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세계의 신과 내일 비가 올 확률
경민선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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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광시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와 최대 규모의 카지노가 같이 있다. 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목표와 달리 카지노는 지역의 미래를 되려 잡아먹었다. 모든 지역 사업은 도박광을 위한 장사판이 되었고, 어른들은 번 돈을 다시 도박장에 쏟아 넣었다. 쉬운 접근성이 지역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어른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쓰레기를 팔아 근근이 끼니를 해결하던 아이들의 손에 슈퍼컴퓨터가 들어온다. 무작위로 문장을 뽑아내는 듯한 컴퓨터에서 도박과 관련된 문장을 수집한 아이들은 동광 카지노로 향한다. 이 쓰레기판을 벗어나겠다는 목표 하나만 가지고.



경민선 작가답게 이야기는 단숨에 읽을 정도로 흡인력이 좋았고 속도감은 빨랐다. 

인풋한 데이터에서 전혀 관련 없는 문장들을 뽑아내 세계의 구멍을 찾는다는 컴퓨터도 흥미롭긴 했다. '습도가 50에서 49로 떨어진 뒤 5초 내에 던져진 주사위의 눈은 1이다.' 뭐 하나하나 연관 있는 단어가 없다. 말 그대로 신이 실수로 이 세계 어딘가에 구멍을 낸 수준이다. 그래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이상하게 납득 가는 방법으로 출력되는 세상. 나도 좀 저런 컴퓨터 하나 주워다가 인생 다리미질 해보는 것도 좋겠다.


사실 나는 도박을 좋아한다. 강원랜드, 막 불빛이 현란한 그런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면서 하는 사소한 도박. 뽑기 같은 사소한 것들. 진짜 환장한다. 

하지만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한탕 해보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다. 더군다나 아무리 쓰레기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도 그런 곳을 통해 그 곳을 벗어나길 원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게 아이들이라면 더더욱. 자극적인 도파민과 순간의 선택이 너무나도 큰 것을 좌우하는 곳에 발조차 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이입하며 읽기에 아이들의 생각은 너무 어렸고 좋은 어른들은 하나 없었다는 것도 슬프다. 아이들이 보고 자란 것이 카지노로 향하는 어른들의 등이기에 자연스레 그들을 답습했겠거니 싶어 안타깝기도 했다. 차라리 그럴거면 시원스레 도박에 성공해서 인생 역전해버리는 수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말 그대로 한 판 승부인 도박과도 같이 자극적인 도파민이 오르내리는 빠른 속도감의 소설이었다.



+ 개인적으로 경민선 작가의 전작인 <지옥의 설계자> 보다는 흥미롭지 않았다. 우연히 무언가를 얻어 큰 판을 벌려 일반인은 꿈꿀 수도 없는 돈을 번다는 것이 흔히 남성들이 좋아하는 양산형 웹소설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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