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 - 상처 입은 동물들을 구조하며 써내려간 간절함의 기록
김정호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142 동물원이 야생동물을 소유하지 않고, 잠시 머무는 존재들의 안식처가 되면 어떨까?


솔직히 말하면, 동물원을 좋아한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쉽게 꺼내기 어려운 고백이지만, 정말로 그렇다. 동물원의 존재를 둘러싼 윤리적 문제를 알고 있고, 그들의 삶이 인간의 이기심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본 적도 많다. 그럼에도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갈 때면 어쩐지 설레는 마음이 먼저 든다. 그 감정만큼은 좀처럼 부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을 때면 마음이 배로 불편해진다.

동물원의 실태와 동물권을 이야기하는 글 앞에서 나는 늘 모순투성이의 사람이 된다. 좋아하는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작동하고, 어느 쪽에도 완전히 서지 못한 채 흔들린다.


다만, 이 책은 '동물원' 이라는 공간 자체를 단순히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여기 관우라는 흰꼬리수리가 있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관우는 방사 훈련 도중에 농약에 중독된 비둘기를 먹고 2차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바라만 보던 하늘로 죽어서야 돌아갔다'(32)는 말이 아프게 남는다. 이 장면 앞에서 우리는 방사가 옳았는지, 글렀는지를 따지기보다 먼저 질문하게 된다. 자연에서 살아가야하는 아이들을 위험하게 만든 게 인간인데, 그 동물을 보호하겠다고 또 억지로 가두는 건 옳은 일일까.

개인적으로 야생동물에게 야생성이란 옵션이 아니라 존재 의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오래 살기만 하는 것과 자기 종으로 살다 죽는 것이 같은 일이 아니므로 결국 자유롭게 놓아주는 게 맞다 생각하지만, 막상 이러한 현실의 이야기 앞에서는 길을 잃은 사람처럼 마음이 먹먹해진다.


가장 충격적인 것 중 하나는 거북이 이야기.

거북이는 생태교란종이라 함부로 풀어주면 안되는거 아십니까...그래서 거북이로 연구를 하면, 이 거북이를 '처리'하기 위해 자연으로 풀어주는 게 아니라 냉장실이나 냉동실에 거북이들을 넣고 죽기만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진심 아... 연구의 필요성과 제도의 논리는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함과 미안함을 지울 수는 없었다. ‘처리’라는 말로 덮이기에는 너무 생생한 생명이 거기 있었으니까.


이 책에서 저자는 귀엽지 않고, 늙고, 아프고, 장애가 있는 동물도 편안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반박하기조차 어려운 말이다. 그런데도 이 당연한 이야기가 반복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당연함이 좀처럼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누군가는 계속해서 이 말을 꺼내야 한다. 

김정호 수의사의 반복적이고도 뻔한 말들, 그리고 그 말을 몸으로 증명해온 기록은 어쩌면 동물들을 위한 유일한 스피커이자 구명줄일지도 모른다. 동물 스스로는 '아프다'라고 말할 수 없기에, 누군가 대신 묻고 대신 아파하며 대신 책임져야 한다. 이 책은 그 책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의 돌봄에 대한 태도의 기록이고, 그렇기에 이 책은 동물의 이야기를 건너, 결국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에까지 닿는다.



+ 이거 읽고 마음 안 불편하기가 너무 어려움 진심으로. 

++ 사육곰 도토리묵 이야기도 가슴 찢어진다. 사람이 먹고 남긴 음식 찌꺼기를 얻어다 곰한테 먹이는 사육곰 농장에서 어쩌다 보니 도토리묵을 철창 밖에 떨어뜨렸다는거다. 야생의 곰들처럼 도토리를 좋아하는 사육곰이 창살 틈으로 발을 넣어 도토리묵을 잡아보려고 했는데 묵이 자꾸 으스러져서 가져갈 수가 없었다고 한 이야기에서, 아 진짜... 마음 너무 안좋아서 머리 쥐어뜯음 ;ㅅ;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