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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Great Things (Paperback, Reprint) - '작지만 위대한 일들' 원서
조디 피코 / Random House / 2017년 4월
평점 :
인종주의는 미국에서 매우 민감한 주제인 것 같다.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평등교육이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백인우월주의운동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무고한 흑인학생에 대한 경찰의 총격으로 시위도 끊이지 않는다.
조디피콜트는 인종주의에 관한 소설을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지만 백인이 자신이 흑인의 관점을 정확히 표현할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주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관련모임에도 나가면서 소설을 준비했다고 하는데, 등장인물이나 배경의 치밀하고 섬세한 묘사를 보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지 대충이나마 짐작이 된다.
소설은 루스, 케네디, 터크 세 인물이 돌아가면서 서술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너무도 다른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세 사람이지만 세심한 심리묘사 때문인지 세 명 모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마저 들게 된다. (심지어 분노에 가득찬 백인 우월자인 터크마저도!)
결국 이 소설은 흑인들이 겪는 차별로 인해 백인들이 상대적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흑인과 백인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인종차별문제에 있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케네디처럼 인종주의자로 보이지 않기 위해 극도로 조심하거나, 흑인들을 다른 인종의 사람으로 보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게 마련인데 그런 행동이 오히려 다른 형태의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 역시도 뜨끔했는데, 성소수자나 장애인 등 나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대하려고 애를 쓰면서도 (실제로는 다르다고 느끼고 있음에도) 실제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소설 막바지에 케네디는 루스의 질타를 듣고 자신이 재판에 이기는 것에만 급급하고 사건의 핵심에 있는 인종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equality가 아닌 equity가 필요하다는 말을 루스에게 전한다. 모두를 동등하게 대하는 게 아니라 흑인이나 장애인과 같은 불리한 위치에서 경쟁하게 되고 끊임없이 차별에 노출되는 이들을 배려하여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서로가 다른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고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에 터크는 극단적인 백인우월주의를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자신이 느꼈던 분노와 좌절의 대상을 흑인이나 유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의 결핍이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누군가를 증오해본 사람이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어느 누군가를 죽일만큼 미워하는 감정과아무런 대가 없이 지구 반대편의 사람에게 성금을 보내는 마음은 같은 뇌의 영역에 속해있다고도 한다. 소설은 6년 후 터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무리 강력한 미움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해낼 수 있다는 희망적 결말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