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윤혜정의 예술 3부작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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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다 할 수 있게 된 능소능대한 현대미술이 유일하게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급진적이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작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 p.482


'예술 3부작'의 최종 편이자, 저자 윤혜정이 1990년대부터 쌓아온 사유의 발자취이자 예술 견문집.



예술만큼 삶을 가까이 감싸면서도, 흔하게 오해되고 기꺼이 그러길 바라는 게 또 있을까. 다분히 정치적이기도 하고, 인간을 가만히 통찰하거나 혹은 현대가 사람에게 강압하는 기준을 몸으로 부딪혀 깨내기도 한다. 마치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와 '모든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이에는 겨우 한 뼘 혹은 한 발자국의 차이가 존재한다(237)는 걸 역설하는 시에의 예술처럼. 시간을 조형물처럼 다루고 장소를 예술의 구성 부분 중 하나로 이용하는 열다섯 편의 사유가 이 얇지 않는 책에 눌러 담겨 있었다.


예술의 시간과 장소를 다루는 만큼 종이 프린팅으로는 저자의 경험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지만, 저자의 기억에 다가서면서 예술을 보는 관점을 배울 수 있었다. 어렵고 먼 것이 아니라, 그냥 삶의 일부이며 오감을 열고 즐기는 것. 현재에 오롯이 머물며 집중하는 것.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작품을 보면서도 과거를 반추하고 후에 이걸 어떻게 기록으로 남겨야할지 고민하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온전히 현재에 머물면서 그 앞에 서 본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말 역시 다분히 모순적이다. 생과 멸은 반드시 발을 함께 하므로. 그러나 어떤 예술은 인류의 존속과 생을 같이 한다. 사람은 기록과 기억을 멈추지 않는 존재이고, 그런 식으로 예술은 누군가의 살뜰한 기록 속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 가는 것"(475) 이고, 인간은 기꺼이 그러는 종(種)이니 예술은 어쩌면 순간이자 영원을 사는 유일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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