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선생님 5 세미콜론 코믹스
다케토미 겐지 지음, 이연주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5권..


스즈키 선생님 5권에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은 그의 여자친구 아사미가 생령을 보낼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꿈을 볼 수 있다는 거다.

그 말인 즉, 그동안 교사 스즈키가 꿨던 남사스러운 '여신' 오가와와의 야릇한 꿈들도 아사미는 모두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즈키와 계속 사귀고 그의 학교 생활 이야기를 인내심있게 들어주는 아사미. 나는 이런 의구심이 든다. 그녀는 정말이지 괜찮은 것일까? 그동안 만나왔던 남자들과도 그녀가 꿈을 보는 문제로 헤어진 경우가 많았다는데, 그런 연애사에 지쳐서 이번만큼은 잘 해보려고 이 모든 걸 감내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기에 우연히 스즈키를 만난 것 뿐일까. 아사미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면서 "이제 정신 좀 차려!" 라고 말하고 싶은 건 나뿐인 걸까.


스즈키의 정신력도 아사미 못지 않게 강하다. 그는 아사미가 자신에게 생령을 보내고, 오로지 자신만의 비밀일 줄 알았던 오가와와의 꿈을 아사미에게 들켰다는 걸 안 이후에도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기며 계속해서 그녀와 사귄다. 대체 스즈키는 어떤 사람인 걸까. 더군다나 오가와가 대단한 신님이 선조라 진짜로 '여신' 일 수 있다는 데에 감동한다. 교사란 사람이 학생을 계속하여 '여신' 이라고 칭하며 그릇된 사랑이나 숭배심을 갖고 있어도 괜찮은 것인가. 


스즈키 선생님 5권에서 나오는 중심인물은 마루야마로서, 얌전하고 혼자 남아서 끝까지 청소하는 여자아이인데 문제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이 아예 없는 아이도 아니지만 혼자 생각이 많고 남들 생각까지 하며 자신은 행복하기에 불평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녀가 돌연사한 원인은 이러한 답답한 성격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화를 억누르다 화병 - 물론 요즘에는 그와 정반대로 화를 억누르지 않는 분노조절장애자가 많은 듯 하지만 - 이 생기는 마당에, 겨우 중학생이 자신과 주변의 이것저것을 고민하다가 제 풀에 지쳐버린 것일 수도 있다. 이는 교사가 신경을 더 쓰고 덜 쓰고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의 마음 속까지 들어가서 들여다 볼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저 이런 아이도 있다는 거다.


5권에서 보여지는 '역시 일본' 이라는 느낌은 마스다가 갸루화장을 했을 때 처음 들게 되었다. 잘 나가는 친구들이랑 노는 그녀가 중학생인데 화장이 굉장히 두껍다. 만화책 속 그림체로 보면 징그러운 정도이다. 물론 아사미의 생령 어쩌구 얘기도 빼 놓을 순 없다. 잘 나가던 극사실주의 - 일본이라는 배경에 한하여 - 이야기가 갑자기 판타지로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 교사 휴게실에서 여름축제기간 순찰 도는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들이 원조교제를 할 수도 있고~~' 등등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하는 걸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는 아직은 우리나라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성문화가 개방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하면 '역시 애들은 애들' 이라는 범세계적인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요코와 마루야마가 서로의 뺨을 때리며 - 뺨 때리는 건 조금 이상했지만 - 소리를 지르다가 결국엔 각자의 진심을 이해하고 더 친해진 장면, 혹은 여름축제에서 평소에는 몰랐던 다양한 재능을 펼친 아이들이 그렇다. 







6권..


스즈키 선생님 6권의 핵심 소재는 스즈키와 아사미의 혼전 임신이다. 이를 반 아이들이 - 정확하게 말하면 1명의 여자아이 - 문제시 삼는거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중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사의 품위를 해치는 행동이라 생각지도 않는다. 그냥 결혼'식' 이라는 절차보다 임신을 먼저 했을 뿐이다. 그게 어때서?


그래서 6권 내내 지리한 HR 속 스즈키 선생님 혼전 임신 문제를 두고 다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한다. 혼전임신이 옳은가 나쁜가, 만약 나쁘다면 이는 단지 그 주체가 교사이기 때문인가라는 거 하나만 보면 될 텐데, 애초에 말도 안 되는 HR 안건이 아이들의 미숙한 사고방식으로 인해 더욱 더 산으로 흘러가게 된다. 가령 자기 삼촌은 플레이보이여서 이 여자 저 여자 사귀고 다니다가 혼전임신으로 덜컥 아이가 생기니 갑자기 한 여자에게 정착하고 착실하게 산다는 한 남자아이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었던 것으로, 그건 그 사람의 경우이고 그 얘기 하나로 '혼전임신으로 생긴 아이는 철없던 사람도 철들게 만든다.' 라고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자신의 가정사를 고백하는 아이도 있다.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였으나 돈이 없어 식을 올리지 못하고 오랜 시간 동거 상태로 지냈었다는 등등. 만화책 한 권을 보는데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던가. 당장 HR 현장에 달려가서 "얘들아, 그만하자. 지금 이야기가 쳇바퀴 돌듯 빙빙 돌아가고 있잖아." 라고 말하고 싶었던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7권..

그런데 그 HR이 스즈키 선생님 7권에서도 지속된다. 이는 TV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에서 2주 연속 한 게스트를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사람 피를 바싹바싹 마르게 하는 일이다. 


자, 다시 HR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교사 스즈키는 HR 동안 자신의 연애사를 구구절절이 말한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엄청난 건 스즈키 자신이 노콘파 (성관계시 콘돔없이 해야 함) 라는 걸 아이들에게 길게 돌려서 하지만 결국엔 직설적으로 돌아와서 말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유와 논리를 아이들이 설득당할 때까지 계속하여 말한다. 그런 그에 동조하며 사실은 나도 노콘파라고 외치는 (대체 왜 소리치는 거니, 그냥 말로 해라.) 여학생도 한 명 있는데, 세상에 누가 그럴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경악했던 게, 스즈키의 노콘파 이야기는 학교에서 콘돔을 이용한 성교육을 한다는 사실에도 위배될 뿐더러, 혼전임신 자체보다 더욱 지탄받을 일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 교실에서 교사가 당당하게 성교육은 성교육이고 자신은 '콘돔을 사용하면 외로운 기분이 들기에' (이 부분에서 헛웃음이 나와 버렸다. 여느 남자들이 하는 변명과 굉장히 흡사한 발언이다.) 노콘파라고 엄청 길게 설명했다는 걸 학부모들이 알면? 혼전임신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차피 길거리 직업여성과 그런 일이 생긴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일이며 그 일을 계기로 결혼까지 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콘파 발언이고, 이는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없었다는 게 굉장히 희안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였으면 전화통에 불이 나고 일단 교육청 게시판에 글이 엄청 올라왔을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은 말 할 것도 없이. 그런데도 아이들이 이 말이 밖에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한 건 스즈키의 말발이 엄청나서인걸까. 


7권에서도 '애들은 역시 애들' 이라고 말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HR의 유일한 순기능 중에 하나가 그 이상한 규탄 회의를 통해 아이들이 서로에 대해 몰랐던 점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주장을 발언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편, 마리는 이 HR을 도청한 장본인이면서도 스즈키 선생님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상담하기도 하고, 남자아이들이 학교회장 선거에 나가려는 마리를 두고 뒤에서는 험담을 하고 (한 명은 거든 것 뿐이었다.) 앞에서는 친한 척 하기도 한다. 


마지막 즈음에는 수업시간에 이상 행동을 보이는 교사 다루코 이야기가 잠깐 언급된다. 급기야는 "왜 스즈키는 그런 HR도 허용되고, 나는 안 되냐!" 며 운동장에 대고 소리치기까지 한다.







8권..

7권에 이어서 교사 다루코는 우리가 보기에 그냥 '미쳤다' 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어울릴 듯하다. 학생들과의 파업대결이라니 제 정신인가? 정신병원이나 교사 자리를 내 놓는게 가장 맞는 해답일 텐데, 여기서 교장은 마치 스즈키처럼 '다루코 사건' 에 대해 3학년 아이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인다. 평소에도 지혜로운 발언과 자중이 넘치는 분이었지만, 갑자기 교사 스즈키에 빙의된 듯한 그의 모습에 살짝 놀랬다. 그런데 교장과 3학년 학생들의 공개 토론 자리라는 게 참으로 대단했다. 상상할 수도 없이 교장과 학생들이 서로 죽일 듯 달려 들었다. 만화책에서 빠진 건 단지 '욕설' 일 뿐이었을 거다. 


스즈키 선생님 시리즈를 쭉 읽으면서 느낀 건 그림체가 너무 과하다는 건데, 스즈키 선생님 배경이 추리도 아니고 액션도 아닌 '일개 학교' 일 뿐인데, 귀신같이 무섭게 생긴 얼굴들이 나올 때가 상당히 많고, 아이들이 하나같이 '감정과잉' 으로 소리지르고 울기 바쁘다. 






한 권에 30분씩, 총 2시간을 투자하여 읽은 스즈키 선생님 5~8권. 

내가 스즈키라면 교사하기 정말 싫을 거 같다.

어찌보면 자신이 잘못하는데도 아이들을 설득시켜서 결국 인기 선생님이 된 거 까진 좋으나,

그로 인해 동료 선생님들에게는 질투의 대상이요, 괜찮을 만 하면 교사 한 명씩 자신에게 죽일 듯이 달려든다.

게다가 아이들의 교우 관계에 - 교사로서 당연한 정도를 넘어선 듯 - 지나치게 신경써서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이다.

이만하면 족하지 않은가.

차고 넘치지 않는가.

이제 그만.

그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3의 사랑
쯔유싱쩌우 지음, 이선영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북폴리오 서포터즈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만한 부류의 책.

일단 절절하거나 갈등 구조가 많은 사랑이야기를 멀리하고, 중국 소설과 친해진 적이 결코 없었기에

집 근처 서점에 가서 평소 하지 않을 과감한 도전 정신으로 '제3의 사랑' 을 집어 들었다.


표지부터 한 떨기 사랑을 보여준다. 순백과 붉음이 적절히 섞인 사랑. 

순수하고 열정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 고통도 감내해야 하는 사랑이 바로 주인공 추우와 임계정의 사랑이다.


작가는 어쩌면 한국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을 보고 깊은 감화를 받아서,

혹은 드라마 내용이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이 책을 집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웃긴 게 뭐냐 하면, 이 소설 역시 그럴법 하면서도 그럴법하지 않다는 거다.


도시에 사는 90% 이상의 여성들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게 만든 모든 게 완벽한 - 냉철한 분위기만 제외한다면 - 한 남성.

그리고 그런 그와 어긋난 사랑에 빠지는 아름다운 외모의 변호사.

선망의 대상인 남성을 바라보며 스스로 망상에 사로잡히다 자멸의 길로 빠지고 마는 어리석은 한 여성.


이 이야기가 있을 법한가?

외모 묘사부터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현실의 남녀는 그렇게 잘 생기거나 아름답지 못하다.

재벌가의 후계자가 엄청난 외모를 자랑하는 경우를 드물게 접한다. 흔치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있을 법하다.

재벌과 소시민의 이야기가 아니다.

재벌과 변호사의 이야기이며, 변호사는 결코 소시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논리적이면서도 이성적으로 때로는 지나칠정도로 냉철하며 분석적인 대화는 본인들의 직업에서 비롯된다.



남자 주인공 임계정의 매력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여기서 그의 매력이란 비단 엄청난 집안, 재산, 지위, 외모를 일컫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 하는 자연스러운 말과 행동을 말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도와줬는데, 왜 당신만 초대했을까요?"

"그건...... 그건......"

나는 잠시 아무런 대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건......"

그가 내 말을 이었다.

"그건 당신이 보고 싶었으니까."

p.110


어쩔 수 없는 오글거림과 동시에 심쿵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렇게 솔직하게 내 마음을 뒤흔드는 남자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변호사의 이성을 가지지 않았다면 말이다.


나는 놀라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난 뒤 나는 그에게 사납게 쏘아붙였다.

"당신 정말 염치없군요!"

그가 고대를 끄덕였다.

"맞아요, 나 염치없어요. 추우, 너무 그렇게 펄쩍 뛸 것 없어요. 난 당심을 너무 오랫동안 참아왔으니까!"

p. 204


어떤 위기 상황도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로 넘어갈 수 있는 남자, 그러나 그게 처세술이 아니라 그저 마음에서 우러나올 뿐이라는 게 그 사람의 매력을 좌지우지한다.



임계정에 비해 여주인공 추우는 자신의 감정을 묵살하고 자꾸만 이성적으로만 행동하려 한다.

그 행동이 더욱 비이성적으로 느껴지는데도...


나는 다른 것이 아닌, 그의 돈이나 권세가 아닌, 그저 그의 아름다운 얼굴만으로도 충분히 매료되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이성이 대뇌를 지배했다. 나는 그를 밀치고 테이블로 걸어가 가방을 집어 들고 문을 나섰다.

p. 111


이 상황이 실제였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몸이 가는대로 행동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어떤 의미에서 추우는 정말 대단한 여성이다. 



한 편, 사랑과 연애에 대해서 감정을 동하게 하고 공감하게 하는 부분들도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사랑은, 그리고 연애는 결코 거창한 게 아니다. 


심요가 계산대에 돈을 지불하러 간 사이, 나는 문 앞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약을 사주며 그 사람에게 약을 먹으라고 명령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행복 아닐까.'

p.167


옆에서 뭐라뭐라 명령조 - 그러나 애교섞인 말투로 - 로 남성에게 지시하는 여성과, 그런 여성의 말을 잘 듣고 그대로 따르는 남성. 우리네 연애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나는 억지를 쓰며 그를 원망하는 척 연기를 했다. 연애 중인 여성만이 갖는 특권이다.

p. 267


진심이 아니면서 보이는 앙탈, 속이 빤히 보이는 귀여운 연기, 여자친구들에게는 그리 낯선 특성이 아니다.



하지만 '남자는 역시 다 똑같을까.' 라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도 등장한다.

결코 같지 않은 개개의 남자들인데, 그들이 하는 행동은 어찌 보면 일반화하거나 단순화시켜도 오류가 없을 정도로 범세계적이다.


"추우, 나에게 3년만 시간을 줘요. 그땐 모든 것을 정리하고 꼭 당신과 함께할 거니까."

p.277


재벌가 서열, 집안의 재산 등 특수한 요소가 뒤엉킨 임계정이라지만, 

이런 말을 듣는 여성에게는 답답함과 불안, 짜증이 동시다발적으로 밀려올 뿐이다.

3년 후에도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하고 있을까?

글쎄......


"네 옆에서 기다릴게. 네가 나를 용서하는 그날까지 영원히."

나는 문득 웃고 싶어졌다. 남자들이란 이렇게 쉽게 영원을 말하는 구나. 고전기, 좌휘, 임계정까지 모두 마찬가지였다.

p.336


이 부분에서 어찌나 공감했던지.

진실된 남자는 쉽게 영원을 논하지 않는다. 그가 영원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몇 십번 되뇌인 후 사용한 진심이다.

가벼운 남자는 쉽게 영원을 논한다. 만난지 몇 번 되지도 않았는데 '영원히' 라고 말했던 그 애는 지금 '영원히' 내 곁을 떠나 있다.


이 소설 전체에서 나를 가장 화나게 한 인물은 그 누구도 아닌 좌휘이다.

그리고 좌휘를 옹호하는 추월을 포함한 주변 인물들 모두.

여러 성향 중에서도 특히나 이성에 관한 건 죽을 때까지 고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특성이다.

좌휘는 이미 한 번 바람을 폈다. 제발 이혼해달라고 빌었다.

그랬던 사람이 다시 돌아오려고 한다. 이번엔 제대로 하겠다고.

제대로 된 여성이라면 절대로 기회를 주지 않는다.

기회는 스스로 차버린 그 때 그 기회 한 번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의 사랑' 을 좋아하냐고?

글쎄..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추우의 전문성과 외모, 임계정의 화려한 분위기, 그리고 강심요의 예쁘고 순수한 분위기는 맘에 든다.

그리고 그 뿐.

그들의 이야기는 나의 심장을 어루만지지도 다치게 하지도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즈키 선생님 1 세미콜론 코믹스
다케토미 겐지 지음, 홍성필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 만화책을 읽은 건

고등학생 때 막 평범하고 왈가닥인 여자 아이와 

옆 집에 이사온 까칠하지만 잘 생긴 남자애가

투닥투닥 하다 좋아한다는 이야기들의 순정 만화이후로는 정말 오랜만이었죠.


스즈키 선생님은 자신조차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교사 스즈키가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맡아 - 우리나라에서도 '중2병' 이라는 말이 있죠 -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그에 대한 자신의 치부와도 같은 감정을 드러내주는 만화예요.


사실 그냥 만화, 만화책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심오하고 

일본 교육 현장의 진실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여서

읽는 내내 상당히 마음이 껄끄럽고 불편하기까지 하죠.




1. 스즈키 선생님과 그의 여자친구 아사미


스즈키 선생님 1~4권에서 내내 그는 미팅에서 만난 아사미 라는 여성과 만나며, 

그녀에게 자신의 학급 및 학교에서 일어난 얘기들을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 위안을 찾아요.


저도 교육현장에 있어봐서 알지만, 현장 내에서는 누구와도 솔직한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어요.

교육자로서 내가 한 이야기가 어떻게 비수가 되어 내 등에 꽂힐 지 모르니까요.

그렇기에 더욱 그 교육계와 상관없는 제3자와 이야기하는 게 위안이 되죠.

스즈키 선생님은 제가 보기에 여자에게 무심한 상당히 이기적인 남성이에요.

교사로서는 얼마나 훌륭한 지 몰라도, 데이트하는 내내 거의 교사로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고,

반대로 아사미가 무얼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지 알려고도 하지 않거든요.

의사소통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일방적인 의견 표현이죠.


게다가 두번째 데이트에 자신은 '노콘 (No Condom)' 주의자라면서 

콘돔을 사용하는 여자랑은 절대로 사귀지 않을 거라 해요.

의외로 통쾌하고 까탈스럽지 않은 아사미가 그 말을 듣고 아무렇지 않아 하죠.


중간 중간 아사미가 힘들어서 잠시 연락을 중단한 적이 있는데요,

만약 저였다면 스즈키 선생님과는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헤어졌을 거라 생각해요.


심지어 아사미에게 먼저 전화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끝내 그만 두는 스즈키 선생님은 

그야말로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지 않는 무심한 타입의 남성이에요.




2. 부모와 자식

스즈키 선생님 전반에 걸쳐 가장 공감갔던 부분은

스즈키 선생님, 학교나 학생들의 모습, 연인의 모습 그 무엇도 아닌 

자식을 대하는, 때로는 쩔쩔 매는 듯한 부모의 모습이었어요.


세계 어느 나라나 과도기, 질풍노도의 시기이자 사춘기 시절의 자식은 정말이지 다루기 힘든 존재인가봐요.


야마자키 선생님이 스즈키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하죠.


"아이들은 부모의 가치관에 희생이 되곤하죠.

특히 '착한' 아이일수록 직접 반항한다거나 그러지 못하거나 집 밖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거죠."

(스즈키 선생님 1권 p.14)


매우 공감한 부분으로, 실제로도 이런 아이들을 굉장히 많이 봤어요.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학교가 아니라 가정, 그리고 부모인 건 분명해요.


틱 장애를 가지게 된 두 학생을 알았는데, 둘 다 가정과 부모라는 이슈가 있었지요.


한 번은 글씨를 매우 바르게 쓰는 아이가 있었는데, 얼마나 글씨체에 대해 잔소리를 들었는지

수업 시간에 필기하는 걸 매우 싫어했어요.


또 한 번은 영어를 매우 잘 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수업 중 발표 한 번 하지 않아서 그 이유를 알아봤더니, 

영어학원 등에 보내며 부모님이 자신을 너무 지치게 해서 영어가 싫다고 하더군요.


한 편, 부모의 성격은 아이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데요.

스즈키 선생님 3권의 다케치가 평소엔 조용조용하다가 갑자기 욱하는 성격을 보여 이상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어머니를 빼다 박았더군요.



3. 일본인의 감정 표현

스즈키 선생님 1권의 이즈미는 굉장히 조용한 모범생 이미지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급식 시간에 더러운 이야기를 하는 돌발 행동을 해서 아이들의 원성을 사죠. 

사실 이즈미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교육을 철저하게 받아서 

시끄럽고 방정맞게 먹는 나카무라를 싫어하는데, 

이에 대해 뭐라고 할 경우 자신이 속좁은 아이로 비춰질까봐 직접 말하지 않고 이상행동을 한 것이었어요.


이즈미의 행동에 전적으로 공감할 순 없지만, 

식사예절에 관해서는 굉장히 수긍이 가는게,

저도 '쩝쩝' 하는 소리를 내며 먹는 사람을 보면,

일부러 내 귀에 거슬리게 하려는 건지 힘든 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막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그들은 그 모습을 녹화해서 보여주기 전까지는 

절대로 자신들이 지나치게 소리내면서 먹는다는 걸 모르며,

대개는 가족이 똑같이 소리내며 식사를 하더라고요.


잠시 이야기가 다른 데로 흘렀는데요.

스즈키 선생님에서 비친 일본인들의 감정 표현은 제가 직접 일본에 여행가서 보고 느낀 바,

그리고 그간 접한 바와 다를 바 없었어요.

예의를 중시하고, 남에게 피해 안 주는 걸 최대 목표로 삼는 건 너무나도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숨기는 건 왠지 답답하거든요. 

스즈키 선생님 속 아이들은 계속 끙끙대며 참다가, 결국 곪아서 터져버리고 

울면서 화내다가 반성하기를 반복하죠.

어떤 사건이 터져도, 어떤 아이들이 그 사건 속 주인공이라도

패턴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렇기에 도쿄 지하철에서 스즈키 선생님에게 빨리 전동차에 타라고 화냈던 

세키 선생님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늘 조용조용한 일본 대중교통의 단면만 슬쩍 보고 왔던 저였기에

실제로 이렇게 모르는 - 세키 선생님은 처음에 스즈키 선생님인 줄 몰랐어요. - 사람에게 화내는 사람도 있다는 게 놀라웠죠.



4. 일본의 학교와 우리나라의 학교


당연히 같고도 다른 면이 있어요.


첫번째는 즐거운 급식시간인데요. 

늘 깨작깨작 조금만 먹어서 마르기만 할 줄 알았던 일본 여학생들 중에서도

가바야마처럼 급식을 더 먹겠다고 하는 아이가 있었네요. 


또한 아이들의 대다수가 탕수육을 싫어하는데요.

정말로 일본인들이 탕수육을 싫어하는지, 아니면 급식으로 나온 탕수육이 특별히 맛이 없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맛의 탕수육인 지 궁금했어요. 


급식 시간에서 교우관계로 넘어가면요.

중학생이라도 우정을 쌓아가는 발단은 여기나 거기나 의외로 단순한데요. 

오가와와 가바야마도 바로 탕수육을 좋아한다는 '흔치 않은' 취향 덕에 친해지게 되죠.


교사 인기투표 역시 친근했던 부분인데요.

비록 공개적이고도 체계적으로 한 점이 다르긴 하지만,

어떤 선생님이 더 인기있는 지도 학창시절 아이들의 큰 관심사 중에 하나인 듯 해요.


반면, 우리나라의 학교와 어느 정도 다른 점은

아이들의 성관계의 평균 연령대 및 그에 대한 인식이 일본 학생들에게서 다소 개방적으로 나타난다는 거예요.


초등학교 4학년생인 자신의 여동생과 성관계를 맺은 친구를 때리거나 절교하지 않고,

이해하는 중2 남학생.

과연 우리나라 중2학생들에게서는 가능할까요?




5.스즈키 선생님의 교사로서의 자질

그의 수업 능력, 아이들과의 의사소통 기술, 학부모를 설득시키는 능력 등 

기본적인 교사로서의 자질이 매우 훌륭하다고 여겨져요.


성관계에 대해서 초등학교 4학년 여아의 어머니를 납득시킬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정말 말도 못하게 힘든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빵빵 터지는 와중에서도

고민하고 고뇌하여 완전하고 깨끗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하여 이를 실천해요.


하지만 계속해서 학급 모범생이자 인기녀 오가와를 흠모하고 그 학생에 대한 야한 꿈을 꾸면서, 

오가와의 다리와 머리카락에서 나는 향기를 보며 가슴 떨려하고,

아이들이 서로 누가 누굴 좋아한다는 사실에 충격받고, 

심지어는 오가와가 자신에 대한 연모를 에둘러 표현한 듯한 말을 듣고 굉장히 감격한 스즈키 선생님을 이해하는 건 상당히 힘들어요.


"이런 시대에 소녀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니-

난 지금 당장 죽어도 좋아!"

(스즈키 선생님 3권 p. 164)


이 대사는 오가와를 여신처럼 떠받들면서도 성적 판타지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는 스즈키 선생님이

자신에게 한 말을 듣고 한 생각이에요.


물론 생각은 생각일 뿐이고,

개인의 생각 자체로서는 아무런 죄를 범한 건 아니지만,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그의 생각을 이렇게 알게 된 이상, 

과연 스즈키 선생님에게 믿고 여학생을 맡겨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드네요. 




6. 캐릭터


스즈키 선생님 속에서 나온 학생들의 성격은

평소에 접하던 우리나라 학생들과는 다른 면이 많기에 흥미로웠어요.
 

오가와를 좋아하는 학급 내 남학생 5명 다케치, 곤노, 요코제키, 이즈미, 도야마가 모여서

그들의 짝사랑의 대상인 오가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합의 보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그 누구것도 될 수 없으며,

영원히 다치지 않는 온실 속 꽃으로 남아 있으라는 뜻이었을까요?


미사키 : 초등학교 4학년생과 성관계한 후, 합리화하는 듯한 말을 하죠. 


"모두가 결혼할 때까지 참으면 저도 참을 수 있어요!

참을 수 없었던 놈들이 유죄로 모두 벌을 받는다면 저도 그만큼 벌을 받을게요!!"

(스즈키선생님 1권 p.130)


여기서 하나 놓친 점이 있는데요.

미사키 자신은 얼마나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 건지는 몰라도,

 그의 성관계 상대였던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은 

어머니의 추궁에 울면서 다 털어놓았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미성숙했다는 거예요. 


다케치 : '똥을 길게 눈다' 는 나카무라의 말에 삐져서 - 오가와 앞에서 망신당해서 - 

아무렇지도 않았던 급우들에게 오히려 성내면서 

자신이 할 말을 해야겠다고 빠득빠득 우기며 어불성설로 교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고,

학교를 얼마동안 쉰 다케치.

단순히 어려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성격 그대로 어른이 될 듯해요. 

혼자 찔리는 게 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성내는 타입, 주변에도 꽤 있죠.


가와베 : 유흥업에 종사하는 언니의 영향인지, 

그것도 아니면 자식들을 방치하다시피 하는 어머니의 영향인지,

가와베는 성문제에 대해 거리낌이 없고,

이를 누구에게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큰 소리로 말 할 수 있어요.

철없어 보이기도 하고, 왠지 후회할 거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려서부터 경험했기에 성인이 되어서는 실수를 덜 할거라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죠.


야마기와 : 가와베를 '안경잡이' 다케치에게 뺏긴 게 화가 난 야마기와. 

야마기와가 가와베와의 성관계시 난폭하게 했던 이유에 대해 공원에 모인 아이들에게 설명하는데 대단해요.

둘 사이의 문제를 그렇게 공론화시키다니 패기라고 해야 할까요?

거기에 가와베와 다케치를 이어준 장본인으로 스즈키 선생님을 지목하며 그에게 펀치를 날리는데,

자신의 분에 못 이기는 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7. 교사와 학부모

스즈키 선생님 속에서의 교사/학부모의 관계는 순전히 아이들의 성관계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어요.


만약 우리나라 학부모였다면 당장 교육청에 전화해서 교사나 그 학교에 문제가 생기거나, 

혹은 언론사에서 찾아와 인터넷에서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상황을 만들 텐데,

스즈키 선생님이 예외적인 건지, 아니면 일본 학교에서는 이럴 수도 있는 건지 하는 장면들이 있어요.


자신의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중2와 성관계를 맺은 상황에서

과연 이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차분하게 교사의 말을 들어 줄 어머니가 얼마나 많겠냐마는,

스즈키 선생님에서는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다음과 같은 스즈키 선생님의 발언을 보셔요.


"만약 그를 무죄라고 하면...

어머님이나 저희들도 미사키의 예민한 프라이버시를 부당하게 건드렸으니 중죄감이에요."

(스즈키 선생님 1권 p. 133)


"즉...

그들의 죄는 비밀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

우리나 어머님께 탄로났다는 점에 있습니다."

(스즈키 선생님 1권 p. 143)


보통의 어머니들이었으면 

교사가 학생을 혼내지는 못 할 망정, 자기 학급 아이라고 감싸준다며 난리났겠죠? 

그런데 스즈키 선생님의 카리스마가 엄청난 건지는 몰라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스즈키 선생님 4권에서는

성관계시 '노콘' 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학부모에게 강력하게 어필하면서,

얘기 안 끝났으니 다 들어보라고 하는데요.

와우!

햔실이라면 엄청날 텐데요.




8. 야마자키 선생님

야마자키 선생님은 정말이지 교사를 하면 안 되는 성격의 인물이었어요.

체육 시간에 많은 아이들이 느낄 정도로 가와베에게 성희롱하고, 

'그깟' 인기투표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는 아이들에게 화내는 건 물론이요,

오가와를 이성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몰래 좋아해서

유흥업소에 드나들며 교사와 학생 판타지를 변태적 행위로 실현하죠.


다행히도 권고 사직되기는 하지만,

만약 우리나라였으면.. 공무원, 교사 철밥통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직은 면하지 않았을까요?


그건 그렇고, 

일본 만화나 학교에는 실제로 이런 남자 교사가 많은가요?




9. 오가와

일본 배우 히로스에 료코를 닮은 듯한 큰 눈에 커트같은 짧은 단발에 

차가울 정도의 단정함을 기본으로 하는 오가와는 

중2라는 나이대와 걸맞지 않는 남다른 성숙한 사고방식으로

학급 내 남자아이들뿐만 아니라, 

스즈키 선생님과 야마자키 선생님, 쓰즈키 선생님을 사로잡은 여신이에요.


튀기 싫어하는 성격에 관심의 중심이 되길 극도로 꺼려하는데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면 

정말이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기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예를 잘 보여주죠.




10. 학생들의 성관계


중2와 초등학생 4학년 : 정말 사랑해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전장치 없는 성관계 : 서로 좋아하면 한 거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우리나라 학교 일선에서는 굉장히 꺼리고 쉬쉬하는 사안으로,

'누가 누구랑 했다' 식의 소문은 스즈키 선생님에서처럼 걸핏하면 들리는 건 아니고요,

 그것도 졸업 후에나 듣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죠.


그들의 개방적인 성관계에 대해선 뭐라 할 수 없지만,

스즈키 선생님처럼 교사라는 입장이라면,

어디까지 관여하고 어디까지 관여하지 말아야 할 지 결정하는 게 매우 힘들 거라고 족히 예상할 수 있어요.



11. 그림체

결코 둥글둥글하고 귀여우며 밝은 그림체는 아니에요.

오히려 다소 공포스러울 정도의 표정 묘사가 종종 드러나죠.

'그 정도로 이 등장인물이 놀란 것 같진 않은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람, 후회, 슬픔 등의 표정을 극대화시켜 나타내서 무서울 때가 있어요.




12.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즈키 선생님은 좋은 도서인가?


책이든 만화책이든 우리에게 세상에 대한 식견을 넓히게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이 만화책을 보면서 기분이 나쁘거나 놀라거나 웃기거나 화가 나거나 다양할 수 있지만,

다양한 반응만큼 마음 속에 남는 게 많을 거예요.


저처럼 공감가지 않는 내용이 산더미일 수도 있고,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들이 넘쳐날 수도 있겠으며,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 않다고 불평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비판하면서라도 후속편이 기다려지는 스즈키 선생님은 

분명 좋은 만화책이라고 말 할 수 있어요.



스즈키 선생님 1~4권을 읽는 데는 고작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만화책인 게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가독성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죠.


앞으로 출시될 5~11권이 매우 기대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브리데이
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서창렬 옮김 / 민음사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일 매일 일어날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된다면? 하지만 잠을 안 들 수는 없고, 찢겨지는 고통만 있을 뿐. 다행히도 나이는 '내' - 만약 '나' 라는 게 존재한다면 - 나이대로 흘러가고, 다만 나이를 제외한 성별, 인종, 몸매, 성격, 가족 모든 게 바뀌는 나날들.

한 번 들어간 몸에는 다시 들어가지 못하는 나.

매일 매일 . everyday


작가 데이비드 리바이선이 게이라 그런지 이 소설에서는 성에 무관한 A와 리애넌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물론 리애넌은 여자로서 여자아이와의 키스를 힘들어 하고, 잘 생긴 남자 아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A는 자신의 마음대로 될 수 없어 성별도 그 날 그 날 다르다. 



"눈을 뜨고 내 팔의 피부가 옅은 색인지 짙은 색인지, 머리털이 긴지 짧은지, 뚱뚱한지 말랐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몸에 흉터가 있는지 매끄러운지 등등을 알아보아야 한다."

p. 9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떨칠 수 없었던 원론적인 질문. 나의 몸은 어디에? 나는 존재하는 것인가? 몸은 껍데기인가? 영혼이란 있는가?


하지만 종교나 철학, 사상이나 과학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저 10대의 설레임과 사랑만 있으면 그만일 것을. 

소설 속에서 영원할 것만 같이 보이는 A와 리애넌 의 사랑도 10대들의 풋사랑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상 끝날 것처럼 사랑하다가도 마음이 변하는 게 사람이니 말이다.






이런 삶 속에서 A는 나름의 규칙을 세운다. 그건 단 하루만 그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것뿐이니, 그 사람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꿀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거. 기억에 '접속' 하여 일상적인 것을 하자. 

(물론 이런 규칙은 리애넌을 만나면서 180도 바뀐다.)



"과거에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 피해를 준 적이 있는데, 그런 실수를 할 때마다 그 일이 오랫동안 나를 괴롭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 10


이러한 태도는 리애넌을 처음 만났을 때는 어느 정도 유지되는 듯이 보였다.



"이것은 내 문제가 아니다. 나는 안다. 나는 하루 동안만 여기 있을 뿐이다. 내가 어떤 이의 남자 친구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내가 어떤 이의 삶을 바꾸어서는 안 된다."

p. 15


그리고 매일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 A 자신만의 이메일 계정으로 기록을 보내지만, 인터넷 사용 기록은 깨끗이 지움으로써 '몸을 빌려준' 이가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이야기 흐름이 바뀐다.)



"나 자신의 메일 계정을 열어서 그녀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입력한다. 저스틴의 이메일과 패스워드도 입력한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쓴다. 그리고 나에게 보낸다. 

 그 일을 모두 마치자마자 사용 기록을 깨끗이 지운다."

p. 42-43



하지만 리애넌을 만나고 다분히 감성적이 된 A는 때로는 자살 시도 소녀를 막아보려 하기도 하며, 혹은 과도 비만인 남학생을 도와줄까 생각하기도 한다. 이 중에 하나는 실행으로 이어졌고, 다른 하나는 생각에 그쳤다.



"자살은 뭐가 다른데?"

"그건 이 애 목숨이야. 다른 사람 목숨이 아니라."

"하지만 그것 역시 죽이는 거잖아."

"만약 이 애가 정말로 죽으려 한다면 내가 그걸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없어."

p. 174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서 나는 핀의 뇌에 정신적 외상을 심을 수 있을지 궁금해한다. 아주 충격적인 어떤 기억을 심어서 너무 많이 먹는 것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는지 궁금한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까지 하는 나 자신에게 소름이 끼친다. 나는 핀이 무얼 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것은 내 일이 아니라고 나 자신을 일깨워 준다."

p. 350




이 소설을 단지 공상적인 청소년 로맨스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작가의 글 속에서 깊이가 느껴진다. 감정 묘사나 감정이 들어간 배경 묘사가 상당히 서정적이며, 동시에 '매일 몸이 바뀌는 사람의 엄청난 이야기!' 라는 느낌의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그래서 '나' 는 누구인가? '나' 란 존재하는가? '나' 란 괴물인가? 자아란 무엇인가?' 등의 매우 철학적인 질문과, 때로는 '빌린' 몸에게 느끼는 동정 sympathy , 감정이입 empathy 에서부터 동화 identification 까지도 볼 수 있다. 



"지금 그녀는, 낮 같지 않은 낮이 밤 같지 않은 밤으로 바뀌면서 수평선에 넓게 펼쳐 놓은 따뜻한 오렌지색에 자신이 물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p. 36


사랑에 빠진 자신의 감정 묘사를 16살짜리가 이렇게 쉽사리 할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이 아이는 그냥 한 사람이 아니라, 365명의 다른 사람들 x 16년간을 살아온 아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 사색의 범위가 남다른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그 이면에 수 세기가, 수 세대가 있는 것처럼 느낀다. 그 정밀하고 놀라운 교감이 일어날 수 있도록 그 모든 세기와 세대가 스스로 자리를 바꾸는 듯 싶다. 모든 것이 이 사랑을 향해 달려왔고, 모든 비밀의 화살이 여기를 가리키고, 우주와 시간 자체가 오래전에 그 사랑을 공들여 만들었다고, 참으로 바보 같은 생각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우리 심장 속에서, 뼛속에서 느낀다."

p. 37


여자가 된 A, 거대 비만 소년이 된 A를 꺼리는 리애넌과 달리, A에게 몸은 예쁘고 잘 생기고를 결정해주는 것 이상이다.



"몸이 일종의 그릇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몸은 마음처럼, 영혼처럼 능동적이다. 자기 자신을 몸에 더 많이 내주면 내줄수록 우리 인생은 더 어렵고 힘들어질 것이다."

p. 89 








그래서 결론은?

사랑.


모든 사유와 고민, 내일에 대한 걱정, 오늘에 대한 걱정은 모두 집어 치운 채, A의 리애넌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된다.



"내가 리애넌의 사물함이 있는 곳을 정확히 기억한다는 사실이 특별한 - 그러나 놀랍지는 않은 -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p. 74



아직은 불안하고, 주위의 시선이 두려우며, 자신의 마음에 자신이 없는 리애넌에 비해 A는 생물학적 -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 나이에 비해서 훨씬 성숙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으며, 그가 마침내 리애넌을 위해 택한 방법도 지극히 희생적이다. (이는 결말에 해당하므로 도서 구입과 독서 장려를 위해 적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A의 리애넌과의 관계 해결 과정은 모르겠지만, 마지막 순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 소설을 '미드' (늘 미디어에 사로잡힌 나~) 로 만든다면 정말 좋겠다.

여자 주인공은 소설 속 묘사에서보다 훨씬 예쁜 Mackenzie Foy (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무서울 정도로 예쁜 딸 르네즈미 역할을 맡았던 배우) 가 하면 나이도, 외모도 딱 이겠다. 

A역은 매일 매일 다양하게~ 가끔 까메오로 재미도 더하면서.

재미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웨이크 시리즈 - 전3권 - 꿈을 엿보는 소녀 + 끝나지 않는 악몽 + 최후의 선택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맥먼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 타이틀 

꿈을 엿보는 소녀, 끝나지 않는 악몽, 그리고 최후의 선택 이렇게 세 권으로 이루어진 웨이크 시리즈.

영어 원제는 WAKE, FADE, GONE. 사실 WAKE는 상당히 반어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주인공 제이니는 근처 누군가가 잠이 들었을 때, 그 사람의 꿈 속으로 빨려들어가 꿈을 볼 수 있는 소녀로, 자신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게 빠져든다. 그리고 스스로 깨어나보려 (wake) 하지만, 힘에 부치는 일이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꿈' 은 깨어 있을 때는 꿀 수 없는 바로 그것이다. 

두번째 FADE. 제이니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성범죄자가 다닐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수사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조사하면 조사할 수록, 알려하면 할 수록, 점점 더 진실은 멀어져가고 사라져가는 (fade) 듯한 느낌이 든다. 반면에 나타나는 (EMERGE) 사람도 있으니 그 분은 양로원에서 자신이 도움을 주었던 마사 스투빈. 과연 제이니의 꿈 속에서 마사 스투빈이 하려는 말, 이끄려는 길은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GONE. 모든 수사는 끝나고, 제이니는 이제 자신의 길을 나아가려 한다. 새롭게 나타난 아버지 헨리. 그는 세상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의학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로 사라지려 (GONE) 하고, 제이니는 이를 지켜보며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자신도 모두에게서 없는 듯한 존재로 떠나 (GONE) 버릴 지, 아니면 남아 있을 지 결정의 기로에 선다.







- 칙릿 + 판타지

한 권 당 읽는데 총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굉장히 가독성이 좋고, 지루한 부분이 전혀 없어서 버스 안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틈이 날 때마다 읽을 수 있는 점, 게다가 소녀들이,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소녀와 매력적인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그들의 얽히고 섥힌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근두근하게 하는 칙릿이라 할 만하다. 

칙릿의 기본을 따르고 있는 소설답게 주인공 소녀인 제이니의 심리적 갈등이 묘사됨은 당연하다. 이는 peer pressure (같은 또래를 닮으려는 노력, 그에 대한 압박) 를 받는 여느 10대의 모습과 다름없다.

"제이니는 결코 진실을 고르지 않는다. 
제이니는 언제나 벌칙을 받는다.
그렇게, 아무도 그녀의 속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제이니는 결코 누구도 자신의 안으로 들어오도록 할 수 없다.
그들이 제이니의 비밀을 찾아낼 수도 있으니까." 
(p. 18 꿈을 엿보는 소녀)

그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판타지적 요소는 '반지의 제왕' 을 비롯한 전통 판타지 소설과는 확연히 다르다. 아예 새로운 공간 - 중간계 - 를 창조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호빗, 엘프, 트롤 등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반면, 웨이크 시리즈의 배경은 학교이고, 주인공은 꿈을 보는 능력 외에는 다른 이들과 별다를 바 없는 소녀이다. 그녀는 누구나와 같이 고민하고 사랑하며 주위의 눈에 신경쓴다. 그리고 나는 바로 그 점이 좋다. 이해할 수 없는 전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내 곁에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사람, 그런 이야기...

"쟨 알까? 내가 그 꿈속에서 자길 봤다는 걸?
(중략)
그래, 아마도......?
쪽지엔 그렇게 쓰여 있다."
(p.81 꿈을 엿보는 소녀)

누군가의 꿈을 보고, 그 꿈 속에서 만난 사실을 기억하여 깨어 있는 공간 속에서 쪽지로 알리는, 이야말로 현실과 판타지의 접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Puppy Love or NOT

스테파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 로렌 케이트의 '추락천사' 시리즈, 카산드라 클레어의 '섀도우 헌터스' 시리즈, 그리고 바로 이 소설 '웨이크' 시리즈에서 확연히 보이는 공통점 하나는, 바로 주인공 소녀의 성장과 사랑 이야기인데, 보통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의 사랑이 대단치 않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에 비해, 네 소설 속에서는 상당히 중요하고 자신의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가치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아마도 네 소녀다 '일반적' 인 학생이 아닌, '특별한' 힘을 지닌 존재였기 때문일까? 세상의 악에 반해 싸우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고민하다가도 소년 앞에서는 어쩔 줄 모르는 그들이다.

"그녀의 삶 전체가 저주 같다. 결코 남자친구도 사귈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결혼은 더더욱. 더 끔찍한 건, 그녀가 결코 누구와도 함께 잠들 수 없을 거라는 점이다."
(p,122 꿈을 엿보는 소녀)

제이니의 이러한 반응은 그녀 자신에게 있어서는 심각한 상태의 고민일지 몰라도, 주변 사람이 보기엔 그저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안 와서 대단히 삐친 소녀' 의 반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나이대의 소녀들에게 학교와 친구들, 사랑은 모든 것이며, 인생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보인다.

이 소설에서 흥미로운 점은 늘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소년의 마음도 살짝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는 길에 있었다. 공기 중에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고 부드러웠다. 
상냥하게 대해줘서.
음악같았다. 그 목소리는. 남자의 마음이 사랑에 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p.265 꿈을 엿보는 소녀)

역시 사랑은 두 사람이 동시에 빠져 버리는 건가 보다.






- 꿈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 에서 말했다. 꿈 속에서 인간의 억압과 소망 충족이 드러나며, 본능적 욕구로 가득찬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준다고. 

웨이크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로 꿈은 미래에 대한 예견같은 미신적인 요소가 아닌, 자신의 억압된 상태 - 스테이시나 케이벨의 경우 - , 소망 충족 - 멜린다의 경우 - 에 대한 대단히 그럴 법한 내용만을 지니고 있다. 

또한 자신의 의지로 꿈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제이니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제이니는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의 꿈에서 몸을 돌리는 데에 성공한다.
그걸 중요한 승리로 치기로 했다."
(p. 101 꿈을 엿보는 소녀)

"집중해, 네가 바꿀 수 있어.
제이니가 말한다."
(p. 162 꿈을 엿보는 소녀)







- 선택

'인생의 선택의 연속이다.' 라는 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뜰 것인가 말 것인가, 이를 먼저 닦을 것인가, 세수를 먼저 할 것인가 등등의 아주 습관적인 선택부터 시작해서, 대학 선택과 같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제이니는 악몽 같았던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꿈 속에서 사람들을 돕기로 선택하고,

"이건 당신 꿈이에요. 당신이 바꿀 수 있어요. 자유를 찾아요.
그가 그녀를 본다. 그의 눈이 커다래진다.
자유를 찾아요.
그녀가 다시 격려한다.
그가 싸우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그의 팔과 다리가 자유롭게 풀어진다."
(p. 199 꿈을 엿보는 소녀)

더 나아가서 학교 내 성범죄자 수색에 도움이 되기로 선택하며,

"제이니는 한 주 내내 학교에서 더빈 선생과는 성적인 뉘앙스가 들어 있는 농담들을 나누고, 왕 선생과는 혼란스러운 시선을 교환하고, 크레이터 코치와는 가시 돋히고 악의에 찬 말들을 다정하게 주고받으며 보낸다."
(p. 134  끝나지 않는 악몽)

드림캐쳐로 남아 있을 것인가, 능력을 숨길 것인가에 대해 모턴의 두 갈래 논법 중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고민하다, 결국 자신의 결정을 따르기로 한다.







- 미드 

이 소설을 보며 떠오른 미드는 '멘탈리스트' , '크리미널 마인드' 와 '푸싱 데이지' 인데, '멘탈리스트' 와 '크리미널 마인드' 가 주인공들이 지닌 천재적 기억력, 심리를 읽는 능력 등을 이용해 범죄 해결하는데 치중하는 반면, '푸싱 데이지' 에서는 시체의 몸에 손을 대면 그 사람을 잠시 살릴 수 있는 주인공의 판타지적인 능력을 이용하여 화려하고도 선명한 색채와 의상, 먹을거리를 특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웨이크' 시리즈가 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푸싱 데이지' 의 알록달록한 색감의 눈을 즐겁게 하는 장면들, 거기에 '캐리 다이어리' 의 패션, '프리티 리틀 라이어스' 의 친구, 사랑 관계와 범죄 이야기를 조합하면 멋진 TV 드라마가 탄생하지 않을까?

'웨이크' 시리즈에서 주된 사건은 예상과는 다르게 단 하나였지만, 드라마로 탄생할 경우, 풀어야 할 사건들은 무궁무진하게 된다. 

거기에 흔한 부모와의 갈등이나, 편부모 가정의 소녀라는 설정을 잘 활용하면 멋지지 않을까?

"도로시아가 제이니를 떠민다.
너 지금 대체 뭐하는 거야?
제이니는 앞이 보이는 척한다. 그녀는 어쨌든 눈은 뜨고 있다.
나...... 난 발을 헛디뎠어요.
여기서 나가,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그만해요!"
(p. 91 최후의 선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