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국 미시간주의 타호강을 배경으로 한 한 소녀의 성장이야기이다. 마고 크레인은 타호강을 끼고 있는 집에 부모와 살고 있다. 강밖의 삶을 갈망하던 그녀의 어머니는 마고가 열여섯살이 되자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쪽지만 남기고 사라진다. 얼마되지 않아 마고는 자신의 삼촌인 칼에게 강간을 당한다. 마고는 칼에게 복수하기 위해그의 다리에 총알을 겨누지만 결국 마고의 아버지가 누명을 쓰고 살해당하게 된다.

열여섯살 소녀가 감당하기에 너무도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꺼번에 겪었음에는 마고의 슬픔을 표출하기보다 덤덤히 상황을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버텨나간다.

마고는 타고난 두가지 무기-뛰어난 미모와 사격솜씨-를 이용하여 어머니를 찾기전까지 근근이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계속해서 대가를 치르게 되고 결코 칼의 가족들처럼 안락한집에서의 평온한 삶을 살수가 없다.

마고는 아직 어린 소녀이지만 책에 등장하는 다른 어떤 남자어른들보다 강인하고 성숙한 인물이다. 뛰어난 생활력으로 위기상황을 버텨낼 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로 인한 고통까지도 덤덤히 받아들일 줄 알기 때문이다. 자신을 강간하고 불구가 되었음에도 또 다른 소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칼이나, 자신을 버리고 호화로운 저택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하면서 마고에게도 낙태를 강요하는 어머니 루앤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책임있는 어른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고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설 속 인물들이 남성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 중 마고의 아버지, 할아버지, 마지막에 등장한 피쉬본, 스모키를 제외한 모든 인물은 마고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마고는 처음에 자신의 본능에 따라 행동하지만, 어느 순간 아니라고 생각할때는 이성으로 억제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칼라마주 강에서 만난 임종을 앞둔 노인 스모키와 우정을 나누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마고의 할아버지가 마고에게 보트를 관리하는 법, 사냥하는 법 등 생존의 기술을 알려줬다면 스모키는 삶의 지혜를 알려준 셈이다.

마고를 제외한 여성인물은 그녀의 엄마인 루앤과 숙모 조안나뿐이다. 이 둘은 너무도 상반되었지만 또 닮아 있다. 루앤과 조안나는 독립적인 삶을 꾸리지 못하고 남편에게 종속되어 있다. 남편에게 버림받을 것이 두려워 남편의 외도를 묵인하거나 딸의 존재를 숨긴다. 이야기 전체에서 수동적이고 의존적이기만 했던 이들의 모습은 성장하고 변화하는 마고와 더욱 더 대비된다. 여성캐릭터의 수가 남성에 비해 훨씬적고 당시의 전형적인 여성상으로 묘사된 것은 마고의 성장스토리를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은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이다. 타호강과 칼라마주강은 실제로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지만 마고는 그 과정에서 큰 변화를 겪고 성장하게 된다. 제자리에서 묵묵히 흐르는 강이 자신의 쉽지 않은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래서 마고는 강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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