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서평이란 무엇일까.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는 것은 좋아하지만 내가 좋은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는다. 글을 쓰다가 나의 문장에 확신이 사라질때, 선명했던 감상이 흐려질때면 다른 사람이 쓴 비평을 찾아 읽는다. 보통은 공감하거나 감탄을 하면서 읽어내려가지만 어떤 글은 막힌 둑이 터지듯 생각을 확장시켜주는 것들이 있다. 이런 글들이 바로 그런 글이 아닐까. 34년 7개월. 내 나이보다 긴 세월을 한 곳에서 근무한 사람의 글. 한국 문학에 몸을 푹 담그고 숱한 사건들을 피부로 겪었으면서 그 격동의 문학사에서 한 발 물러나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궤적은 흔히 접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었다. 「난쏘공」의 조세희, 박완서, 황석영 등 익숙하지만 쉽게 언급하기 힘든 국내 (거물급)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한국 문학계까지 나무와 숲을 번갈아가며 조명하는 글은 참으로 솔직하기까지 하다. 기자의 글이어서 그럴까. 국내 표절 사건으로 본 '문학권력'부터 출판사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단편이 넘쳐나는 한국 문학계의 구조적 문제 등은 저자가 한 자리에서 오래 버티고 섰었기에 쓸 수 있는 글일 것이다. (물론 기자를 넘어 이런 글을 써서 이름을 걸고 공개하는 용기도 놀랍고 이 책을 출판한 한겨레출판도 대단함...) 「이야기는 오래 산다」. 이 말은 소설같은 문학에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저자의 서평 역시 그 문학들 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 오래 살 것이고 고목같은 삶에서 나온 밀도 있는 글에 진득히 붙어있는 인문학적 통찰은 어느 시대에 읽더라도 분명한 가치를 전달할 것이다.나의 지극히 사적이고 가벼운 기록들도 어쩌면 나보다 오래 살 것이다. 보통 책을 말하는 책을 읽으면 그 책을 읽어야겠다는 감상에서 끝난 적이 많았는데, 이 글은 그걸 넘어 어떠한 기록을 남기고 싶어진다. 저자의 꾸준함과 성실함을 모방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 아 이거 읽고 황석영 작가의 「손님」 읽고 싶어서 검색해봤다가 표지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로 돌아옴... 믿기지가 않아서 장르를 다시 봄. 호러 소설이었나..++ 사실 「난쏘공」의 문학적 가치는 알지만 마음 잡고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워낙 교과서에서도 자주 접했고 수능 대비용으로 뜯어 분석한 것을 먼저 봐서 그런가 이미 읽은 책같다+++ 「밤이 선생이다」를 읽고 한 눈에 반해 황현산 평론가의 책을 모았는데 작고하신 분의 글이라 다 읽어버리는 게 아까워서 책장에 고이 잠들어만 있다. 읽어야하는데 아깝다구요🥲*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