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 인권의 길, 박래군의 45년
박래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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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일은 언제건 되더라고.” 이소선 어머니의 이 말을 낙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 p.144


사실 이런 책을 읽고 울지 않기란 어렵다. 뉴스를 보듯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 사건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시선에 붙잡힌 채 그 아픔을 통과하게 된다. ‘참사’라는 말도, ‘비극’이라는 단어도 부조리가 만들어낸 개인의 고통 앞에서는 지나치게 가볍다. 그 부조리가 국가와 사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개인에게 국가는 더 이상 보호자가 아니라 거대한 기만을 연출하는 존재로 남는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의 인권운동가 박래군이다.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45년 간의 시간이 담겨 있다. '질 줄 알면서도' 싸우는 마음이, 그림자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여 어떻게든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있다.


아무래도 현재 시점과 가장 밀접한 사건이 마음을 크게 요동치게 하는데 그게 4장의 용산 참사와 5장의 세월호 참사이다. 5장은 정말 내가 함부로 감상을 남기기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난다..진짜 화가 나. 정제된 말로 글을 쓰기가 어려울 정도로. 우리는 '잊지 않겠다'고 하지만 5•18 유가족이 세월호 유가족을, 세월호 유가족이 이태원 유가족과 연대하는 걸 보면 진짜 기억하는게 맞을까? 국가가 진실을 앞장서서 묻는 무책임의 구조는 왜 여전히도 견고할까.

4장도 장난 없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용산 참사를 '서울 한복판에서, 온라인으로 현장이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국가 권력에 의한 학살'(300)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구조하러 들어갔다면 충분히 구했을 생명이 진압이 목적이었기에 사라져버렸다. 특히 국가에 의해 사람이 6명이나 살해된 그 자리에 현재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용산 센트럴파크'가 들어왔다는 부분이 너무나 한국스러워서 말 잃음. '여전히 철거민은 쫓겨나고 그 자리에 고층 빌딩이 들어선다'(312)

(아 솔직히 4~5장은 그냥 눈물파티임 덮고 펴고 훌쩍거리기를 반복했음)



저자는 ‘나의 뒷배는 죽은 자들이다’라는 말로 이 책을 마친다. 마치 한강 작가의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처럼, 죽은 자들을 뒷배로 산 자들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자들을 위해 쓰인 기록이다. 그 기록은 울음과 침묵이 겹쳐진 여백 속에서조차 사람의 온기를 잃지 않으며, 기억해야 할 이유를 끝까지 남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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