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 몸으로 익히고 삶으로 깨닫는 앎의 철학
요로 다케시 지음, 최화연 옮김 / 김영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다는 것은 나 자신이 달라지는 것
사람이 달라졌다는 건 과거의 자신은 죽고 새로운 자신이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
이를 반복하는 것이 배움.

80년을 공부해 온 사람이 하는 말.
인간이 파악할 수 있는 것 너머에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말에 나는 늘 이끌리는 것 같다.

젊었을 때는 뭐든 공부하면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령 그때는 모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라고생각했다. 그렇게 믿었다기보다 정말 단순히 그럴 거라고 느꼈다.
그런데 언제쯤 그 생각이 무너졌을까. 어렸을 때부터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어떤 책이든 읽으면 이해할수 있다는 전제가 내 안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젊은 시절, 나는 책을 읽듯이 세상을 ‘읽으려 했다. 물론 세상이책이라면 읽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글자를 읽는게 반드시 그 내용을 이해한다는 뜻은 아니다.
세상을 읽기란 어려웠다. 세상사와 사람 마음이라는 - P-1

게 얼마나 복잡하고 버거운지 아무리 애써도 읽어낼 수없었다. 애초에 사람 마음은 읽어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대학생이 되어서야 겨우 알았다. 그래서 전공분야로 해부학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죽은 자의 마음은읽을 수도, 읽을 필요도 없다. 읽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내마음뿐이다.
내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 밖으로 나와야 한다. 가가린 Yuri Gagarin (구소련의 우주 비행사-옮긴이)이
"지구는 푸르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 밖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나 밖에서 나를 보지 못했다.
나 밖에서 나를 본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자신을 본다는뜻이다. 다행히도 이 일에 성공하지 못했기에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일은 없었다.
여든을 넘어 인생을 돌아보니 나는 알고자 했으나 결국 알지 못했다. 그래서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논하는 책을 세상에 낼 만큼 아직도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 P-1

인생에는 딱히 의미가 없어도 된다. 이 점을 상세히다루려면 이야기가 길어지니 여기서 논하지는 않겠지만 "인생의 의미를 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섬뜩해진다. 그런 경향의 씨앗들이 이따금 보이는 요즘세상에 이케다의 발언은 일종의 경고다.
인생의 의미 따위는 모르는 편이 낫다. 모르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은 그냥성이 풀리지 않은 채 정신을 다른 데로 돌리면 된다. 나는 정신을 산만하게 하려고 곤충채집을 비롯해 다양한일에 몰두한다. 오늘도 볕을 쬐고 있는데 곤충 한 마리가 날아왔다. 추운 날 생각지 못하게 곤충을 만나 몹시기뻤다. 나는 오늘도 건강하고, 이곳에 곤충이 있다. 그게 살아 있다는 것이니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세상을 알고자 하는 노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알면안 된다. 조금만 더 가면 알 것 같은, 그 경계를 찾는 게참 어렵다. 이 책이 세상을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 P-1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 안다는 것과꽤 다릅니다. 안다는 것은 만난 적이 있거나 텔레비전에서 본 적 있는, 구체적인 무엇인가를 가리킵니다. 이해한다는 것과는 다르죠. 그 사람에 대해 안다는 것, 즉 이해한다는 것은 그가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상당 부분 예측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몸에서 그런예측을 하는 기관이 바로 ‘뇌‘입니다. 그리고 이런 예측을 요즘은 시뮬레이션이라고 하지요. - P-1

80대 후반이 될 때까지 나는 줄곧 자연이라 불리는세계를 이해하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어릴 때와마찬가지로, 나는 알지 못합니다. 땃쥐나 바구미도 쉽게 알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진정 알게 되려면 공명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이런 내 마음을 알았던 것‘입니다. 선생님과 나, 두사람이 공명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교양은 사람의 마음을 아는 마음"이라는 말씀을 입버릇처럼하셨습니다. - P-1

두 고체의 고유 진동수가 우연히 일치했을 때 발생하는 공명은 언뜻 보기에 참 신기한 현상입니다. 공명은의도해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무한에 있는 한 점입니다. 나는 땃쥐가 되었다가, 바구미가 되었다가,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좀처럼 공명에는 이르지 못했죠.
방식이 틀렸을 테지요. 이성으로 ‘알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의식‘으로 바꿔 말할 수도 있습니다.
진정 알기 위해서는 의식이나 이성을 벗어나야 합니다. 여기부터는 거의 종교의 세계이므로 이만 마칩니다.
합장.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이 너무 많은 나에게 - 후회와 걱정에서 벗어나 지금을 살기 위한 심리학자의 마음 수행 가이드
변지영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나요? 사람들에게 내세울 만한것, 잘하는 것, 자랑스러운 부분은 추켜세우고 취약한 점, 못하는것, 부끄러운 부분은 숨기거나 없애려 합니다. 타인과 비교해 자기를 판단하고 꼬리표를 붙이고 점수를 매기며 차별합니다. 자신의 어떤 부분은 좋아하고 어떤 부분은 미워하면서, 정작 타인에게는 자기를 있는 그대로 다 받아주기를 바랍니다. 내가 나를 믿지 않으니 타인의 평가에 휘둘립니다. 내가 나를 진정시킬 줄 모르니 타인의 위로를 구합니다.
물론 타인은 중요합니다. 우리 뇌는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고타인은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만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타인을 있는 그대로 ‘전체로서‘ 만나는 것은 가능할까요? 사실상우리가 만나는 건 늘 ‘일부분‘입니다. 나의 일부가 누군가의 일부를 만나죠. 일시적 조건에 따라 두드러지는 나의 어떤 면이, 상대방의 어떤 면을 만나는 겁니다. - P-1

우리 모두는 각자의 맥락 안에서 삽니다. 과거의 일을 기억하고 그것을 토대로 미래의 일들을 예측하지만 모두 ‘자기중심적‘
으로 합니다. 내 쾌 혹은 불쾌를 중심으로 정보를 편집하고 저장하거나 삭제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기껏해야 자기 몸, 자기 뇌 안에서 살다가 죽는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대체로 우리는 타인의 맥락을 모릅니다. 타인을 자기 맥락으로 규정하고 평가합니다. 같이 사는 부부도, 가족도 서로 안다고 착각하거나 피상적으로 알 뿐, 서로를 잘 모르지요. - P-1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내 판단으로 누군가를 이끄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의 경험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지요.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생략하고 건너뛰는 것입니다. 당장은 유용하고 편리해 보여도, 그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각자의 여정은 각자의 몫입니다. 옆에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결과를 미리 계산하지 않고 과정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목적지를 내다보고 효과적인 코스를 짚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같이 걸어가는 것, 여정을 함께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일지 모릅니다. - P-1

위기를 온몸으로 겪고 나면 우리는 그만큼 성장합니다. 기존의 대처 방식에만 집착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한결 자유로워지죠 새로운 방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삶은 문제가 아닙니다. 삶을 ‘문제‘의 연속으로 본다면 해결하기 위해 늘 방어하고 통제해야 하지만, 삶을 ‘경험‘의 연속으로 본다면 어디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위기 안에 기회가 있습니다. 무지와 번뇌 안에 지혜가 들어 있습니다. 모든 위기는 기회입니다. 기존의 나를 죽이고 더 큰 나로태어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선입견, 고정관념, 아집, 피해의식은모두 과거입니다. 과거가 지금의 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과거의관념들을 죽이고 새로 태어나라는 주문, 그것이 위기의 의미입니다. 그러니 위기를 만났다면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활짝 열어두어야 합니다. 멀리 봐야 합니다. 위기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힘을빼면, 파도는 우리를 새로운 해안선으로 안내해줄 테니까요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스로에게 방황할 수 있는 큰 공간을 허용하라.
아무 이름도 없는 곳에서 철저하게 길을 헤맨 다음에라야당신은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 P-1

하지만 어떤 의미로든 우리는 무언가의 연속이며 반복이다.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은, 의식을 했든 하지 못했든 다른 사람에게서 배운 것이며 꿈이나 소망, 바람도 누군가에게서 가져온 것이다. 경험, 모방, 학습의 과정들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속한 사회 안에서 바람직하거나 멋있다고 느끼는 것들 중일부를 취하게 되는데, 그렇게 축적된 것들이 ‘나‘를 구성한다. A씨의 말, B씨의 손짓, C씨의 걸음걸이, D씨의 소망, E씨 생각, F씨의 바람, G씨의 욕망, H씨의 감정이 한 켜 한 켜 쌓여,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 P-1

이제 당신 자신에게 한번 물어보라. 당신의 생각이나 감정,
소망과 바람, 욕망과 꿈, 혹은 말투와 행동 방식들 중 오직당신에게만 속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느 누구에게서도 볼수 없는 오직 ‘나만의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그런 뒤에야 생각해볼 일이다. ‘진정한 내가 된다‘ 혹은 ‘진짜나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어쩌면 내가지구에 잠시 얹혀사는 미미한 존재에 불과함을 알아차리는일일지도 모른다. 우주에 떠도는 먼지처럼 사소한 ‘나‘의 몸안에 생명의 역사가 새겨져 전수된다. 우리는 생명의 연장이며 반복되는 움직임이다.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존재 역시 무수한 반복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더 이상 개별성에 집착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나답게‘ 사는 평화를, 자유를 얻는다. - P-1

우리는 ‘나‘라는 몸에 몇십 년을 거주하면서도, 이 인간에 대해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오히려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비극일까 희극일까?
삶이란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지 알아나가는 과정이지만, 너무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바라볼 수 있어야 마음이 열리고 생각이 열린다. - P-1

매일매일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규칙적으로 반복해서 한다는 것이 아니다. 뇌에 새로운 신경망을 연결하고 몸에 새로운 길을 낸다는 것을 뜻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생각할 정도로 숨 쉬듯 당연하게 한다는 것이다. 늘 염두에 두고 있으며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어딘가가 불편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고 해서 늘 쉽게 자동적으로 하게 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날은 하기 싫기도 하고 잘되지 않을 때도 있으며진척이 없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다. 좋든 싫든, 잘되든 안되든 온 마음으로 전념해서 매일매일 한다는 뜻이다.
당신은 무엇을 매일 하는가?
매일 하는 것이 당신을 만들어간다. - P-1

김선욱의 피아노 연주를 듣거나 우노 쇼마의 피겨 스케이팅연기를 보면 내게 어떤 에너지가 힘이 전해진다. 물론 두 사람 모두 타고난 재능으로 어린 시절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인물들이다. 하지만 감동을 주는 퍼포먼스의 중심에는매일매일의 연습으로 꽉 채워진 일상이 놓여 있다. 그들이해낸 화려한 성취 뒤에는 자신의 일을 정성스레 대하는 태도가. 집요한 노력과 정교한 훈련이 있다. 나는 그들의 집요함과 정교함을 존경한다. 내게 전달되었던 그 강렬함이, 비단무대 위에 펼쳐진 연기에서 나온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동시에 하루하루 그들이 축적해온 에너지였다. 우리가 한 사람을 만날 때는, 그가 살아온 하루하루를 만나는 것이니까. - P-1

생각 하나, 말 하나, 행동 하나는 모두 자취를 남긴다. 흘러가지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뜻밖의 일이일어났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그전의 생각 하나, 말 하나,
행동 하나의 자취들이 이어져 만들어낸 일이다.
씨앗 없는 열매 없고, 전조 없는 사건은 없다. 보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니 평소에 오고 가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해해야한다.
오고 가는 것 그 자체가 나는 아니지만, 나는 오고 가는 것을통해 만들어진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저 앉기를 권함 - 스즈키 슌류, 마지막 가르침
스즈키 슌류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것은 깨달아야 할 개념도, 올라야 할 경지도 아닌, 계속 흘러가는 아주 보통의 삶 한가운데서 몸에 배는 수행의 방식이다.
그저 앉아 있는 것(지관타좌)은 순간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든 상관없이 온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자신이 되는 방법이다. 그건 검은 방석 위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묵묵히 앉아 있는 전통적인 방법을 뜻할 수도 있지만, 좀 더 넓은 의미에서는 여러분이 어디로 향하든 그저 자신의 삶에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여러분이 이 자리에 존재한다는 것은 언젠가 사라지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국사라지게 마련이고, 여러분이 손에 넣은 것을 영원히 움켜쥐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모든것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있었던 그것뿐일 것입니다. 여러분이 무언가를 찾으려 애쓰더라도 희미한 그림자만 손에 닿을 뿐, 현실 자체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것도갈구하지 않을 때만 이를 발견할 수 있고, 깨달음을 얻으려 몸부림치지 않을 때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뭔가를 손에 넣으려고 애쓰기 때문에 놓치는 것입니다. - P-1

동산 선사는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본 후 다음과같이 깨달음의 시를 지었습니다.
당신 자신을 찾으려 애쓰지 마라.
당신이 누군지 알아내려 애쓰지 마라.
그 길에서 발견한 당신은 진짜 당신이 아니다.
그러나 자기 방식대로 살 때,
되돌아볼 때마다 자기 자신을 만나리. - P-1

제가 알게 된 것은 우리가 마음을 붙잡으려고 하거나확실히 보고 싶어 하면 결코 그 마음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저 뭔가를 할 때, 마음이 있는 그대로 움직일 때, 여러분은 진정한 의미에서 마음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데에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일은 어려우니까, 우리는 그저 우리 방식대로 수행해야합니다. - P-1

자기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최선의 방식은 겸손함과 소박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간의 빛일지라도, 우리는 무한 - 변지영 심리×철학 에세이
변지영 지음 / 그린비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 수 없음‘ 그 자체를 피하려는 것이다. 현재의 무한함, 광대함, 모호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억지로생각을 만들어 내어 ‘이러이러하다‘라고 분석하고 이름붙인다. ‘내가 이러이러하다‘, ‘이 관계는 이러이러하다.
‘저 사람은 이러이러하다.
이름 붙이는 순간 그것은 과거, 그것도 전부가 아닌매우 일부 과거를 담고 있는 것이고 지금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다. 현재는 생각이나 말로 규정할 수 없다.
현재의 나도, 그도, 이 관계도 그러하다. 하지만 모호함,
예측 불가능성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꾸 경험을,
나를, 관계를 생각으로 정리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안될 일을 억지로 하려 하니 생각이 많아지고 괴로워진다. - P-1

매순간은 복잡하고 모호하며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하여 규정할 수 없다. 현재의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경험의 총체이며 시간적 존재이기 때문에 시간과 함께변화한다. 우리는 현재에 살아가며 현재의 경험이 ‘나‘를만들어 간다. 그런데 현재는 잠재력과 복잡성으로 꽉 찬거대한 허공과 같으므로 나 또한 잠재력과 복잡성으로꽉 차 있는 허공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이것과 저것 사이에 있으며 아직 무언가가 되지 않은 틈들의 연속이다.
그 틈에서 낡은 것은 죽고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삶은오직 현재, 무수한 틈들에 있으며 깨달음이란 다만 그틈을 포착하고 새로 태어나는 일이다. 나는 이러이러한사람, 내 삶은 이러이러하다며 죽은 과거를 끌고 다니는것은 과거를 무한 복제하는 가짜 삶이다. 새로운 경험을차단하기 위해 생각으로 예단하고 분석하는 사람들은익숙한 과거에 안주하고 의존함으로써 현재의 모호함과 복잡성을 회피한다. - P-1

내가 어떠어떠하다고 설명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므로 생각이나 말로 규정되는 순간, 이미지나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실시간 일어나는 상호작용이어서 매 순간 변하고 달라지기에 언어로 붙들어 맬 수 없다. 틀 안에 넣는 순간왜곡이며 이내 변하고 달라진다.
관계도 실시간 변하는 상호작용의 연속이며, 내가오직 현재에 살아가듯 관계도 현재에만 살아 있다. 두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에게 귀 기울여 들을 때그들은 지금 진짜로 만나고 있다. 두 사람이 한자리에앉아 있지만 한 사람은 ‘우리의 과거‘를 추억하고 한 사람은 ‘우리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그 둘은 사실상 만남을 회피하는 셈이다. 지금의 만남에 발 담그지 않고 ‘현재‘를 회피하고 있다.
- P-1

모든 관계의 문제는 감정의 문제이며 매 순간의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의 문제다. 실시간 경험을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경청하면 피할 것도 없애야 할것도 없다. 듣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왜곡, 갈등, 증상이 일어난다. 경험을 통제하거나 회피하려는 노력이 감정의 문제와 관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듣는다‘는 행위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볼필요가 있다. 듣기란 수동적인 입력 행위가 아니다. 어떤 말이나 소리를 듣고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순간의 반웅과 해석을 포함하는 예측적 행위다. 다 듣기도 전에우리는 생각하고 느끼고 추론하면서 마음의 창을 일부 - P-1

닫아 두거나 아예 셔터를 내리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듣는‘ 것은 상대방의 말이나 바깥의 소리가 아니다.
매번 자기를 듣고 있는 것이다. 듣지 않으려 함은 자기와의 단절, 혹은 경험으로부터의 회피이며 그것이 결국 감정적 어려움, 관계의 어려움으로 드러난다. 요약하면, 실시간 경험과 연결되지 않는 것이 곧 감정의 문제이자 관계의 문제다.
관계와 감정을 이해하려면 우리 경험에 들어 있는 모호한 측면을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 알아내려고과거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흐름에 발 담그는것이다. 있는 그대로 함께하는 것, 지금 여기에 머무는것, 현재로부터 도망가지 않는 것이 좋은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 P-1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을 이끌려 하거나, 안전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의존하고 안주하려 하거나, 자기 틀에 갇혀 변화를 거부하다 보니 상대방을 그대로 보고 듣지 못한다. ‘친한 사이라면, 연인이라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거나 ‘부부란, 가족이란당연히 이러이러해야 한다‘며 상대방을 통제하고 강요하는 사람은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관계를 맺을 용기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의무의 교환, 기능의 거래를 통해 진짜 관계를 회피한다.
진짜 관계는 통제 밖에 있다. 풀숲으로 날아가는 새소리를 듣듯 어떤 의도나 생각 없이 오가는 상호작용에그대로 마음을 열 때, 그 직접성과 즉시성에 발을 담글때 관계는 살아 있다. 함께 웃음을 터뜨리고 함께 우는것은 아이들에게는 제일 쉬운 일인데 나이 들수록 쉽지않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생각과 걱정이 오가느라 그대로 함께하기 어렵다. 지금 이 순간의 경험, 실시간의 상호작용에는 새로움과 고유함이 있다. 그런 순간에 마음을 열 수 있으려면 자기 삶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예측과 통제를 포기하고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진짜 관계다. - P-1

왜 심리상담이라는 것이 있을까? 왜 사람들은 자신에대한 얘기를, 모르는 사람에게 꺼내려 할까? 전문가가나에 대해 모르는 것을 알려줄까 봐?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그들은 알고 있으니까 그걸 듣고 나를 바꾸려고?
전혀 그렇지 않다.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전문가" 같은것은 없다.
삶은 역할, 기능, 과업으로 너무 빨리 지나가고 우리는 가까운 사이에서도 진실을 말하지 못할 때가 많다.
진실을 느낄 시간이 없었거나 허락되지 않아서, 혹은 불편한 진실보다 편리한 친절이 필요해서, 일상을 대충 잘지내기 위해 우리는 뭔가 결정적인 순간들을 건너뛰며표면을 살아갈 때가 많다.
그 뒤로 소화되지 않는 경험과 감정들이 남는다. 거기에 파묻힌 진실들을 발굴해 자신의 일부를 복원하기위해 우리는 상담을 찾는다. 소화되지 않는 것들, 어딘가에 걸려 있는 것들을 소화하고 싶어서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파편들을 연결해 온전한 전부가 되고 싶어서다. - P-1

좋은 상담자는 공감을 잘하는 자도 아니고 이해를 잘하는 자도 아니고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도 아니다.
가장 좋은 상담자는 함께 진실의 순간이 되어주는 자다. 그러려면 상담자는 유능함을 발휘하려는 기대나 욕망이 없어야 한다. 상대를 치유로, 깨달음으로 나아가게하겠다는 의도나 잡생각이 없어야 한다. 오직 매 순간,
그 현재에만 있어야 한다. 그 ‘현재‘가 진실이기 때문이다. 말하는 자와 듣는 자가 진실에 연결될 때 거기에 있는 것은 두 사람이 아니다. 상담도, 명상도 무한이 무한을 만나는 일이다. - P-1

과거도 미래도 없이만남과 이별만 있을지라도무구한 생애 첫 하늘날아오르는 오래된 날갯짓멈출 수 없듯물처럼 와서 바람으로 가는 우리는길어야 순간이고짧아야 영원이다*
"I came like Water, and like Wind I go. FitzGerald, E. (2009). Rubaiyat ofOmar Khayyám. Oxford University Press. p. 30. - P-1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실제세상이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 그 작은 방이라는 얘기다. 인간은 모두 그 좁은 방안에서 갖가지 꿈을 꾸며 그것을 ‘현실‘이라 믿는다. A는 좋은 사람이고 B는 나쁜 사람이라고, C는 멋진 일이었고 D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 P-1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바라는 것과 피하고 싶은 것, 아름다운 것과 끔찍한 것, 사랑과 미움을 본다. 욕망의 눈으로, 기억의 눈으로 본다. 감각에서 비롯된 감정 뭉치를 기억이라 하고 그것을 미래로 투영해 욕망의 목록으로 간직한다. 욕망은 언제나 기억의 미래 시제다. 기억이 없다면 욕망은 없다. 감정이 없다면 기억이 없고, 감각이 없다면 감정이 없다. 따라서 욕망은 감각 느낌들에대한 판단이자, 편집과 통제의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신 활동은 꿈처럼 어지럽고 현란하다. 그많은 갈래 중의 일부를, 미미한 일부를 의식하고 사고할수 있을 뿐이다.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전부 알아내는법은 없다. 의식의 방은 크기도 구조도 제한적이다. 의식은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할 수 있어서 동시에 많은 것들을 담아낼 수가 없다. 게다가 그 방은 대체로 잠겨 있다. 자신이 잠갔을 수도 있고, 어쩌다 보니 잠겼을 수도있다. 그래서 다른 방의 사정은 모른다. 각자의 경험이전부다. 감각과 감정의 고유함과 특수성은, 우리 자신을특별한 존재처럼 믿게 만든다. 힘들고 고된 경험에 의미 - P-1

를 부여하려고, 어떤 방향으로 분명 나아가는 것처럼 생각하고 싶어서 자기 서사를 만들어 낸다. 욕망과 기억,
감정과 감각은 그 과정에서 때때로 변하고 재해석된다.
생각은, 변덕스러운 이들을 시중드는 빈약한 집사에 불과하다.
이렇게 보면 인간은 믿을 것이 못되고 진실과 거짓도 때에 따라 달라지며, 삶은 허무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이것은 모두 ‘의식‘의 관점에서 하는 말이다. ‘무의식‘
의 관점에서는 하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 진보도 퇴보도 없다. 무의식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잊어도 무의식은 잊지 않는다. - P-1

그러니까 어떻게 그런 무의식이 생긴 거죠? 저는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상담을 하다가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말을 한 분도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그분의 말이 맞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무의식은 있다. 왜 그럴까?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본래 있었다. 거대한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컵을떠올려 보자. 컵에는 바닷물이 찰랑찰랑 담겨 있다. 컵이 먼저 있었을까? 바다가 먼저 있었을까? 컵 안의 물이 먼저일까? 바닷물이 먼저일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순서를 따져 보자면 아마도 바다가 먼저 있고,
그다음 컵이 있고 나서 컵 안의 물, 이렇게 될 것이다.
여기서 바다를 무의식, 컵은 우리의 몸, 컵 안의 물을 의식에 비유하면 흥미로운 면이 보인다.
컵 안의 물이 컵의 크기나 상태와 무관하지는 않지만,
본질적으로 컵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바다에서 왔다는 것. 그리고 바다는 컵이나 컵의 물보다 훨씬 전에 본래 있었다는 것. 이러한 관점은 우리의 의식(컵의 물)에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 중심적 사고를 무너뜨리게 한다. 마음이나 정신을 순전히 개인의 ‘심리적 - P-1

문제‘로 보고 이런저런 검사를 통해 파악하거나 생각과훈련으로 바꾸고 고칠 수 있다고 믿는 오해도 불식시킬수 있다. 현대인의 믿음과 달리 마음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개인을 초월하는 현상이다. 무의식과 의식이 얽히는연결의 장이자 관계와 상호작용이다. 뇌신경과학의 연구법과 기술이 아무리 첨예하게 발달한다 해도 마음의전부를 측정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조사하는 것은 컵과 컵의 물 수준일 뿐, 바다의 영역까지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을 받거나명상을 통해 무의식에 들어 있는 내용을 모두 의식화할수 있다거나 명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오해에 가깝다. 그렇다면 바다는, 무의식은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직접 알아내는 방법이 있을까? 놀랍게도 ‘없다. 그 이유를 매우 논리적인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는것이 마테 블랑코의 이론이다. - P-1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난다고 할 때에는그의 일부가 나에게 들어와 제3의 무엇이 되는 것이다.
제1인 나도 아니고 제2인 너도 아니고 제3의 무엇이다.
내가 어떤 이를 사랑한다고 할 때에는 그도 아니고나도 아닌 제3의 무엇을 사랑하는 것이어서그때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제3의 무엇은 제4의 무엇으로, 제5의 무엇으로변이하면서 찾아볼 수 없게 되기에종종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안에 있는 대상들은처음에는 분명 바깥에서 온 것이지만,
이내 각자의 내부에서 소화하는 과정을 통해변형되면서 서서히 본래의 출처를 잊는다. - P-1

우리는 결코 삶의 진실 전체를 보지 못한다. 내가 어떤것을 왜 좋아하는지, 왜 싫어하는지조차 정확히 알아낼수가 없다. 무의식의 바다는 의식의 어떤 노력으로도 만질 수 없고 알아낼 수 없으며 바꿀 수 없다. 다만 주어지고 느껴지고 경험될 뿐이다. 감당하기 힘든 사건, 소화가 안 되는 감정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얻기도 한다. 주저앉기는 쉽지만 다시 일어나기는 어렵다. 좌절은 끝이 없고 치유의 길은 너무나 멀다. 무언가의미를 간신히 알아낼 때쯤 또 다른 일들에 휩싸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다. 삶의 의미를, 존재의 의미를 집요하게 알아내고자 한다. 세상을향해 끝없이 다가간다. 이것은 과연 저주일까. 축복일까?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을 보면, 마테 블랑코는 아마도 낭만주의자에 가까운 것 같다. - P-1

"순간의 진실은 오직 될 수 있을 뿐, 알아낼 수는 없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윌프레드 비온은, 진실은 스스로드러나는 것이지 우리가 생각해서 알아내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살면서 무수한 일들을 겪지만, 그중 무엇에 이끌리게 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의미 있는 사건은 늘 일부에 해당한다.
- P-1

특별한 감정을 일으킨 장면들, 생생하게 기억하거나 오래 생각하는 일들, 비온은 이를
‘선택된 사실‘(selected fact)이라 불렀다.‘ 하지만 엄밀한의미에서 이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사실들이 나를 선택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를 사로잡는 순간이 먼저 있고, 그에 대한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감정의 언어를 찾는 과정에서 생각들이 잇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마테 블랑코는 감정의 본질을 "나눌 수 있으면서도나눌 수 없는 것, 다시 말해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부분들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시간적이면서도 무시간적인 것"이라 했다. 뭔가를 표현하려면 생각해야만 하고, 생각은 본래 이것과 저것으로 쪼개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에는 본질적으로 ‘나눌 수 없는 측면이 있어서 결코 명확하게 쪼개지지 않는다. 따라서 생각으로 감 - P-1

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뭔가 누락되거나 보태지는 등필연적으로 왜곡이 발생한다.
모든 정신적 어려움은 경험을 소화하지 못해 일어난다. 무슨 경험인가? 강한 정서적 경험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소화되지 않아서 체한 것처럼 걸려 있다. 가슴이답답하거나 명치가 뻐근하거나 숨 쉬기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화되지 않는 감정을 생각으로 쪼개어 억지로 소화하려고 시도할 때, 우리는 순간에서 이탈한다.
생각이라는 칼로 자르고 잘게 다져 손에 쥘 수 있게 만들려고 할수록 나뉘지 않는, 전부의 순간에서 멀어진다.
신경증, 정신증 증상을 갖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생각이 매우 많은데, 어쩌면 소화되지 않는 경험들을 쪼개기위한 필사적인 노력 때문일지 모른다. 나뉘지 않는 것을나누려다 보니 늘 생각에 빠지게 되고 ‘지금, 여기‘에서멀어지게 된다. 두 눈은 허공을 향하고 두 발은 공중에떠서 잠시도 그냥 있기 어렵다. 심리상담은 대개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소화되지 않는 경험의 맥락들을 탐구하고 함께 재경험하는 것과 지금 여기, ‘순간의 진실‘로 함께하는 것이다. - P-1

그냥 있음(just being)은 느낄 수는 있어도 알아낼 수는 없다. 알려고 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뭔가 일어남(happening)으로 인식한다. ‘있음‘이 무의식의 영역이라면, ‘일어남‘은 의식의 몫이다. 시간도 공간도 없는 불가분의 ‘있음‘을, 의식은 담아낼 수가 없다. 따라서 실재의일부를 사건으로 포착해 자르고 이어 붙여 의미를 만들어 간다. 시공간을 부여하고 부분들로 나누는 생각의 눈에는 ‘있음‘이 ‘일어남으로 보이는 것이다.
모든 관계는 순간의 연결을 꿈꾼다. 연결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있다. 연결의 순간에는 시공간이 없다. 나는 그 세계와 하나로 있다.
우리가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향해 수없이 다가가고 만나고 수많은 잡담을 건네는 이유는 연결의 순간을 위해서다. 순간의 진실이 되기 위해서다. - P-1

우리가 기억하는 누군가는 그 누군가가 아니다. 내안에서 경험하고 이해하고 소화하고 대사한 결과물, 즉다른 무엇이다. 당신이 엄마에 대해, 아빠에 대해, 형제 - P-1

자매에 대해 ‘어떠어떠하다‘고 할 때, 아무리 구체적으로 정확히 이야기해도 그것은 결국 당신 자신에 대한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미 자아의 일부로 합성된 것을의식하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A라는 사람을 이루고 있는 요소에 대해 말할 수 없다. 내가 인식한 것은 내 정신세계에서 만들어진 고유한 합성물 b다. 관계는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 사람을 아무리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해한다고 해도 파악할 수 없다. 두 개의 세계가 얽히어 상호작용하면서 각자의 존재를 만들어 가는 끝없는 생성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