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정 허균 - 화왕계 살인 사건
현찬양 지음 / 래빗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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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나 영화 『조선명탐정』 같은 추리물이 보통 취하는 인물 설정을 이 책도 그대로 가지고 간다. 기민한 머리의 탐정(허균)과 이를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소설 내에서 그를 보조하는 조수(재영). 이 책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배움은 짧지만 기민하고 영리한 '작은년'이를 넣어 특유의 매력적인 트리오를 만들어낸다.

(사실 작은년이 내 최애. 협상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아 너무 귀여움ㅠ)


인물들이 조선 팔도를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건들이 어떻게 커다란 하나의 진상으로 연결되는지, 수많은 곁가지들을 더듬다 거대한 줄기에 다다르는 부분에서 시원한 쾌감이 느껴진다. 이는 서사의 탄탄함에서 기인한 이야기 자체의 힘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인물 설정이 너무 매력적이다. 이는 작가의 특징 중 하나인데 인물 개개인을 굉장히 입체적으로 그려내서 읽는 이로 하여금 텍스트만으로도 강력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현찬양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이 인물들과의 헤어짐이 아쉬워 절로 다음 권을 간절하게 원하게 됨. ('궁궐기담' 때도 그랬는데 이 책도 이제 다음 이야기만을 손모아 기다리는 사람이 돼...)


어떤 상황에서도 밥이 제일 중요한 조선인 답게, 허균은 음식에 진심이다. 뒷짐지고 점잔을 떠는 양반과는 달리 밥 안주면 자기 손으로 밥을 하고, 파직을 당하면 바닥에 누워 엉엉 울다가도 입에 음식이 들어오면 울음을 뚝 그친다. 양반임에도 양반답지 않은 시각이 위계질서를 뒤집어 진상을 바라보고 애초에 지극히 양반으로 자랐기에 아예 생각하지 못하는 백성들의 시각은 다른 인물들이 적절하게 채워준다. 특히 '이이첨'이라는 인물이 굉장히 인상적이므로, 이 부분은 꼭 읽어서 충격을 받기를 바란다.


글을 읽으면서도 선명하게 펼쳐지는 그림, 생동감 있는 인물들이 제각기의 위치에서 흥미롭게 끌고가는 이야기. 미식가라는 허균의 설정에 부족함이 없는 맛깔난 추리물이었다.


+ 조선명탐정 같은 기존의 탐정 콤비물에 비해 상당히 여성 프렌들리적인 부분이 있어 읽는 내내 크게 불편한 부분을 느끼지 못했다.

++ '유밀과' 이야기에서 울 뻔 했음. 나 이런 클리셰에 약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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