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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가진 아이들 ㅣ 마음그림책 15
김미정 지음, 이정은 그림 / 옐로스톤 / 2023년 3월
평점 :
https://blog.naver.com/sena2001/223088350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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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은 교직 생활 중, 올해가 가장 힘들다.
매년 쉽지 않았지만 힘들다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드는 해인 걸 보면, 매일 내가 감당해가고 있는 이야기들을 모아보면 버티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여 경찰,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를 대동하고 가정방문을 다니고,
책상 밑에 숨어 공부가 싫다고 소리지르며 이상한 그림들을 그리는 아동을 보면서 심리검사를 받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소리지르기, 울기, 물건던지기, 친구 때리기, 과격한 행동 등 감정조절의 심각한 문제가 보이지만 '집에서는 그러지 않아요.'라는 말로 교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어머니와 지속적인 상담을 진행하는 등 이게 정말 3~4월에 다 일어난 일이냐고 반문하고 싶을 정도로 한번에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난 대한민국 교사라는 자긍심으로
그럼에도 난 아이들이 좋다는 사명감으로
그럼에도 난 나를 사랑한다고 안아주는 아이들의 따뜻함으로 오늘도 학교에 간다.
<숲을 가진 아이들> 그림책은 초그신서평단으로 진작 받은 책이지만 이런 상황을 핑계삼아 읽을 수 없었고, 글을 쓸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펼쳐들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깊이 있는 책읽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지금의 나의 상황과 마음에 감사하면서... 끄집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긍정성을 가지고...
글만 따로 읽으니 마치 시 같다.
시그림책으로 작업을 한 것 같은 한 장면에 짧은 2줄의 글.
글만 따로 적으니 마치 시 같다.
시그림책을 보는 듯 시와 찰떡 궁합인 따뜻한 그림.
마지막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김미정 작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교사의 눈에는 아직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을 대함에 소홀한 적은 없었는지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고 언젠가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찾아 활짝 피어날 그 아이들은 자기 안에 숲은 가진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대함에 소홀한 적은 없었는지, 나의 눈에서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았을 때 그 학생의 감정이 솟구쳐오른 것은 아닌지, 나는 그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나에게 되물었다.
물론 교사는 감정쓰레기통이 될 수 없다. 화가 난다고 교사에게 발길질을 하는 학생의 무례한 행동을 봤을 때, 안내장 회신도 학습준비물도 제때 챙겨주지 않으면서 아이의 심리 상태를 걱정하는 교사의 말에 "선생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라고 예의 없이 묻는 학부모를 만났을 때, 신고가 접수되어 경찰을 대동하고 가정방문을 갔지만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며 뻔뻔하게 학교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아동학대 부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도 학교가기 싫다.
나는 교육을 하고 싶다. 상담과 치료는 다른 전문기관에서 해야할 일이다. 교사로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나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숲을 가진 아이들>을 다시 읽는다. 또 읽는다.
"분명 잘 자랄거예요."
"분명 잘 클거예요."
그러면서 나에게도 전한다.
"누군가의 소나기를 피하게 도와주고 누군가를 기대게 도와주고 있는 지금, 잘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