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슴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ㅣ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4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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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그의 이름이 생각날까.
그의 손을 잡고 걸었던 서울의 저녁 골목들이 아슴아슴 그녀의눈앞을 스쳐갔다. 그의 손아귀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이따금 그가 그녀의 방에 와 묵을 때, 그녀가 그의 옥탑방에 가 잠들었을 때, 그녀는 종종 나쁜 꿈을 꾸고 소리를 치며 잠에서 깨어나곤 했었다. 그때마다 그는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하고그녀의 등을 뒤에서 끌어안아주었었다.
괜찮지, 이제 괜찮지?
혼곤한 잠에 취한 음성으로 그는 그녀를 달래곤 하였다.
그녀는 지금 그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서울을 떠나거쳐온 수많은 기차역들과 크고 작은 대합실들, 스쳐지나간 사람들, 춥고 먼 산길과 바람, 하늘과 땅과 몸부림치는 진눈깨비들이그녀의 몸속에서 거친 회오리를 그렸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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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한 스님이 쓴 책을 읽다가 불교의 팔정도설명하면서 ‘바를 정을 흔히 해석하듯이 ‘올바르게‘나 ‘똑바르게‘가아니라 능숙하게‘로 해석하는 걸 보고 동감했다. 예를 들어, 정견을
‘올바르게 보기‘라고 옮기면 그러지 못한 사람은 ‘그릇되게 보는 게 된다.
반면에 이를 ‘능숙하게 보기‘로 옮긴다면, 그러지 못한 이는 ‘서투르게본다‘는 의미다.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그릇되게 보는 사람보다는서투르게 보는 사람이 낫겠다.  - P-1

대개의 경우 내게 독서는 12시간 동안의 비행과 같은 지루한시간을 이겨내는 좋은 취미 생활이지만, 때로는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해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자유는 남들이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이해에서 비롯한다. 더 많은 사람의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볼 수있을 때, 나는 더욱더 자유로워진다. 그런 점에서 나는 모든 사람이되고 싶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서 세상에는 이토록 많은 책이있는 게 아닐까? 원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다. 이 자유를만끽하고 싶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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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생에서 실패할까 봐 두려워하며 살아온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상 속 약간의 실험이 실패한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는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실패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체험이며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멀리했던 화려한 옷을 입어봐도 좋고, 평소에는 지나가지 않을 길을 지나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차피 재미없을 텐데‘라고 생각하던 젊은 작가의 책을 읽어보거나 ‘난 못해‘라고 생각하던 것에도 도전해보세요.
"어차피 별 내용 없어", "저런 게 재미있을 리가 없잖 - P-1

아"와 같이 행동하지도 않고 부정적인 표현만 한다면 늙어서 자기 고집만 세질 뿐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해본다‘, ‘하나도 못 해도 된다‘, ‘어느 정도 실패해도 괜찮다‘, ‘바로 그만둬도 되고질질 끌어도 된다‘,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그런 자세가 즐겁고 느슨한 삶으로 이어집니다. 우선 무엇이든 거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좋아하는 와인, 좋아하는 브랜드, 좋아하는 차 등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좋다고 말하는 취향은 있어도 되지만, 그것만 좋고 다른 것은 싫다고 단정 짓는 대신 다른것에도 관심을 가져봅시다.
예를 들어 요즘 자주 다니는 그럭저럭 맛있는 레스토랑이라도 ‘맛은 있는데 늘 비슷해서 슬슬 질리는 것 같아‘라고 느꼈다면 새롭게 자극받을 만한 가게를 다시 찾아보세요. 나이가 들면 자유 시간도 늘어나니 항상 정해진 패턴대로 살지 말고, 약간의 모험을 시작해보세요.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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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의 것을 잘 봐 두어야 책도 잘 읽을 수 있다. 책을 충분히 읽어 두면, 책이 없는 모든 곳에서 책을 읽을 줄 아는 눈이생긴다. 실은 세상 모든 것이 책이니까. 책방에서 책을 팔다가겨우 깨달은 사실이다. - P-1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고
순간순간 자각하라.

한눈 팔지 말고, 딴 생각하지 말고,
남의 말에 속지 말고,
스스로 살펴라.

이와 같이 하는
내 말에도 얽매이지 말고
그대의 길을 가라.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이런 순간들이 쌓여
한 생애를 이룬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
너무 긴장하면 탄력을 잃게 되고
한결같이 꾸준히 나아가기도 어렵다.
사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묵은 수렁에서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라.

법정 스님, 지금 이 순간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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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균열내기 - 뒤라스, 카뮈, 에르노를 지나 다만 내가 되기 위해
신유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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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행의 꿈은 누구에게도 해석되지 않고, 나 자신조차도함부로 규정하지 않는 나를 만나는 일이 아닐까.
그르니에가 꿈꾼 여행은 화려한 풍경을 탐닉하는 것이아니라, 자기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회적 외피를 벗어던지는여정이었다. 그는 낯선 곳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겸허하게, 또 남루하게, 무엇보다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하며사는 삶을 예찬했다. 나는 그르니에의 문장에서 ‘비밀‘이라는단어를 만날 때마다, 가슴 밑바닥부터 천천히 차오르는기쁨을 느낀다. 내게도 낯선 곳에서 발견한 풀 한 포기와나누는 은밀한 공모가, 아직 말로 오염되지 않은 감정이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르니에는 모든 것을 발설하는 행위를 ‘영혼의낭비‘라고 보았다. 그가 지금의 이 수다스러운 세상을 산다면어땠을까. "우리를 갉아먹는 내적인 고통을 침묵시키려면그저 침묵하면 된다"라고 말했던 그르니에라면, 자신의비밀을 품은 채 더 먼 곳으로 떠났으리라.
아침에 눈을 떠 이 삶이 지루하고 버겁다고 느낄 때,
나는 그르니에의 비밀과 침묵을 생각한다. 내 삶을 천천히둘러보며, 다 말해지지 않은 존재의 여백을 찾는다. 빛이너무 강하면 사물의 윤곽이 뭉개지듯, 모든 것을 발설하고전시하고 나면 삶의 본질이 사라진다. 어쩌면 내게 필요한것은 지중해의 선명한 빛보다 브르타뉴의 안개 혹은 나자신에게조차도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내면의 캄캄한방일지도 모른다. 투명하게 비워둔 마음에 안개가 차오를 때, 나는 그곳에 간직해야 할 것들을 가만히 넣어두고 싶다. 그 방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오롯이 나만의 기쁨과 슬픔이 될 수 있도록. - P-1

나의 하루를 복기해본다. 그 안을 채우는 것은 장소들.
그곳에 놓인 작고 사소한 것들이다. 커다란 무언가를기다리거나 대단히 의미 있는 것들을 찾으려 애쓰며 눈앞의것들을 제대로 응시하지 않는 것은, 내가 머무는 지금 이곳이아니라 허공을 쓰다듬는 것과 같다. 보통 이하의 것들로이루어진 나의 하루, 그것이 모여서 만들어진 나의 인생을돌보는 법은 어쩌면 내가 매일 돌아가는 집, 내 방, 그곳에놓인 침대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 P-1

물론 글쓰기가 완성된 무늬를 소유하는 일이라고생각하진 않는다. 내게 의미 있는 것은 그 무늬를 새기기 위해
‘나‘라는 존재를 치열하게 들여다보고, 추적하고, 해체하는시간 그 자체다. 최근에 한 글쓰기 강좌에서 ‘AI를 이용하는글쓰기가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내 대답은 AI에 큰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글쓰기를 오직 결과물로만생각한다면, 빠르고 효율적인 AI는 분명 쓰는 사람에게 위협이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쓰기는 오직 ‘과정‘에있다. 내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글을 쓴다면, 다시 말해 쓰는 - P-1

사람이 자신의 글과 나눌 수 있는 시간, 경험이 삭제된다면대체 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니 중요한 것은진실을 꺼내는 방식일 것이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진실을꺼내는 방식 또한 진실이기 때문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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