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국정 노트 - DJ 친필 메모로 읽는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
박찬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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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 사태 이후 그 어느때보다 대통령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요즘이다. 대통령이란 무엇일까, 어떤 자가 올라야 하는가, 진보인가 보수인가. 윤석열은 파면되었고 한국은 위기 상황에 직면해있으며 우리는 이제 그 이후를 그려야 한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본 이 몇 개월간 대통령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김대중에게로 다시 초점을 맞춘다.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5년간 거의 매일 국정 노트를 썼다. 각종 업무와 한국의 발전을 위한 열망으로 써내려간 노트는 무려 27권이나 되고, 그 친필 메모는 22년 만에 처음 공개되었다.


가장 신기했던 점은 일본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한국은 일본 문화에 잠식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한 점이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문화가 한국보다 앞서나갔던 그 시절, 문화를 개방하면 상대적으로 한국이 취약하리라는 많은 이들의 우려와는 반대로 한국은 나름의 방향으로 흡수하고 더욱 부강하게 발전하리란 자신감은 그대로 들어맞았고 현재 K 문화는 세계가 주목하는 위치까지 올라와있다. 그런 자신감이 있었음에도 스크린 쿼터제를 철폐하지 않았던 선구안도 놀랍다. 일본 문화와는 달리 할리우드 영화가 우리 영화 시장을 지배하는 일방적인 관계로 끝날 것으로 보고 지켜낸 스크린 쿼터가 요즘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세계 진출을 이끌어냈다. 같은 문화라도 음악이나 드라마와 영화를 달리 구별하여 진보적으로 개방할 때는 개방하고, 국익을 위해 닫을 때는 닫을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진보·보수의 진영논리를 떠나 실용적으로 국가를 위해 고민했던 결과이며 그 고민이 그의 메모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 책에서 그가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위해 분투한 흔적과 국민을 향한 철학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와 있다고 착각하기 쉬운 그 위치에서도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경청하고 스스로가 아닌 국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하던 모습이 이상하게도 마음에 오래 남아 종이를 가볍게 넘기지 못하고 그의 고민을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솔직히 책 표지를 보고 읽기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는데 김대중 대통령의 소탈한 일화나 치밀하게 계산한 미래가 들어맞아간 것을 보며 놀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그 뒤로 발전은 커녕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후퇴하고 말았으니 다시 가야할 먼 길에 어째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몇 십년 전에 쓰여진 고민들과 방안들은 낡지 않고 여전히 빛을 머금고 있다. 시간을 넘어 위기 상황을 달리고 있는 현재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줄 지침서이면서, 뒤처진 한국이 다시 앞으로 한 번 더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어느 때보다도 이런 지도자가 필요한 시기이기에 정치인들의 책장에 한 권씩 놓아주고 싶었다.



+



감탄밖에 안나오는 첫 장. 진짜 쉽지 않다... 




++ 김종필이 제시한 박정희 기념관의 건립을 허락했다는 게 놀랍다. 대화도 한 번 안해본 인간이 나를 죽이려고까지 했는데 그게 되나. 김대중 대통령이 건넨 화해의 제스처를 과연 박정희와 아직도 망령처럼 살아있는 그 추종자들이 잡을지 궁금하다. 그런 의미 생각도 안할 거고, 화해하자고 해도 안 할거 같긴 함. 노트 쓴 사람은 너무 대인배인데 읽는 나는 너무 소인배처럼 옹졸하다.



+++ 이 때도 언론이란....ㅎ....



++++ 진짜 솔직히 읽기 전에 김대중 대통령하면 햇볕 정책이나 노벨 평화상 같은 업적보다 마이클 잭슨 친구가 강렬하게 떠올랐다. DJ 친구 마이클이요... 여전히 놀라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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