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선생님 5 세미콜론 코믹스
다케토미 겐지 지음, 이연주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5권..


스즈키 선생님 5권에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은 그의 여자친구 아사미가 생령을 보낼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꿈을 볼 수 있다는 거다.

그 말인 즉, 그동안 교사 스즈키가 꿨던 남사스러운 '여신' 오가와와의 야릇한 꿈들도 아사미는 모두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즈키와 계속 사귀고 그의 학교 생활 이야기를 인내심있게 들어주는 아사미. 나는 이런 의구심이 든다. 그녀는 정말이지 괜찮은 것일까? 그동안 만나왔던 남자들과도 그녀가 꿈을 보는 문제로 헤어진 경우가 많았다는데, 그런 연애사에 지쳐서 이번만큼은 잘 해보려고 이 모든 걸 감내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기에 우연히 스즈키를 만난 것 뿐일까. 아사미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면서 "이제 정신 좀 차려!" 라고 말하고 싶은 건 나뿐인 걸까.


스즈키의 정신력도 아사미 못지 않게 강하다. 그는 아사미가 자신에게 생령을 보내고, 오로지 자신만의 비밀일 줄 알았던 오가와와의 꿈을 아사미에게 들켰다는 걸 안 이후에도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기며 계속해서 그녀와 사귄다. 대체 스즈키는 어떤 사람인 걸까. 더군다나 오가와가 대단한 신님이 선조라 진짜로 '여신' 일 수 있다는 데에 감동한다. 교사란 사람이 학생을 계속하여 '여신' 이라고 칭하며 그릇된 사랑이나 숭배심을 갖고 있어도 괜찮은 것인가. 


스즈키 선생님 5권에서 나오는 중심인물은 마루야마로서, 얌전하고 혼자 남아서 끝까지 청소하는 여자아이인데 문제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이 아예 없는 아이도 아니지만 혼자 생각이 많고 남들 생각까지 하며 자신은 행복하기에 불평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녀가 돌연사한 원인은 이러한 답답한 성격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화를 억누르다 화병 - 물론 요즘에는 그와 정반대로 화를 억누르지 않는 분노조절장애자가 많은 듯 하지만 - 이 생기는 마당에, 겨우 중학생이 자신과 주변의 이것저것을 고민하다가 제 풀에 지쳐버린 것일 수도 있다. 이는 교사가 신경을 더 쓰고 덜 쓰고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의 마음 속까지 들어가서 들여다 볼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저 이런 아이도 있다는 거다.


5권에서 보여지는 '역시 일본' 이라는 느낌은 마스다가 갸루화장을 했을 때 처음 들게 되었다. 잘 나가는 친구들이랑 노는 그녀가 중학생인데 화장이 굉장히 두껍다. 만화책 속 그림체로 보면 징그러운 정도이다. 물론 아사미의 생령 어쩌구 얘기도 빼 놓을 순 없다. 잘 나가던 극사실주의 - 일본이라는 배경에 한하여 - 이야기가 갑자기 판타지로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 교사 휴게실에서 여름축제기간 순찰 도는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들이 원조교제를 할 수도 있고~~' 등등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하는 걸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는 아직은 우리나라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성문화가 개방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하면 '역시 애들은 애들' 이라는 범세계적인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요코와 마루야마가 서로의 뺨을 때리며 - 뺨 때리는 건 조금 이상했지만 - 소리를 지르다가 결국엔 각자의 진심을 이해하고 더 친해진 장면, 혹은 여름축제에서 평소에는 몰랐던 다양한 재능을 펼친 아이들이 그렇다. 







6권..


스즈키 선생님 6권의 핵심 소재는 스즈키와 아사미의 혼전 임신이다. 이를 반 아이들이 - 정확하게 말하면 1명의 여자아이 - 문제시 삼는거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중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사의 품위를 해치는 행동이라 생각지도 않는다. 그냥 결혼'식' 이라는 절차보다 임신을 먼저 했을 뿐이다. 그게 어때서?


그래서 6권 내내 지리한 HR 속 스즈키 선생님 혼전 임신 문제를 두고 다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한다. 혼전임신이 옳은가 나쁜가, 만약 나쁘다면 이는 단지 그 주체가 교사이기 때문인가라는 거 하나만 보면 될 텐데, 애초에 말도 안 되는 HR 안건이 아이들의 미숙한 사고방식으로 인해 더욱 더 산으로 흘러가게 된다. 가령 자기 삼촌은 플레이보이여서 이 여자 저 여자 사귀고 다니다가 혼전임신으로 덜컥 아이가 생기니 갑자기 한 여자에게 정착하고 착실하게 산다는 한 남자아이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었던 것으로, 그건 그 사람의 경우이고 그 얘기 하나로 '혼전임신으로 생긴 아이는 철없던 사람도 철들게 만든다.' 라고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자신의 가정사를 고백하는 아이도 있다.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였으나 돈이 없어 식을 올리지 못하고 오랜 시간 동거 상태로 지냈었다는 등등. 만화책 한 권을 보는데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던가. 당장 HR 현장에 달려가서 "얘들아, 그만하자. 지금 이야기가 쳇바퀴 돌듯 빙빙 돌아가고 있잖아." 라고 말하고 싶었던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7권..

그런데 그 HR이 스즈키 선생님 7권에서도 지속된다. 이는 TV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에서 2주 연속 한 게스트를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사람 피를 바싹바싹 마르게 하는 일이다. 


자, 다시 HR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교사 스즈키는 HR 동안 자신의 연애사를 구구절절이 말한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엄청난 건 스즈키 자신이 노콘파 (성관계시 콘돔없이 해야 함) 라는 걸 아이들에게 길게 돌려서 하지만 결국엔 직설적으로 돌아와서 말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유와 논리를 아이들이 설득당할 때까지 계속하여 말한다. 그런 그에 동조하며 사실은 나도 노콘파라고 외치는 (대체 왜 소리치는 거니, 그냥 말로 해라.) 여학생도 한 명 있는데, 세상에 누가 그럴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경악했던 게, 스즈키의 노콘파 이야기는 학교에서 콘돔을 이용한 성교육을 한다는 사실에도 위배될 뿐더러, 혼전임신 자체보다 더욱 지탄받을 일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 교실에서 교사가 당당하게 성교육은 성교육이고 자신은 '콘돔을 사용하면 외로운 기분이 들기에' (이 부분에서 헛웃음이 나와 버렸다. 여느 남자들이 하는 변명과 굉장히 흡사한 발언이다.) 노콘파라고 엄청 길게 설명했다는 걸 학부모들이 알면? 혼전임신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차피 길거리 직업여성과 그런 일이 생긴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일이며 그 일을 계기로 결혼까지 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콘파 발언이고, 이는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없었다는 게 굉장히 희안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였으면 전화통에 불이 나고 일단 교육청 게시판에 글이 엄청 올라왔을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은 말 할 것도 없이. 그런데도 아이들이 이 말이 밖에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한 건 스즈키의 말발이 엄청나서인걸까. 


7권에서도 '애들은 역시 애들' 이라고 말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HR의 유일한 순기능 중에 하나가 그 이상한 규탄 회의를 통해 아이들이 서로에 대해 몰랐던 점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주장을 발언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편, 마리는 이 HR을 도청한 장본인이면서도 스즈키 선생님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상담하기도 하고, 남자아이들이 학교회장 선거에 나가려는 마리를 두고 뒤에서는 험담을 하고 (한 명은 거든 것 뿐이었다.) 앞에서는 친한 척 하기도 한다. 


마지막 즈음에는 수업시간에 이상 행동을 보이는 교사 다루코 이야기가 잠깐 언급된다. 급기야는 "왜 스즈키는 그런 HR도 허용되고, 나는 안 되냐!" 며 운동장에 대고 소리치기까지 한다.







8권..

7권에 이어서 교사 다루코는 우리가 보기에 그냥 '미쳤다' 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어울릴 듯하다. 학생들과의 파업대결이라니 제 정신인가? 정신병원이나 교사 자리를 내 놓는게 가장 맞는 해답일 텐데, 여기서 교장은 마치 스즈키처럼 '다루코 사건' 에 대해 3학년 아이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인다. 평소에도 지혜로운 발언과 자중이 넘치는 분이었지만, 갑자기 교사 스즈키에 빙의된 듯한 그의 모습에 살짝 놀랬다. 그런데 교장과 3학년 학생들의 공개 토론 자리라는 게 참으로 대단했다. 상상할 수도 없이 교장과 학생들이 서로 죽일 듯 달려 들었다. 만화책에서 빠진 건 단지 '욕설' 일 뿐이었을 거다. 


스즈키 선생님 시리즈를 쭉 읽으면서 느낀 건 그림체가 너무 과하다는 건데, 스즈키 선생님 배경이 추리도 아니고 액션도 아닌 '일개 학교' 일 뿐인데, 귀신같이 무섭게 생긴 얼굴들이 나올 때가 상당히 많고, 아이들이 하나같이 '감정과잉' 으로 소리지르고 울기 바쁘다. 






한 권에 30분씩, 총 2시간을 투자하여 읽은 스즈키 선생님 5~8권. 

내가 스즈키라면 교사하기 정말 싫을 거 같다.

어찌보면 자신이 잘못하는데도 아이들을 설득시켜서 결국 인기 선생님이 된 거 까진 좋으나,

그로 인해 동료 선생님들에게는 질투의 대상이요, 괜찮을 만 하면 교사 한 명씩 자신에게 죽일 듯이 달려든다.

게다가 아이들의 교우 관계에 - 교사로서 당연한 정도를 넘어선 듯 - 지나치게 신경써서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이다.

이만하면 족하지 않은가.

차고 넘치지 않는가.

이제 그만.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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