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초록빛 -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환경작가 박경화의 에코한 하루
박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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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유리병 하나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꽤 있었고 다들 병뚜껑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 p.15


지금 내 옆에는 텀블러만 세 개이다. 종이나 플라스틱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쓴다지만, 텀블러를 이렇게 여러개 쓰는 건 저런 것보다 덜 나쁠까? 최소 200번인가를 써야만 친환경 효과가 나온다는데 저 세개를 그럼 600번을 써야할텐데... 그 전에 예쁜 걸 보면 또 사고, 어디선가 또 받고 그러겠지. 비닐 쓰레기를 줄여보고자 하는 마음에 장바구니도 사본다. 하지만 매번 잊고 마트에서 비닐을 받아온다... 

그런 행위가 반복되다 보면 마음속에 '이렇게 또 사도 되나'하는 죄책감 한 스푼에, 그래도 환경에 보탬이 되려니 하는 작은 자기 위로가 먼지처럼 남아 굴러다닌다. 이 책 제목은 '이번 생은 초록빛'인데 지금 내 생은 초록빛이 맞나? 초록빛인 척하는 녹조색 뭐 그런 거 아닐까...


멀리서 보면 해수욕장에는 깨끗하고 고운 모래가 가득하지만 가까이 가보면 크고 작은 쓰레기들이 섞여 있다./ p.222


환경작가의 책이라 해서 뭐 얼마나 다르길래 환경작가일까 했는데, 진짜 차원이 다르다. 나는 칼 손잡이가 망가지면 이걸 수리해서 써야겠다는 생각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수리라는 선택지 자체가 그냥 머릿속에 없다) 집에 굴러다니는 유리병의 뚜껑이 없으면 그냥 버린다. 여러분은 유리병 뚜껑을 따로 파는 곳이 있는 걸 아십니까...... 발품을 팔아 원하는 유리병의 뚜껑을 찾아 다시 쓰고 아끼는 마음. 생각해 보면 나는 '아까워하는' 마음이 별로 없는 것 같다.환경을 위한 일들은 거창하거나 특별한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아까워서 물건의 용도를 다시 생각해 보는 일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박경화 작가의 에피소드들을 보며 느꼈다.



수능한파가 없어져 버리고 바다에는 원래 잡히던 물고기가 없어졌다는 이야기 등 우리 식탁에까지 기후변화의 위기가 닥쳐오는 지금, 환경작가의 생활 에세이는 가볍게 일상에서부터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지침서라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봄으로서 나의 편리한 생활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조금 더 '이번 생은 초록빛'으로 물들여보기 위해, 나의 생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생들을 위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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