산다. 그 어둠은 유독 가깝고 연약한 존재를 향해 '인륜'이라는 올가미로 그들을 옥죄고 만다. 일방적으로 강요된 인륜은 숭고한 가치가 아니라 명백한 폭력이다.


한줄평 : 세상에는 확실히 '굿다이'라는 게 있다.


누군가가 죽어야만 완성되는 해피엔딩도 있을 수 있는거야. 비록 그게 가족이라 할 지라도.

거짓말 안하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흠...굿다이.... 한 장 또 넘기고 굿다이네... 또 넘기고 왜 이제야 죽었지? 이 난리로 책 읽음.



『용궁장의 고백』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다. 그런데 그 관계는 보호나 애정이 아니라, 오히려 착취와 폭력의 구조로 작동한다. 십수 년 동안 수발을 들며 학대와 폭언을 견뎌온 딸, 그럼에도 끝까지 다른 아들만을 ‘진짜’로 인정하는 노인(미친 노인네1). 심지어 한쪽 자식을 소모시키면서 다른 자식을 지켜내는 선택까지(미친 노인네2), 이 이야기 속 가족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다고 믿어온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 더 공포스럽다. 낯선 설정이 아니라 너무 익숙해서.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라 더 선명하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에 이건 살짝 과장된 진짜 현실처럼 느껴진다. 귀신도, 괴물도 등장하지 않지만, 읽는 내내 현실적인 공포와 스트레스가 바닥에 깔려 있다. 말하자면 일종의 K-특수 호러에 가깝다.


p.79 | 장례식장에서 제일 많이 들은 소리가 뭔지 알아? 잘 죽었네, 잘 갔네 하는 산 자를 위한 위로였어. 왠지 알아? 그만큼 당한 거야. 죽이고 싶을 만큼 말이야!


이 책이 스트레스 없이 읽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무거운 이야기들이 길게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서사를 오래 붙잡고 늘어지는 대신, 단편이라는 형식 안에서 빠르게 치고 나간다. 그래서 감정을 깊게 끌고 가며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강한 장면과 도파민만 남긴 채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게 된다.


짜릿한 속도감과 어쩐지 부도덕적으로 느껴지기 까지 하는 쾌감.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인물들, 도덕적이라 판단할 수 없는 결말들과 어딘가 납득해버리는 스스로의 반응까지. 결과적으로 『용궁장의 고백』은 무겁고 불편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확실히 재미있었다.


+앞에 점자 도서로 만들어질 경우를 대비해 표지 설명을 덧붙인 페이지가 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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