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 - 세계 비즈니스 판도를 뒤바꿀 발칙한 전략과 혁신
이승훈 지음 / 와이즈베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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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중국의 플랫폼은 두 명의 마 씨 CEO들에 의해 좌우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중 략)

마지막으로 이미 언급했듯이 중국의 플랫폼을 이해할 때에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p. 009

그래서 바이두는 직접 백과사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 략)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중국 관점에서의 '댜오위다오'에 대한 설명이리라 예상될 것이다. 중립적인 의견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의견이 검색결과에 나타나는데, 그 콘텐츠는 바이두가 제작한 것이다.

p. 165

중국이라면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로서,

우한이라는 거대 도시 하나를 통째로 봉쇄할 만큼 대단한 권력에 의한 통제가 가능한 나라로 인식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역시나이다.

세계 변화의 흐름에 맞춰 자본주의를 택할 수 밖에 없었던 나라 중국.

하지만 그들은 끝끝내 공산당의 공식 이념인 사회주의를 버리지 않았다.

힘을 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구글로 자유롭게 정보 검색을 하고 아마존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동안, 중국은 자신들의 대륙 안에서만 모든 걸 해냈다.

공산당 통제 하에 있는 온라인 지식 백과, 동영상 사이트, 온라인 메신저를 사용하다보면 하나같이 감시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얼마 전 코로나19에 걸리고 우한에 들어가서 이를 취재하고 알리던 기자가 실종되었다.

그의 SNS에 올라오던 소식은 멈춘 상태이다.

그런가하면 한 여성은 자신의 페렴 진행 상황을 실시간 알리던 SNS에 어느날 자신은 중국 공산당을 믿는다는 식의 전과는 다른 어조의 글을 올린다.

누가 봐도 공산당의 지시를 받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처지에서 중국 플랫폼이란 무어란 말인가?

중국 공산당이라는 어장 안에서만 뛰놀 수 있도록 허가하는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애플 iOS와 안드로이드는 노키아 제품이 상대할 수 없는 변화와 혁신을 보여주었다. 새로이 만들어진 평면의 장은 모든 개발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줌으로써 공급이라는 영역은 제로의 비용으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들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p. 019

수많은 콘텐츠들이 제작되어 뉴스피드를 통해 유통되면서 그 안에서 모든 참여자들의 '좋아요'와 '공유하기'를 통해서 지지를 얻는다. 보다 많은 지지를 얻으면 보다 많은 사람들의 뉴스피드에 나타나게 된다. 아주 민주적인 콘텐츠 플랫폼이다.

p. 034

반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애플 등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플랫폼을 세계에 기반을 둔 채 제공한다.

너무나도 많은 정보가 실시간 수없이 많은 이들에 의해 유입되기때문에 엉터리 정보도 많고 가짜 뉴스도 많다.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린 팩트 체크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제한된 정보를, 그것도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판단이 오로지 공산당에 의해 내려지는 중국식 플랫폼보다는

내가 지금 사용하는 SNS를 사랑한다.

적어도 원하는 걸 모두 살펴본 후 판단은 스스로 내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중국 공산당의 세뇌고육은 어릴 적부터 시작되어서 죽는 날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서글프다.

정보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야하는데 중국 국민들에게는 그러한 결정권이 박탈되어 있다.



그 모습을 보아오던 중국 직원은 나에게 아무도 그 허가증을 갖고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모든 규정을 지킬 필요가 없는 나라가 중국이었던 것이다.

p. 222

이왕 독재를 할 거면 제대로 하든가.

규칙을 만들었으면 법을 집행해야하는데 모든 게 대충 흘러가는 나라인가보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2019년 국가 브랜드 순위 2위를 차지했을 지언정,

과연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이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만든 서비스나 제품의 품질과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까.

중국은 엄청난 자본과 머릿수로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위협이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는 건 이러한 구멍때문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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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비밀스러운 밤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2
김아로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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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지막 고민입니다. 브라운 님.

아, 익명을 요구하신 브땡땡 님. 사연이 굉장히 기네요.

여자친구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귀여운 사연이네요.

마음은 추상적인 거잖아요. 추상화를 그려서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그럼 여자친구가 진지한 대화를 하자고 할 겁니다.

p. 14-15

귀엽고 단호한 샐리.

TV 만화영화 <라인타운> 에서의 이미지를 똑 닮은 도서가 나왔다.

완전 반갑!

라인프렌즈 코니, 브라운, 샐리 트리오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샐리를 넘나 좋아해서 집이 샐리 투성이다.

만약 샐리가 진짜로 살아있고 라디오 DJ를 하면 어떨까.

엉뚱하지만 "아하!" 하고 무릎을 탁 칠 법한 고민 해결책을 낼 거 같다.

노랗고 작고 동그랗고 빠르고 넘나 귀여운 샐리.

내 손 안에 책으로 들어와서 행복하다.




"샐리, 너는 새해 계획이 뭐야?"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리면서 코니가 물었다.

샐리는 친구들과는 달리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새해 계획표를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1월에는......."

새해 계획을 다섯 장째 써내려가고 있던 초코도 궁금한 듯이 쫑긋 귀를 세웠다.

"1월에는 딸기가 맛있으니까 딸기 뷔페 가기."

"......."

p. 27

나는 계획파이다.

보통 2주~한 달치 계획을 다 짜서 폰 다이어리 어플에 기록해두고 살아간다.

(만약 어플이 오류라도 나면 큰 일이다. ㅠ.ㅠ)

그런데 1년이나 그 이상의 장기 계획은 잘 세우지 않는 편이다.

상황에 따라서 바뀔 수 있어서일까.

물론 고등학생 때는 1학년부터 봉사활동, 영어대회, 독서 대회, 글짓기 대회 등에 참여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다.

그렇다고해서 정확히 어떤 학교 어떤 과에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진 않았고 몇 개의 후보군은 있었다.

그저 나의 미래를 위하여 해 둔 것 뿐이다.

샐리는 나보다 더 즉흥적인 듯 하다.

그래도 이번 달에 뭘 할 지 정도는 생각하고 있다.

1월에 딸기 뷔페를 갈 생각을 하다니!

나랑 똑같네!

매년 겨울만 되면 호텔 딸기 뷔페 검색을 하고 얼리 버드로 예약하는 나랑 말이다.

샐리, 너도 딸기 좋아하니?

나도!




'샐리...... 날 감동시키려고 작정했어.'

겉으론 무심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샐리는 이제껏 코니를 자주 감동시켰다. 스치듯이 먹고 싶다고 말했던 파운드케이크를 불쑥 안겨주거나, 코니가 좋아하는 가수를 기억해뒀다가 콘서트 티켓을 내밀며 "오다 주웠다"라며 무심히 내밀곤 했다.

p. 46


친구들을 챙겨주고 막 퍼주는 샐리라니~

작지만 큰 마음의 병아리구나.

이 점도 나랑 같네!

아하하~~~~~~~

좋은 거 보면 누구에게 사 주고 싶고, 나에게 무언가가 너무 많으면 나눠주고싶고, 그렇게 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받은 것보다 준 게 10배 이상 많을 듯 싶다.

늘 뭘 바라고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가는 이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뿐이다.

샐리는 표현하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칭찬해~





"내 최고의 친구를 위해 준비했어."

샐리의 시선은 한곳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건...... 거울 속 샐리였다.

샐리는 거울 속 샐리에게 선물을 내밀었다.

"자, 받아. 최고의 친구. 샐리가 샐리에게."

p. 56

지난해 연말,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장성규가 2관왕을 차지했다.

나는 마침 라이브로 보는 중이었는데, 그의 소감을 보고 빵 터져버렸다.

나와 같은 이들이 많았는지 여러 사람들로부터 회자되었다.

"성규야, 미안하다. 생각보다 넌 괜찮은 친구였는데 내가 너무 무시했던 거 같아. 지금까지 잘해줬고 수고했다. 네가 나여서 너무 좋아."

이런 자존감이 그 사람을 더 낫게 만들어주고, 나아가서 주변인들에게도 그만큼 사랑과 존중을 주게 하는 것이다.

샐리는 그래서 그렇게 친구들에게 잘했나보다.

자기애가 넘치는 아이니까 말이다.

나도 매년 생일, 나를 위한 선물 하나씩 사곤 하는데, 샐리는 넘사벽이다.




"난 원래 기념하는 걸 좋아해.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건 내 마음이지."

p. 113

샐리와 또 다른 공통점을 발견해서 놀랍고 기쁘다.

할로윈데이, 생일,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와 같은 ~~데이는 반드시 챙긴다.

비싼 명품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작은 편지나 음식으로 말이다.

나 혼자, 친구랑, 아니면 연인과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의 장소나 상황에서 즐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할로윈 때 분장 하고 달리기 대회에 참가했었고, 빼빼로데이 땐 이벤트에 당첨되어 빼빼로 박스가 가득 담긴 트럭이 집 앞에 왔었다.

아무 것도 아닌 날을 챙긴다기보다는 원래 있던 기념일을 챙기는 나인데,

반면, 샐리는 기념일에 추가적으로 마음이 끌리는 날도 챙긴다.




샐리는 엉겹결에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몇 개월 전 재미 삼아 올린 글과 만화가 인터넷상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연재와 책 출간 제안이 몰려왔던 것이다.

샐리의 글과 만화를 본 누리꾼들은 천재라고 극찬했고, 업계 전문가들은 유명 작가가 정체를 숨기고 일부러 어설퍼 보이게 쓴 고도의 전략일 거라는 분석까지 하기도 했다.

p. 118

내가 상상하는 샐리의 이미지에 잘 부합하는 부분이다.

뭐든 다 잘 하는 샐리.

떼돈 버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그림도 잘 그리고 요리도 잘 하는데 심지어 글도 잘 써!

만화 <피너츠(Peanuts)> 에서 스누피가 친구인 노란 새 우드스톡에게 자신의 글을 대필하게 하는 장면과 교차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원래 작고 귀여운 캐릭터들은 다들 이렇게 재능이 많나보다.

하긴 스누피도 못 하는 게 없었다.




작년 이맘때쯤 샐리는 서퍼가 되고 싶다고 했다. 수영을 배워본 적도 없다는 샐리를 보며 친구들은 걱정했지만 샐리는 친구들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서핑을 단번에, 그것도 너무 잘해버렸다. 해변의 서퍼들이 샐리에게 몰려들어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어 했다.

p. 217


귀여움, 재능, 우정, 돈, 없는 게 없는 친구 샐리.

샐리가 샐리여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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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 작은 가게를 기획합니다
김란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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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간 창업에서는 위치와 장소 결정이 절반 이상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콘텐츠는 만드는 사람이 결정할 수 있지만, 공간 하나가 새로 생겼다고 해서 동네의 분위기와 방문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변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p. 139-140

나를 힘들게 만드는 회사에서 탈출하여 나만의 작은가게를 만들어 소소하게 카페를 차리고 시간 날 땐 친구들 불러서 여유를 부리고 싶은 기분.

이런 기분을 가진 직장인들이 꽤 있나보다.

나로 말할 거 같으면 경영에는 전혀 취미가 없고, 서비스직에도 관심이 없어서 카페창업을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은퇴 후 작은가게를 꿈꾸는 이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잠깐!

친구나 지인들을 불러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는 건 영업시간 밖에서 했으면 한다.

가끔 음식점이나 바, 혹은 카페에 갔는데 사장님과 그 지인들이 신나게 대화 중인 그 곳에 들어가면 참 기분이 별로다.

뭔가 한창 모임이 일어나고있는데 끼어드는 느낌이랄까?

한참 떠드느라 손님의 주문을 듣지 못할 때도 있고, 나갈 때 인사해도 씹는 기도 안차는 경우가 - 양양 서핑 스팟 - 있다.

오픈, 마감시간을 제외한 시간대, 혹은 비영업일에 사장님의 자유 시간을 가지는 게 옳다.

안 그러면 뭣하러 남에게 돈을 받고 장사하는 공간을 창업하였는가.

창업시 정말로 중요한 건 입지다.

입지에 따라 임대료가 달라지고 분위기가 달라지며 손님의 수와 종류가 달라진다.

예전에 K대 정경대 문 근처에 작은 프랑스 가정식 식당이 있었다.

젊은 사장은 프랑스 유학 시절 먹었던 가정식을 판매하는데, 일주일마다 기본식이 바뀐다.

따로 메뉴가 없어서 갈 때마다 작은 기대를 품고 가곤 했다.

손님은 90% 이상이 K대 학생들로 늘 분위기가 좋았다.

어느 정도 성공을 하고 싶다면 좋은 입지를 가지고 가야 한다.

하지만 내가 카페 경영 능력이 정말로 뛰어나고 마케팅 능력은 말 할 것도 없다면, 그 땐 원하는 위치에 자리 잡아도 상관없다고 본다.

손님들은 입소문과 SNS 소문을 듣고 찾아올테니 말이다.

TV 프로그램 [골목식당] 을 보면서 늘 떠오르는 단어가 있으니 위치와 실력, 그리고 입소문이다.

대부분 임대한 공간이기 때문에, 창업자들은 계약 만료 즈음을 벌써부터 걱정합니다. 환골탈태한 공간을 본 건물 주인은 5년이면 충분하지 않냐며 재계약을 안 해 줄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고, 건물 주인의 자녀들이 자꾸 와서 공간이 예쁘다는 칭찬을 해서 불안해집니다.

p. 234

작은가게를 창업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 누구나 알다시피 건물주와 임대료이다.

많이 들은 사례로는 다 망해가는 건물에 창업하여 잘 나갔더니 갑자기 건물주가 나가라고 한다.

그 다음 들어간 사람이 다름아닌 건물주의 자식이다.

혹은 장사 잘 되니 돈 많이 벌지 않냐면서 임대료를 계속해서 올린다.

결국에는 버티지 못하고 쫓겨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태원 경리단길이다.

골목상권의 대표 주자였으며 새로운 길 이름의 창시였던 경리단길은 건물주들의 임대료 폭리로 인하여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물론, 비슷한 음식 콘텐츠의 거리가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많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보단 치솟은 월세가 큰 이유이다.

명동 한복판에서 터줏대감처럼 관광객을 맞이하던 가게도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없어졌다.

그래서 뭘 하려면 건물부터 사야하나보다.

작은가게를 차리고 싶다면 일단 건물부터.

그러려면 먼저 직장에서 수십년동안 돈부터 모으고 은퇴 후 해결해야할까.



자영업자로서의 삶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자영업이 난무하는 한국에서 전쟁터에 발을 들인 것과 다름없다.

이 안에서 살아남고싶다면 엄청난 경영 능력과 마케팅 능력, 자본과 실력을 겸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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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벨리스크의 문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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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진이요. 그러니까, 음, 수호자는 오로진한테서 사람들을 지켜 줘요. 다른 사람들을 해치지 못하게요. 사람들한테서 오로진을 보호하기도 하고요."

p. 70-71

[부서진 대지] 3부작의 첫번째 [다섯 번째 계절] 은 이미 서평을 쓴 바 있고, 후속작 [오벨리스크의 문] 이 나와서 읽게 되었다.

매년 최우수 과학 소설과 환상 소설에 수여된다는 휴고상 중 3년 연속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시리즈 소설이다.

나에겐 SF소설이라기보다는 판타지소설이라고 느껴지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마법보다는 암울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디스토피아 미래 소설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지도 모르겠다.

전편이 오로진인 주인공 여성 에쑨을 중심으로 흘러갔다면,

후속작인 이번 소설은 에쑨의 딸이자 그녀가 그토록 찾으려고 하는 나쑨을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중간 중간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계속하여 나오긴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독자인 나의 관심이 나쑨에게 쏠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마도 작가가 의도한 바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쑨 역시 어머니인 에쑨과 마찬가지로 오로진이다.

오로진 자신조차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힘을 지녀서 주변인들이 무서워하거나 경멸하거나 처단하려고 하는 존재.

이미 아버지는 아들을 죽였다.

그에 반해, 나쑨은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여전히 살아 있고, 아버지와 함께 - 혹은 납치당하여 - 길을 떠난다.

그리고 만나게 된 수호자.

수호자는 오로진을 보호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

그 때문에 몸이 아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지만 운명을 거역할 수는 없다.

수호자는 오로진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오로진이 힘을 제. 대. 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오로진으로 인하여 세상이 파괴되지 않도록.

소설에서 드러나는 오로진과 수호자의 관계는 묘하다.

부모와 자식같기도 하고 마스터와 제자 같기도 하다.

오로진이 수호자를 죽이기도 하고, 어쩌면 그 반대이기도 하다.


엄마는 가끔 나쑨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나쑨은 한 번도 그 증거를 본 적이 없다.

(중 략)

아빠는 하루 일과가 끝난 뒤에도 나쑨과 놀아 주는 걸 귀찮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p. 113

이런 소설에서도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는 나타나기 마련인가보다.

자신과 같은 오로진인 딸을 아버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보호하기위해 어릴 적부터 혹독하게 훈련시켜 온 에쑨.

그런 어머니를 나쑨이 달가워 할 리 만무하다.

나쑨의 힘이 조금이라도 발휘되려고 할 때마다 억제시키고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시켰던 엄마 아닌가.

반면 나쑨의 아버지는 누가 봐도 딸에게 사랑을 듬뿍 주는 좋은 부모의 표상이다.

나쑨과 놀아주고 심지어 딸이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거짓말을 해도 혼내지 않고 안타까워하며 타이른다.

그랬던 아버지가 달라졌다.

나쑨이 오로진이라는 걸 안 순간부터.

어쩌면 죽이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딸에 대한 크나큰 사랑은 딸을 죽이기보다는 교정시키려는 결정으로 바뀌었다.

오로진이 아닌 비오로진으로 거듭 태어나게 만드는 일.

아들도 죽고 아내도 떠난 상황에서 아버지에겐 그것만이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다.


"아니면 1만 년, 2만 년은 어떨까? 자기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고 상상해 봐. 그래서 우리가 아무리 스톤이터들에게 정체가 뭐냐고 물어도 대답을 못 하는 거다."

p. 234

[걸리버여행기] 의 영원히 죽지 않는 인간 스트랄드브라그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스톤이터는 단순히 몸이 돌이라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게 아니다.

그들은 한 때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러나 주변인들이 모두 죽고 나서도, 또 세월이 흐르고 환경이 변하고 다섯번째 계절이 와도 여전히 살아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게 죽지 못하고 계속 사는 건 과연 어떤 기분일까?

나는 진시황제의 불로장생의 약을 먹고 싶지 않고, 영원의 샘도 찾고 싶지 않으며, 스톤이터가 되고 싶지도 않다.

아무리 강력한 힘을 지닌들 나 홀로 살아남는 건 그다지 재미있지도, 의미있지도 않다.

그 때가 되면 내가 어떤 존재일지 모르게 될 것이다.


소설에서 사용된 어휘 중 생소한 것들이 많다.

분명 전편에서도 나온 어휘들인데 여전히 어색하다.

판타지 문학의 세계는 어렵다.

번역가는 쉬운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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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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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빅 엔젤이 최근 세 번이나 죽을 뻔한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예상치 못하게 부활하여 집으로 돌아와서는 더욱 오만하게 구는 것도 보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이 크기로 쪼그라들어 열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상태였고, 그마저도 보행기에 기대서 걷는 수준이었다.

p. 72

시한부 선고를 받은 빅 엔젤.

멕시코인 특유의 정서상 여전히 폭력(?)적이거나 농담조의 언사가 오가지만, 그래도 가족들 사이에 엄습한 우울함은 어쩔 수 없다.

집 안에 한 명이라도 아픈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된다.

나이가 드는 만큼 세포 역시 나이를 먹고, 그만큼 병명의 개수가 다양해진다.

우리 집에도 아픈 사람이 있다.

그게 주위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병이라서 더욱 힘들다.

나는 무지 건강하고 하는 일과 모든 것에 만족하는데, 가족이 아프다.

그것이 행복을 반감시키고 좌절시킨다.

가족이란 그렇게 어려운 관계이다.

나는 잘 살고 싶은데, 누군가가 자꾸 방해한다.


그의 일생을 통틀어, 그때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둘은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동시에 그 옛날 따스한 해변에 있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이마를 댔다.

p. 180

빅 엔젤과 아내는 나란히 누워서 좋았던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혈기왕성한 십대.

미모를 뽐내던 아내와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한 빅 엔젤.

그 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혼자서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늙은 남성과 그의 아내가 있을 뿐이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젊음은 세월 앞에 어찌할 수 없었고 둘은 무력하게 남아있다.

나는 살아온 날들보다 살 날들이 많겠지만 - 희망컨대 - , 노화도 병도 죽음도 다 싫다.

그래서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다가 드는 생각 하나.

늙어서도 그는 여전히 나를 예뻐해줄까?

우리 사이는 계속 좋은 상태일까?

히스패닉계 애들은 모두 슬리퍼를 무서워했다. 수백만 명의 멕시코 엄마들은 성질이 나면 퉁방울 같은 눈을 부라리며 애들이 비명을 지르도록 팬다. 한쪽 팔로 애들을 잡고서 다른 팔로는 볼기짝을 갈겨대는 것이다.

p. 28

빅 엔젤은 처음에 돈 안토니오가 되려 했다. 그 모습 말고 아는 게 또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그 역시 인디오의 등을 허리띠로 채찍질했다.

p. 254

"이모 때문에 나 후끈 달아올랐어!"

그녀는 웃으면서 기예르모를 때렸지만, 그 애가 자기에게 기대 올 때 뜨거운 간지러움 역시 함께 느꼈다. 아, 안 돼. 나쁜 놈 같으니. 하지만 그녀도 한두 번 조카를 엉덩이로 민 적이 없지는 않았다.

p. 253

미드나 미국 자본이 들어간 영화 속에서 등장한 멕시코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카르텔의 나라 멕시코.

의문사가 많은 나라.

중년 이후 비만도가 높은 국민들.

부모의 자녀에 대한 폭력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곳.

성적인 대화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곳.

다 나의 편견인 줄 알았는데 소설 속에 그대로 나와서 놀랐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정서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간접적인 경험이 많아서그런지 어색하지는 않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지만, 만약 애초에 멕시코에서 태어났다면 당연한 듯 잘 살아갔겠지?

 
 

소설을 다 읽고나니, 멕시코 연속극 한 편을 정주행으로 몰아서 본 기분이다.

딱히 공감이 되는 내용은 없었지만, 흔한 멕시코 가정을 들여다본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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