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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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뒤집어졌으면 했다. 헬리콥터가 뜨고 야간 투시경을 쓴 군인들이 의사당에 난입하고 집에서 쉬고 있던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몸으로 장갑차를 막아서던 그날, 그 못된 소식의 결말이 변혁이기를 기원했다.


p.26


한겨레문학상 그 30주년을 맞아 매년 찍힌 발자국들의 프롤로그이자 에필로그.



역대 수상 작가들이 본인의 당선작을 모티프로 쓴 단편들의 모음이다. 정이 들어 여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소설 속 세계를 다시 새로이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책을 펼치자마자 반가움이 앞섰다



각 작품들의 설정을 모르더라도 작가들이 작품에 어느 정도의 설명을 넣어두어 이해에 무리는 없었으나, 아무래도 작품을 알고 있는 경우여야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탱크> 같은 작품은 내가 그를 읽지 않았기에 작품 속 '탱크'가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기에 미리 읽어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들 중 <멜라닌>을 가장 인상깊게 읽었기에 첫 단편부터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피부가 파란 사람'이라는 간단한 설정을 하나 세상에 끼워넣었을 뿐인데, 많은 사회적 이슈들을 이렇게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니. 기존 본편의 프롤도, 에필도 아니었으나 그 세계관을 확장시켜 현재 한국 사회에 겹쳐놓은 점이 너무 좋아서 첫 단편만으로도 이 책이 좋아졌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그 일이 바보 같았다. 그 일을 잘한다고 해서 성취감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하지 않으면 나사가 빠진 의자처럼 폭삭 주저앉는 일.


p.158


여자가 단순히 엄마가 되었기에 당연하게 생긴다고 여겨지는 모성에 반기를 드는 작품을 좋아한다. 아이를 키워냈대도 여전히 자신은 아이에 머물러있다고 느끼는 부분, '당연함'에 그렇지 않다는 반증을 펼쳐놓는 이야기들. 그런 점에서 한은형 작가의 <빵과 우유> 는 재미있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했다.


한겨레문학상의 역사서이면서 이만큼 완성도 높은 홍보 책자가 있을 수 있을까. '문학상'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예전처럼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시대에, 그럼에도 문학상에 도전하고 그를 수상한 작가들의 이야기에는 시대가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단단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는 앤솔로지였다.



+ 강성봉 작가의 <카지노 베이비>, 한은형 작가의 <거짓말> 읽고 싶어져서 담아뒀고, 심윤경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읽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한 채 계속 밀리던거라 미리 읽어둘 걸 하는 후회만 가득했음..ㅎ...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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