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사랑들이 아닌 사랑하는 미움들
나는 어떤 것을 쓰고 싶을까

창문 밖이 가로수 이파리로 가득 찬 스타벅스 2층의 풍경. 여기 앉은 사람들의 감각을 모두 알고 싶다. 따가운 햇볕 아래서 목덜미가 빨갛게 익고 땀으로 축축해지는 한여름의 날씨에서, 며칠 사이 갑자기 이렇게 서늘해져 겉옷을 챙겨야 하는날씨가 되어버렸다. 다들 무얼 느끼고 있을까? 눈보라가 이는겨울 언덕을 그리워하는 이도 있을까? 어느 낯선 대륙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의 차가운 공기를 생각하고 있을까?
추운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살이를 상상할까? 꽁꽁 언 손과 귀끝을 녹여가며 거리를 걸을 때의 기분을 생각할까? 지금의 나보다 많이 느끼고 있을 다른 사람들의 감각이 궁금하다. 그게너무 신기하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고 말해줘도 아무도 모른다는 게.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인정 욕구는 사람을 말려 죽인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

는 것은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도 같다. 잠시 갈증을 해소할순 있지만 소금기 때문에 더욱 몸이 타들어가서 계속 바닷물을 마시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된다. 나는 타인의 인정에 너무집착한 나머지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가 참으로 강했다. 그 괴로움을 알기에 인정욕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역시 이렇게 강하다.

굉장히 환대받는 느낌이 두렵다. 왜 이렇게 나에게 잘해주지?
하지만 공연을 앞두고 있기에 그런 기분에 너무 골똘해지지않으려고 한다. 환대와 친절을 받았다면 무엇보다 공연으로보답을 해야 한다. 공연을 하는 동안 나는 자유롭고 일상에서벗어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순간을 앞두면 손끝이 차가워지고 맥박이 빠르게 뛴다 (사실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두근거렸다). 어서 마치고 싶기도 하고 영원히 그 순간에 머물고싶기도 한 나의 공연을 오늘도 앞두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하고 누군가에게는 평생 한 번일 나의 공연.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들에게 무엇을 줘야 할까? 언젠가부터는 나를 중심으로 답을 찾고 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내가 지극히 좋아하는 순간을 만드는 것으로.

손끝을 따뜻하게 만들고 숨을 천천히 쉬어 심장박동을 진정시킨다. 나만의 시간. 오직 나만 생각해야 하는 시간. 그 시간이 나를 기다린다.ㅂ

차고 넘치게 가지고 싶었는데. 더 잘하고 더 많이 가진 사람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 나는 기껏 채워놓고는 시간이 지나면 이제 쓸모없어졌다고 쓰레기봉투에 버리고, 또다시 제 양보다 차고 넘치게 먹어서.
해버리더라고. 강하게 쥐면 손에 무엇도 남지 않는 모래를 가지려면 가볍게 손을 오므려 넘치지 않게 찰랑찰랑하게 담기.
나의 몫만큼 가지며 오래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희망하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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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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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내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만큼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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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요조 (Yozoh)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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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

책을 쓰면서 수없이 반복하는 것은, 이상하지만 자기가쓴 것을 다시 읽는 일이다. 계속 써나가기 위해, 갑자기 딴얘기로 새지 않기 위해, 더 정확한 글로 완성하기 위해 조금 쓰고 읽고, 또 조금 쓰다가 읽는 일을 반복하며 자신의글을 점검한다. 앨범도 마찬가지이다. 노래를 녹음하면서동시에 수없이 반복하는 것은, 이상하지만 듣는 일이다. 실수가 없었는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 충분한지, 여러 개의 같은 소절 중 어떤 게 더 나은지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려고 내가 부른 노래를 듣고 또 듣는다. 잘 쓰기 위해서 그만큼 읽고, 잘 부르기 위해서 그만큼 듣는다.
이 책의 제목을 그렇게 받아들여도 좋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이라는 말이 조금 어렵게 여겨진다면, 일단은, 성공을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 실패를 사랑한다는 말인가보다.
하고 생각해도 좋다. 그 해석이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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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 지음, 장상미 옮김 / 갈라파고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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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다 읽진 못한 책
나무를 연구한 학자의 자기 자신의 인생사와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깊이 알게 된 책

게일어로 시얼셰 saoirse는 특정한 형태의 자유를 의미한다. 시얼셰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고 자기를 표현할 자유,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믿을 자유이다. 즉 영혼과 상상력의 자유이다. 나는 시얼셰 그리고 시간을 뜻하는 아임시르 aimsir, 이 두 가지야말로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믿는다. 선데이스웰이 드리운 그림자는 내 삶을 온통 뒤덮어, 의식하는 영역뿐 아니라 의식하지 못하는 영역에서도 분명 내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청소년기 내내 나를 괴롭힌 그긴 그림자가 나로 하여금 나의 시얼셰, 나의 생각할 자유를 치열하게 지키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협회를 신뢰하지 않아서 아일랜드정원식물협회 단 한곳에만 유료 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탐욕이 사람을 어떻게 일그러뜨리는지 잘알기에 부자가 되기를 두려워한다. 살면서 탐욕으로 망가지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보았다. 이러한 이유로 내게 큰돈을 주는 사람을 경계한다. 돈과 협회는 사람의 자유를 빼앗기 십상이고,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면 모든 걸 빼앗기고 만다.

나는 강사라는 이 새로운 역할을 팻 삼촌과 함께하던 연구를 더 큰 층위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광합성을 시작한 수생 단세포 클로렐라 chlorella에서부터조류藻類, 다세포 조류, 곰팡이, 이끼, 양치식물, 늘푸른나무를 거쳐 마침내 속씨식물(우리 인간만큼이나 생물학적으로 복잡한, 꽃 피우는 풀과 나무)에 이르는 식물의 진화 과정을 따라가며, 이 주요한 단계들과 기본적인 범주 사이에서 떠오른 의문이 나를 사로잡았다. 생물체는 양치식물에서 늘푸른나무로 단번에 도약할 수 없다. 그 사이에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나는 나를 포함한 학생들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양치식물과 늘푸른나무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는 생물을 추측해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강의에 그 내용을 추가했다. 지금도 기후변화에 대해 고민할 때면 나는 제일먼저 나무고사리인 딕소니아 안타르크티카Dicksonia antarctica와 기이한 중간종 웰위치아과 Welwitschiafamily,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발견되는 소철과 Cycadaceae 같은 생물종을 유심히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관다발 조직을 가진 식물 중 꽃 피우지 않고 홀씨로 번식하는 식물.
양치식물에서 늘푸른나무로 넘어가던 당시에는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간이 생존하기에 지나치게 높았다. 다행스럽게도 그때까지는 인간이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질식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후 3억 년 동안 양치식물이, 그다음에는소철이, 그다음에는 오래전 멸종한 고대 늘푸른나무종이, 그다음에는 겉씨식물이,

마지막에는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대기에 산소를 공급했다. 초록색 분자기계molecular machine는 계속 진화하면서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성능으로 줄기, 몸통, 잎,
꽃을 통해 탄소를 숨 쉴 수 있는 공기로 바꾸어나갔다. 나무는 인간과 지구상의 거의 모든 동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건을 그저 유지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숲 공동체를 통해 그러한 조건을 만들어냈다. 인류가 출현할 수 있도록 길을 닦은 것이다. 우리는 나무에 갚기 어려울 만큼 큰 빚을 졌다.
그러한 과정이 내게는 너무도 중요하게 느껴져서, 로버츠의 강의를 재구성하면서 그 내용을 강의안에 추가했다. 그로써 나는 인간의 행동이 환경에, 지구와 우리자신의 건강에 끼치는 잠재적 영향력을 이해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어린이도 이해할 만큼 간명한 진실이 거기 있었다. 나무는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즉 생명의 가장기본적인 조건을 책임지고 있었다. 지구상의 나무가 숨 막힐 정도로, 정말이지 말그대로 숨이 막히도록 빠르게 베어져 나가고 있었다. 나무를 망가뜨리면서 우리는우리 자신의 생명 유지 체계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내가 ‘현장학습‘이라고 이름 붙인 그날은 따지자면 내가 받고 있던 켈트 교육과정의 일환은 아니었지만,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교훈을 안겨준 시간이었다. 그날아침 밭을 바라볼 때만 해도 우리가 수확을 끝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밭은 너무나도 드넓었고, 손을 보태러 나선 나는 너무나도 미약했다. 하지만 나는팻 아저씨를 사랑했고 농장과 드라움을 사랑했기에, 거기서 자란 보리 이삭이 못쓰게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첫걸음을 내디뎠고, 결국 그두 가지 동작으로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모든 아이가 이 날의 현장학습과 같이 자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절대 끝까지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길로 자기를 내던지는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하는 순간 깨닫게 될 것이다. 자기가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마음으로 일단 첫걸음을 내딛는다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그 어떤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면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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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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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읽는 책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쓰고 하고 싶은 생각을 하는 내 또래의 작가.
다시 한 번 내가 사는 평안한 동네에 온다면
다시 꼭 만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의 예전 생각을 읽으며
신간이 나오길
그의 시집이 나오길 기다린다.

스스로를 마음에 들이지 않은 채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는 왜 나밖에 되지못할까 하는 자조 섞인 물음도 자주 갖게 된다.
물론 아주 가끔, 내가 좋아지는 시간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시간이 그리 오래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어떤 방법으로 이 시간을 불러들여야 할지 내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나 자신을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 없는 순간만은 잘 알고 있다. 가까운 이의마음을 아프게 했을 때,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않을 때 좋음은 오지 않는다. 내가 남을 속였을 때도 좋음은 오지 않지만 내가 나를 기만했을 때 이것은 더욱 멀어진다.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자책과 후회로 스스로의 마음을 더 괴롭게 할 때,
속은 내가 속인 나를 용서할 때, 가난이나 모자람 같은 것을 꾸미지 않고 드러내되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그제야 나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믿는다.

‘연인의 발과 내 발을 맞대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에게 신발을 선물하지 않는다,
방에 들어갈 때 문지방을 밟지 않는다. 빈 가위질을 하지 않는다. 밤에 휘파람을 불지 않는다, 손톱 발톱은 낮에 깎는다, 사람의 이름을 붉은 글씨로 쓰지 않는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생각해보면 나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미신 같은 말을 잘도믿고 지키며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믿어야 할 사람에게는 의심을 품은 채 그사람과 그의 말을 믿지 않을 때도 있었다.
어디 타인뿐이었던가. 삶의 순간마다 나는 스스로에게조차 마음을 내어주지 않을때가 많았다. 믿으면 믿는 만큼 상처로 돌아올 것만 같았다.
여전히 나에게 ‘믿음‘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 중에 가장 추상적이고 아득한것으로 다가온다. 이 추상과 아득함은 내가 지금 믿고 있는 상대가 배신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함보다는, ‘믿음‘이라는 나의 감정이 언젠가는 닳고 지쳐 색이 바래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서 온다.
그동안 나는 참 많은 말들과 사람들과 시간들을 믿었다. 믿음이 깨지지 않은 말도있었고 믿음이 더 두터워진 사람도 여럿이었으며 생각처럼 다가온 시간들도 있었다. 물론 그보다 더 많은 경우에서 내 믿음은 해지고 무너지고 깨어졌다. 딛는 마음,
마음마다 폐허 같았다.
그렇지만 이 마음의 폐허에서 나는 다시 새로운 믿음들을 쌓아올릴 것이다. 믿음은 밝고 분명한 것에서가 아니라 어둡고 흐릿한 것에서 탄생하는 거라 믿기 때문이다. 밤이 가고 다시 아침이 온다. 마음속에 새로운 믿음의 자리를 만들어내기에 이만큼 좋은 때도 없다.

얼마 전 한 신문사의 기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우리 시대의 어른‘이라는 주제로 기획 기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다수의 문화예술인에게 설문을 받고 있으니 내게도 수일 내로 설문의 답을 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았는데도 ‘어른‘이라 불릴 만한 분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곧 답을 했고 얼마 후 그기사를 지면에서 볼 수 있었다.
정치와 종교와 사상과 사회운동 그리고 문학과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이의 존경을 받는 분들이 시대의 어른으로 꼽혔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분들도있었지만 이견이 들지는 않았다. 그분들은 저마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어떤 경지에 이른 인물들이었고 어느 한 사람 예외 없이 이상을 그려 보이는 사상가이자 사회를 변혁하는 혁명가의 면모를 동시에 갖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런 삶의 궤적을 따라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꼭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상까지는 못 되지만 사유하며 살아가고 혁명은 어렵지만 무엇인가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내가 가닿고 싶어하는 어른됨 또한 그리 비범한 것은 아니다.

어느 모임의 저녁 자리에서 연세가 지긋한 한 분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시작은역시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그분의 말은 달랐다. "제가 잘은 모르지만한창 힘들 때겠어요. 적어도 저는 그랬거든요. 사랑이든 진로든 경제적 문제든 어느한 가지쯤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요. 아니면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그런데 나이를 한참 먹다가 생각한 것인데 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 일 생각보다 괜찮아요.
준이씨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 드세요."
충격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로 채워둔 사람과 무엇을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간에 어느 한 시절 후회 없이 살아냈던 사람의 말은 이렇게 달랐다.
될 수 있다면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이 역시도 쉬운 일은아니겠다. 사실 내가 가장 자주하는 일 중에 하나가 바로 과거의 일을 후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여전히 나는 후회와 자책으로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후회하고 자책할 일이 모두 동날 때까지.

바람이 차다. 숨을 깊게 들이면 코에서부터 가슴까지 냉한 기운이 감돈다. 기도氣가 이렇게 연결이 되어 있구나 하고 느껴지는 감각이 새삼스러우면서도 재미있어몇 번 더 깊은 숨을 쉰다. 곧 기침을 한다.
살아오면서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맞이해야 할 때가 많았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로 마음 앓던 날도 있었고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에는 스스로를 무섭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무겁고 날 선 마음이라 해도 시간에게만큼은 흔쾌히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 여긴다. 오래 삶은 옷처럼 흐릿해지기도 하며. 나는 이 사실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른다.
다시 새해가 온다. 내 안의 무수한 마음들에게도 한 살씩 공평하게 나이를 더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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