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네 - 2025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
아베 아키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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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7 | 그녀가 만든 요리와 대화가 느린 속도로 고통을 치유했다. 공양 의식을 하는 것처럼

다소 익숙한 구조와 정서를 지닌, 이른바 ‘힐링 소설’의 범주 안에 놓인 작품임은 분명하다. 일본 문학 특유의 말랑한 결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그리고 무난하게 읽힌다. 적어도 읽는 내내 마음을 거북하게 만들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나는 사실 이런 류를 꽤 좋아함)


이야기는 남동생의 죽음 이후 삶의 균형을 잃어버린 가오루코가 그의 유언을 따라 전 여자친구 세쓰나를 찾아가며 시작된다. 첫 만남부터 어긋나는 두 사람은, 세쓰나가 일하는 가사 돌봄 현장에서 함께 움직이게 되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엮인다. ‘남동생의 전 연인과의 협력’이라는 설정은 낯설지만, 그 어색함이 오히려 관계의 긴장을 만들고 이야기에 미묘한 밀도를 더한다.

(죽은 남동생의 전 여자친구, 생전 처음 들어보는 관계성이긴 해..)


이 작품은 거창한 사건이 주가 되어 서사를 진행시키기 보다는 동생의 이해되지 않는 죽음을 잔잔한 베이스로 두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생활의 가장 낮은 층위부터 들여다본다. 정리되지 않은 집, 제대로 챙기지 못한 끼니, 텅 빈 냉장고 같은 요소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두 사람이 방문하는 집들 역시 각자의 사연이 켜켜이 쌓인 장소들이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문제 해결이라기보다, 잠시 버틸 수 있도록 환경을 정돈하는 일에 가깝다. 그리고 그 미세한 변화가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요리로 인해 사람이 일어나는 이야기는 지금 와서 그렇게까지 특별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소설의 흥미로운 부분은,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 갖는 강력한 힘이다. 스스로를 돌볼 여유조차 잃은 상태에서, 타인의 손을 거쳐 준비된 나만을 위한 식사는 단순한 끼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어떠한 말보다 빠르게 마음에 닿고, 사람을 일으켜 세운다. 그렇게 사소한 개입들이 축적되며, 삶은 다시 이어질 수 있는 상태로 조금씩 회복된다.


이야기의 바탕에는 돌봄의 문제, 가족이라는 구조, 그리고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자연스럽게 겹쳐 있다. 작품은 특정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부딪히고 조율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관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명확한 이름으로 규정되지 않는, 어찌보면 독특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의 연대는, 익숙한 프레임 밖에서 형성되는 유대가 어떤 질감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서로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이야기를 맺는 방식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간결하게 압축한다. 거창한 말 하나 없는 아주 사소한 접촉과 관심. 『카프네』는 결국 그런 다정이 사람을 세상에 붙잡아 두고, 또 다음 날로 나아가게 만든다고 말하는 이야기다.



p.302 |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다.

정말 많이 고마웠다고. 네가 내게 해준 것이 분명 앞으로도 나를 살게 할 거라고.


+ 4장 진짜 눈물버튼. 그냥 내가 이런 이야기에 약하다고요 ;ㅅ;

++ 밤과 새벽에 읽으면 안되는 금서. 이것때문에 만두 돌렸구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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