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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잘 좋아하기 위해서는 싫어하는 게 있으면 좋다. / p.6, 첫 문장
누구에게나 그럴 때가 온다. 다들 자리를 잡아 건실하게 살아가는데 나만 땅에서 동동 뜬 느낌, 질투보다는 막막함에 눈앞이 캄캄해져 괜스레 타인의 흠을 볼 때나, 타인이 만들어낸 그늘 속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잘 보이려 애쓰는 내 모습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한 그럴 때. 그냥 한마디로 작은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사랑하는 것, 욕망하는 것 앞에서 결코 아무렇지 않을 수 없는 스스로가 찌질하고 옹졸하고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때. 나는 담담한 척 자조를 공유하면서 이런 마음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안심한다. / p.39
세상에는 '사랑'이 넘친다. 미디어와 sns에는 사랑과 다정이 흘러넘치고, 질투와 혐오, 좌절은 사랑이라는 그늘 밑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있다. 꿈결 같은 이야기를 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치지 않는 다정한 이들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근데, 그게 과연 현실이 맞나. 내 주위에도 그런 아름다움이 가득하고 나 역시 좋아하는 것만 마냥 좋아하면서 예쁜 것만 보면서 살 수 있을까.
좀스러워 보일까 봐, 우습게 보이고 나의 결핍을 들킬까 봐 숨기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주 보고 글로 옮기면서 아무래도 자신이 대인배는 아니라 고백하는 저자는 그래도 이만큼의 노력은 했으니까 소인배도 아닌 '중인배' 정도로 타협한다. 너무 부정적인 감정에 솔직하면 거기에도 취하기 마련이다. 그런 취한 기분으로 쓰는 글은 한없이 우울하고 자기 연민이 넘친다. 하지만 깊게 가라앉은 감정으로 어둡고 슬픈 글로 마음을 찌르기보다는 어떻게든 발버둥 쳐보려고 했던 모습을 인정하고 그만큼의 가치를 또 매겨주는 일. 옹졸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임에도 '그 정도면 충분하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처음이라 기분이 묘했다. 큰 위안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싫어하는 내면에 손을 내밀 수 있을 것 같았다.
때로 아름다움이란 좋은 것의 집합이다. 누구나 가지긴 어려울 정도로 비싸고 세련된 우아한 무언가다. 배제하고 엄선해낸 결과다. 그 사실을 수긍하기까지의 고통을 기억하면서. 이제 나는 동거인과 함께 그런 아름다움을 지향점으로 둔다. 거기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래야 나아갈 수 있으니까. / p.75
작가님이 계속 쓰셨으면 좋겠다. 그의 사주가 어떻든, 주변이 어떻든 나는 작가님의 산문을 다시 한번 읽고 싶어 졌기 때문에.
'싫음'에 색을 덧칠하여 '좋아하는 것'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것. 호오에 확실한 명암을 줌으로서 나를 둘러싼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고, 더 잘 사랑하기 위한 일. 내 사랑에 솔직하게 초점을 맞춰 집중하고 돌보는 일. 나는 이 책으로 거짓말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얻어나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결코 무의미하지는 않겠지만, 살아가는 곳이 바뀌지 않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그칠 것이었다. / p.238
+ 솔직하게 올해 출판된 한겨레출판 에세이 내 마음 속 공동 1등이다. 다른 1등은 문보영 작가의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읽는 내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점에서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와는 또 다른 결로 좋아했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