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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 기자·PD·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
김창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평점 :

글쓰기는 고도의 지적 성취를 요구한다. 그것은 글쓰기가 지니는 종합적이면서도 총체적인 특성 때문이다. 글쓰기는 사고력과 읽기 능력을 전제로 한다. (p.25)
코로나가 한창 심했던 시절 아예 재택근무로 바뀌고 사람들과의 모든 소통을 메신저로 했었을 때가 있었다. 각종 업무 지시를 글로 받고 내렸어야 했고, 그때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것이 글쓰기의 중요성이었다.
유창한 언변을 가졌다고 글을 다 잘 쓰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다시금 되물을 때가 많았고, 업무가 애매하게 전달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크로스체크 할 때도 다반사였다.
(문장력 말고도 맞춤법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건 예삿일이었는데 그때마다 이미지가 와장창 깨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좌물쇠'...)
그런 글을 자주 보다 보면 나도 엉망으로 이해 안 되는 글을 보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메신저도 보내기 전에 한 번 더 살펴보고 정말 중요할 때는 맞춤법 검사기도 돌려봤다. 혼자 보는 일기나 이런 기록 같으면 그냥 쓰면서 '크으 내 문장에 취한다' 하면서 뚱땅뚱땅 쓰는데 그런 얼렁뚱땅 의식의 흐름을 상사한테 펼쳐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므로 글을 쓰는 능력은 죽기 전까지 삶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문장력을 위해서는 세 가지 정도를 갖추면 된다. 우선 비문(非文)을 쓰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쓰는 것이다. 마지막은 문장을 짧고 간소하게 쓰는 것이다. 세 가지는 서로 연관돼있다. 군더더기가 없어야 짧아지고 비문이 줄어든다. (p.63)
글은 막힘없이 잘 읽힌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가장 매끄럽게 잘 읽혔던 책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유시민, 생각의길) 이었는데, 그만큼 잘 읽힌다. 그 책에서도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단문으로 일단 내지르'(84)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도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쓰기를 권한다. 두 권 모두 그런 문장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토록 읽기 쉬운 것이 아닐까. 심지어 예시조차 쉽고 재밌다.
특히 부록으로 역대 한터 온라인 백일장 논술·작문 당선작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게 진짜 재밌다.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같이 현 정치 사회 문제뿐만 아니라,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할 때 카카오톡 문자로 해도 된다는 주장에 대해 찬반 의견을 밝히고 그 이유를 논하라> 같이 눈을 떼기가 힘든 주제도 나오고 작문 분야에서는 <'갓생' '삼귀다' '오히려 좋아' '식집사' 단어들을 포함하는 작문을 작성하라는데 이야 한터 백일장 진짜 재밌는 곳이었네... 구경 갔다가 우수작까지 읽고 옴.

-미쳤음. 짱쎔

표지에는 '기자·PD·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글쓰기'라고 쓰여있지만,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메신저를 달고 사는 많은 현대인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영상 매체가 가득한 시대에 글 자체는 고루하고 비효율적이고 심지어 쓸모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매일 문장을 쓰고 주고받으며 살고 있고, 좋은 글은 빠르고 정확하게 의도를 전달할 수 있는 경제적 도구이기도 하다. 글쓰기 노동을 하는 관련업 종사자가 아니라도 본인의 문장에 대해 고민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 책에서 충분히 유용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사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으면 기록을 남길 때 더 조심스럽다. 평소엔 '아잇 몰라 그냥 갈겨' 하면서 쓰고 다시 잘 보지도 않을 문장을 두 번 세 번 읽게 되어버령...
읽으면서 생각을 벼리는 버릇을 들이려면 슬로 리딩 slow reading을 해야 한다. 속독법이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내 생각에 대부분의 속독법은 속임수에 가깝다. 속독이 가능한 경우는 해당 내용과 주제를 너무 잘 알 경우로 국한된다. 독서는 결국 저자와 독자의 대화다. 독서를 하면서 저자의 얘기에 일방적으로 빠지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저자의 주장이나 생각을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펴지 못한다. 저자에게 계속 물어야 좋은 독서다. 물어볼 시간을 확보하려면 천천히 읽어야 한다. (p.44)
짧고 간소한 문장을 쓰려면 명사와 동사 위주로 써야 한다. 명사와 동사는 실체가 있는 품사다. 명사와 동사 위주로 쓴 문장에는 힘이 있다. (p.65)
문장력이 좋아서 글이 매끄럽게 전개된다면 작문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다. 문학 작품을 많이 읽어서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그 능력을 적절히 활용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런 능력들이 없어도 충분히 잘 쓸 수 있다. 꾸준히 갈고닦으면 꽤 괜찮은 수준의 작문을 쓰게 된다. (p.227)
작문을 쓸 때 개인의 경험 속에 나타난 인간의 보편적 특징을 잘 잡아내면 통찰력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이때 무조건 솔직하게 자기 경험을 토해놓는다고 해서 좋은 글이 되는 건 아니다. 대신 글을 읽는 사람들과 공유할 요소를 최대한 늘려야 고백적인 글이나 경험을 쓰는 작문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공유할 요소를 늘리려면 개별적 존재 속에 녹아 있는 보편성을 찾아서 또 다른 개별자인 타인에게 전달해야 한다. (p.247)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