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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업 캐피털리즘 - 시장급진주의자가 꿈꾸는 민주주의 없는 세계 ㅣ Philos 시리즈 30
퀸 슬로보디언 지음, 김승우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평점 :

민주주의가 사라진 이곳에서 경제적 능력에 따른 분리와 불평등은 일상이 되었고 인권은 자리를 잃어 갔다. (P.449, 역자 해제)
정부의 개입이 없는 신자유주의는 어디로 튀어오를까. 자본에게 완전한 자유를 부여하는 급진적인 세계. 국가를 벗어난 새로운 '구역(Zone)'. 어렵지 않다. 이미 있다. 도시국가, 도피처, 면세 구역, 경제특구 같은 곳. 민주주의나 국가의 개입 없이 오로지 돈만 있는 공간. 예를 들면 홍콩, 싱가포르, 런던 도클랜드. 이런 곳들은 오로지 자본만을 위해 민주주의에 균열을 내며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구멍을 늘리고자 하는 움직임을 바로 '크랙업 캐피털리즘 CRACK-UP CAPITALISM' 이라 명명하고 있다.
이러한 규율이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민주주의의 부재였다. 어떤 노조나 대중 선거도, 노동자나 시민을 위해 존재할 수 없었다. 홍콩의 금융 기밀주의는 식민지 총독보다 중요했다. (p.41)
서문에서 저자는 하리 쿤즈루라는 작가의 『빨간 알약』이라는 소설을 통해 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있는 급진적 형태의 자본주의를 설명하고 있다. 모든 공공 정치를 완전히 배제하고 거래만이 그 자리를 대신 하는 체제, '권리Right' 가 없고 단지 '권력Power'의 행사만이 존재하는 공간. 이런 곳에서 개인은 대체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책에서는 홍콩, 싱가포르부터 리히텐슈타인, 실리콘밸리, 소말리아 심지어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에까지 존재하는 급진적 자본주의를 보여주고 있으며 나는 두바이의 사례가 가장 가시적으로 표현되었다고 본다. 부유한 나라의 외국인 거주자들은 우리가 아는 그런 두바이의 삶을 즐기는 반면, 육체노동자들은 철조망으로 둘러싼 야영지에 수용되어 열악한 환경에서 권리 없이 노동하고 있는 현실. 다른 이들의 권리 위에 세워진 찬란한 자본의 성.
두바이는 모국보다 더 많은 임금을 보장하지만 영주권 없이 언제든지 고용 후 해고, 추방이 가능한 정책으로 남아시아 지역의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법적 보호 정책이 매우 빈약했기 때문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위협할 수 있었다. (p.254)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항상 독재나 전체주의 같은 어떠한 사상이라고 생각했다. 자본주의는 떠올려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하나씩 민영화되어 가고 노조는 탄압되고 기업 친화적으로 변하는 정책들을 보면 저런 세상이 멀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트럼프 이후 빠르게 극우화되어가는 미국을 보고 있자면... 이 책은 크랙업 캐피털리즘을 꿈꾸는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실패 사례로 마무리 되나, 현 자본주의에 대한 고찰이 없다면 그들의 전략은 언젠가는 성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급진주의자가 꿈꾸는 민주주의 없는 세계', 그 곳에서 인간의 위치는 어디쯤에 있을까. 개인적으로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지만, 권력자들에게 반드시 던져주고 싶은 책이었다.
+ 솔직히 말하자면, 구조가 괜찮은 비문학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 챕터의 첫 머리나 말미에 챕터에서 하고 싶은 말을 요약 정리 해주는 쪽을 선호하는데 (ex. 총균쇠) 그냥 계속 정보가 흐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들었음.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것 같아 계속 집중이 흩어져서 흥미로운 주제에 비해 쉬이 읽히지는 않아서 다른 필로스 시리즈에 비해 만족도가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
++ 역자 해제가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되었다.
+++ 강의력 떨어지는 교수님의 수업과 그걸 커버하는 능력치 좋은 조교의 합작 같은 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