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음의 밤
최지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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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0 | 나를 살게 하는 것은 결코 '박제된 정답'이 아니다. 길을 헤매다 지쳐 쓰러졌을 때 홀연히 나타나는 길이 있다. 그 길의 끝에는 네가 있을 것이다.


한 줄 요약 : 감성



챕터가 엄청 짧은데도 문장의 밀도는 높다. 여기에 글과 어울리는 음악을 같이 큐레이션 함으로서, 흐름을 유지한 채 텍스트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심지어 QR코드로 들어가 있으니 굳이 검색할 필요도 없음) 제목 그대로 일렁이는 밤에, 일렁이는 음을 곁에 두고 고요히 흐르는 문장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적합하다.


이 시인은 특별하지 않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문장을 구사하는 것도, 남들과는 다른 귀를 가지고 음악의 특성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특별한 감각을 지닌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지나치게 일상적이고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평범한 사람. 치열하다고 말하기엔 어딘가 느슨한 부분도 있으며, 가끔은 있으나 마나 한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흔들리기도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시인의 자아에서 문장을 길어 올릴 때, 그 글에 몰입하지 않기란 무척 어렵다. 그저 솔직하게 놓여 있고, 그 솔직함 때문에 마음이 열리고 만다.



이태원 참사가 있었던 밤에는 이상은의 「공무도하가」를 찾고, 요조의 「나의 쓸모」를 들으면서 쓸모없더라도 멈추지 않고 걸을 것을 다짐한다. 그런 마음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감정의 한가운데를 정확히 건드린다. 음악으로 사람을 잇고, 글로 마음을 잇는 일. 이 밤에, 그렇게 희미해진 경계 위에서 시인의 진솔한 고백은 어느새 조용히 나의 이야기가 된다.



p.161 | 지나간 시간은 이미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몸 어딘가에 머물다 불쑥 되살아난다. 그 밤들은 음악의 힘을 알게 했다. 음악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음音에 불과하지만, 그 음들이 모여 세상을 이룬다. 그러므로 한 존재를 살게 하는 것은 다른 존재이다.



+ 사실 시인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예전에 알라딘 오프라인에서 책을 들춰보다가 좋아서 사온 시집의 저자가 이 분이었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2022, 창비) 근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이 책과 저 책의 결이 비슷하긴 해. 죽지 않고 살아가는 삶, 지나치게 낙관하지도 그렇다고 슬픔과 절망에 빠져 폭삭 주저않지 않고 묵묵히 일을 하고 글을 쓰는 그런 사람의 뒷모습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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