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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다 ㅣ 하다 앤솔러지 2
김솔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평점 :

'묻다'라는 행위는 뭘까.
질문을 던짐으로서 세계를 보는 눈을 확장시키는 행위에 가깝지 않을까. 정말 관심이 없다면, 어찌되든 상관 없다면 묻는 행위조차 나오지 않는다. 타인의 답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니 물음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그 행위로 독자가 보지 못했던 시야 사각의 세계를 깨부수는 행위가 되어야 할터다.
그런 의미에서 「고도를 묻다」(김솔)는 첫번째에 위치해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고도가 무엇인지, 왜 지금 고도에 대해 서로 묻고 말해야하는지. 아니, 고도가 누구인지 상관없이 어떻게 질문을 끊임없이 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므로. 나는 이것이 이 앤솔러지가 전하고 싶은 주제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
내 기준 이 앤솔러지에서 가장 그 기대를 충족시킨 작품은 「개와 꿀」(박지영) 이었다. 평균이란 단어의 무정함, 정상성이라는 함정. 경계성 지적 장애를 가진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날카롭고 서늘한 시선이 비수처럼 쏟아진다. 작가는 독자에게 묻고 독자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너는 무언가 다른지. 이 이야기를 보고도 귀가 붉어지는 경험을 하지 않는지.
모든 문장에 줄을 긋고 싶다던 다른 SNS 이웃들의 말에 강하게 동감한다. 사는 내내 이런 부분을 기억하며 살고 싶은, 그런 사람이 많아질 수록 분명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만드는 문장들.
앤솔러지 특성상 모든 작품을 만족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물론 이 책도 그렇다. 하지만 한개라도 기획 의도가 명확히 전달되며 독자의 마음에 크게 와닿는 단편을 만난다면 그걸로 만족하며 덮는 타입이라 나는 이 책도 나름 만족스럽게 읽었다. 왜냐면 저 한 작품으로 인해 어떤 경계를 보는 시야각이 트인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으므로.
명칭을 붙이고 널리 알리는 것은 혼란을 혼란에 머물게 하지 않고 확실한 정체성을 부여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바꾸어 놓는다고요. / p.111
+ 개인적으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단편은 오한기 작가의 단편으로 아이 설정이 이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너무 어른스러운 단어를 구사하며 어른들의 어려운 말을 이해하는 8살. 차라리 애늙은이, 빠르게 성숙해진 아이 이런 거면 모르겠는데 또 행동은 거실을 콩콩 뛰어다니는 어린이라 언밸런스한 느낌.. 요즘 8살들 '비율'이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아나요..? 내가 너무 아이를 어리게 보는건가.. 주변에 어린이가 없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