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 건설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 삶, 투쟁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외 기획, 이은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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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압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계기로 더 당당하게 행동하자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건설 노동자로, 건설노조 조합원으로 떳떳한 삶을 살고 있어요. / p.130


노조에 관해 몰랐던 매우 어린 시절에는 노조는 무슨 악의 축인 줄 알았다. 언론이 내게 그렇게 가르쳐 주었으니까. 뉴스에서는 매번 시위하는 어른들이 나오고, 그로 인해 발생한 회사의 손해만을 조명했다. 그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는 대강 '돈 더 달라고'로 갑질하는 것 마냥 퉁쳐 언급했다. 정부와 언론이 만들어 낸 '건폭'의 스테레오 타입 이미지를 어릴 때부터 조기교육 받으며 무의식 중에 새기며 자랐다. 생각해보면 정말로 기형적이다. 기업의 경영권이 그리도 소중했었을까, 근로자의 가장 기본적인 노동 3권보다도. 일할 권리와 노동 조건의 개선을 말할 뿐인데도 폭력배 이미지를 씌우고 구치소로 끌고 들어갔다. 불안정한 일용직에서 오는 불안과 사회적 차별, 조명이 잘 비춰지지 않는 그늘 진 곳에서도 건설 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온 사람들을 윤석열 정부는 건폭으로 매도했고 보수 언론은 불을 지폈다.


언론의 왜곡 보도와 이웃들의 차가운 시선은 건설 노동자들을 더욱 위축시켰다. “우리는 묵묵히 현장에서 일한 것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언론은 범죄자 취급을 했습니다. 사실을 왜곡했죠. 일자리를 제공하라거나 돈을 떼먹지 말라는 건 너무도 당연한 요구잖아요. 그걸 두고 폭력배라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p.162


이 책은 노동권을 위해 투쟁하다 분신을 선택한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유서로 시작한다. 21세기에 노동자가 분신을 선택했다. 노동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를 주장한 것 뿐인데 42명이 구속되고 2000여 명이 소환 조사 되었다. 일하다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일한 만큼의 일급을 가져가고 싶다는 것이 검경이 총출동되어야 하는 죄인가. 진짜로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여 이익을 얻은건 누구인가.


나를 둘러싼 이 튼튼한 건물들이 누군가의 불안정한 토대를 바탕으로 지어졌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누워있는 건물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동자들이 생사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일을 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도 못한 채 아프게 만들어졌다. 그 건물은 정말로 '안전한가'. 책 소개 문구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남의 건물을 지으면서 내 마음은 무너졌던 이들의 내밀한 고백이자 생생한 고발'. 그런 책이다. 가장 수치스럽고 모멸받았던 순간의 기억을 토해내듯 꺼낸 용기로 써낸 기록이다. 그럼에도 건설 노동자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싸운 치열함은 읽는 사람들에게도 격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건설 노동의 가치에 대해 우리는 너무 평가절하하고 있던게 아니었나, 말로만 '중요하지' 하고 실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건 아니었나 자신을 점검해보게 된다.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는 가만히 앉아있는다고 정부가 선뜻 만들어 주지 않는다. 기업은 더더욱 움직이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저항이, 시민들의 연대가 만드는 사회는 결국 내게 돌아온다. 어떤 책은 읽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이 기록물이 바로 그런 책이다. 


+ 이 책을 읽고 어떻게 공감을 안하고 어떻게 분노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사측이세요?


2024년 기준으로 남자들 일당은 24만 5000원이에요. 여자는 그보다 적게 받죠. 6~7년 전에는 4만 원 차이 났거든요. 남자들 몇 번 오를 때 우리는 그대로여서 지금은 6만 5000원 차이가 나요. / p.57


++ ^^....미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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