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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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여러 이유로 글을 쓴다. 혼자서 보기 위함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와 정보나 감정을 나누기 위해, 혹은 직업적으로. 목적 없이 쓰는 글은 거의 없다. 한없이 배설에 가까운 글일지라도 사람을 의자에 앉아 펜을 들게 하는 최소한의 목적성이 있으니까.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 / p.326


오웰은 글을 쓰는 목적을 정치에 뒀다. 그러한 목적이 없는 자신의 글은 장식으로 가득했다는 고백이 뒤따른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쉽지 않은 냉철한 자기 판단이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감이 되기도 했다. 학생 때 레포트나 논문을 쓸 때를 생각해보자. 주제 하나에 문자수를 어떻게든 늘이겠다는 일념 하에 장식을 주렁주렁 달지 않았었나. 다른 사람들의 논문은 탄탄한데 내 것만 바람불면 구멍 뚫릴 것 같은 허접한 알맹이 없음을 너무나도 자주 목격해왔기 때문에 나는 저 말에 퍽 공감이 되었다.


목적 없는 자신의 글이 허황되었다는 자기 비판은 그의 글에 무서울 정도의 정직함을 부여한다. 사람에 따라 거의 달리 읽히지 않는 솔직함과 당당한 특징이 거기에서 기인하고 있었다. 몸으로 밀고 나가 부딪힌 현실의 경험에서 출발한 글은 대체로 유머로 포장되었지만 날카로웠다.



가끔 글을 쓰면서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모호한 표현으로 스스로를 감추곤 했다. 지식과 경험의 부족, 그리고 타인의 비판에 대한 두려움이 '이 글을 왜 쓰는지'에 대한 목적성을 흐리게 만들었다. 물론 여전히 조지 오웰만큼 솔직하게 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대도, 앞으로는 계속 떠오르고 곱씹을 것을 예감했다.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왜 쓰는가'를.



+ 아 서평에 대한 이야기도 약간 마음 후벼팜. '아무 책이나 닥치는 대로 서평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책에 대해 과찬하지 않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311). 미친 고백임 (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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