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 나를 활자에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글방
양다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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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알 수 없는 나에 대한, 나에게 하는, 나를 위한 설명. 그것을 차갑고 건조하고 진솔하게 기록하는 것이 어쩌면 나를 위한 최고의 존중이자 이해가 될지 모릅니다.


p.254


 글을 잘 쓰고 싶다. 자꾸 관련 책을 뒤적이게 되는 심리 기저에는 그러한 근원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목적 없는 글은 매번 흐지부지되고, 있다 한들 마지막까지 힘껏 미루다가 엉엉 울면서 급하게 처리하는 일을 반복하다보니 실력이 늘어도 는 것 같지 않고, 썩 마음에 들게 늘 리도 없는 것이다. 그런 일을 반복하다 보면 자꾸자꾸 연필을 손에서 놓게 된다. 


 확실히 박아두자면 작법서는 아니다. 건조한 실용서를 찾는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그냥 친구가 옆에서 재잘거리며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해 오는 느낌의 편지들이 엮여서 그저 책의 형식을 띄고 있는 것 뿐이며 이 안에 묻은 저자의 철학이나 경험에서 글을 쓰는 원동력을 내게로 옮겨받는 듯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글을 쓰는 것보다 써달라고 조르는 일을 더 좋아한다.'는 저자 소개처럼 계속해서 내게 뭐든 하나 써보라며 300페이지 내내 독려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하지만 진짜임. 신기하게도 그렇게 내내 간단하게라도 써보라는 궁둥이 두들김을 받고 있으면 일기라도 써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지금 당장 기억나는 오늘의 일이라던가, 매 꼭지마다 저자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던가 하다못해 딴소리나 푸념이라도. 쓰는 행위란 이토록 별것 아닌 사사로운 것들로부터 가볍게 출발한다.




 자기를 이해하는 일, 감정의 결을 뜯어보고 세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바라보는 일들이 전부 당장 밥도 주지 않고 세계 평화를 주지도 않는 글쓰기라는 행위에서 발현된다. 마치 꼭 먹어야하는 쌀밥 같은 건 아닌데 틈틈히 입을 즐겁게 하는 간식 같은 느낌으로. '쓰기'는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삶을 반짝거리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쓰는 내내 사건을 곱씹고, 감정을 토해내거나 다시 생각해보기도 하는 식으로 기억을 손에 쥘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가는 동안 쓰는 자는 개인 고유의 언어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건 마치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카메라를 손에 쥐는 것과 같아서 누군가에게는 무채색의 밋밋한 이벤트라도 누군가에게는 선명하고 다채롭게 비춰질 수 있다. 그렇게 삶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전자보다 훨씬 더 사랑스럽지 않은가. 그런 사람이 되기를 응원하는 사람의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 삶의 실패와 글의 실패는 다르다고 말해주는 부분이 너무너무너무 좋았슴. 살면서 마음 편하게 실수를 거듭해도 되는 건 그리 많지 않은데 글은 그게 아니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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