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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웨이크 시리즈 - 전3권 - 꿈을 엿보는 소녀 + 끝나지 않는 악몽 + 최후의 선택 ㅣ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맥먼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 타이틀
꿈을 엿보는 소녀, 끝나지 않는 악몽, 그리고 최후의 선택 이렇게 세 권으로 이루어진 웨이크 시리즈.
영어 원제는 WAKE, FADE, GONE. 사실 WAKE는 상당히 반어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주인공 제이니는 근처 누군가가 잠이 들었을 때, 그 사람의 꿈 속으로 빨려들어가 꿈을 볼 수 있는 소녀로, 자신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게 빠져든다. 그리고 스스로 깨어나보려 (wake) 하지만, 힘에 부치는 일이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꿈' 은 깨어 있을 때는 꿀 수 없는 바로 그것이다.
두번째 FADE. 제이니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성범죄자가 다닐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수사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조사하면 조사할 수록, 알려하면 할 수록, 점점 더 진실은 멀어져가고 사라져가는 (fade) 듯한 느낌이 든다. 반면에 나타나는 (EMERGE) 사람도 있으니 그 분은 양로원에서 자신이 도움을 주었던 마사 스투빈. 과연 제이니의 꿈 속에서 마사 스투빈이 하려는 말, 이끄려는 길은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GONE. 모든 수사는 끝나고, 제이니는 이제 자신의 길을 나아가려 한다. 새롭게 나타난 아버지 헨리. 그는 세상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의학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로 사라지려 (GONE) 하고, 제이니는 이를 지켜보며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자신도 모두에게서 없는 듯한 존재로 떠나 (GONE) 버릴 지, 아니면 남아 있을 지 결정의 기로에 선다.

- 칙릿 + 판타지
한 권 당 읽는데 총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굉장히 가독성이 좋고, 지루한 부분이 전혀 없어서 버스 안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틈이 날 때마다 읽을 수 있는 점, 게다가 소녀들이,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소녀와 매력적인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그들의 얽히고 섥힌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근두근하게 하는 칙릿이라 할 만하다.
칙릿의 기본을 따르고 있는 소설답게 주인공 소녀인 제이니의 심리적 갈등이 묘사됨은 당연하다. 이는 peer pressure (같은 또래를 닮으려는 노력, 그에 대한 압박) 를 받는 여느 10대의 모습과 다름없다.
"제이니는 결코 진실을 고르지 않는다.
제이니는 언제나 벌칙을 받는다.
그렇게, 아무도 그녀의 속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제이니는 결코 누구도 자신의 안으로 들어오도록 할 수 없다.
그들이 제이니의 비밀을 찾아낼 수도 있으니까."
(p. 18 꿈을 엿보는 소녀)
그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판타지적 요소는 '반지의 제왕' 을 비롯한 전통 판타지 소설과는 확연히 다르다. 아예 새로운 공간 - 중간계 - 를 창조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호빗, 엘프, 트롤 등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반면, 웨이크 시리즈의 배경은 학교이고, 주인공은 꿈을 보는 능력 외에는 다른 이들과 별다를 바 없는 소녀이다. 그녀는 누구나와 같이 고민하고 사랑하며 주위의 눈에 신경쓴다. 그리고 나는 바로 그 점이 좋다. 이해할 수 없는 전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내 곁에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사람, 그런 이야기...
"쟨 알까? 내가 그 꿈속에서 자길 봤다는 걸?
(중략)
그래, 아마도......?
쪽지엔 그렇게 쓰여 있다."
(p.81 꿈을 엿보는 소녀)
누군가의 꿈을 보고, 그 꿈 속에서 만난 사실을 기억하여 깨어 있는 공간 속에서 쪽지로 알리는, 이야말로 현실과 판타지의 접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Puppy Love or NOT
스테파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 로렌 케이트의 '추락천사' 시리즈, 카산드라 클레어의 '섀도우 헌터스' 시리즈, 그리고 바로 이 소설 '웨이크' 시리즈에서 확연히 보이는 공통점 하나는, 바로 주인공 소녀의 성장과 사랑 이야기인데, 보통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의 사랑이 대단치 않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에 비해, 네 소설 속에서는 상당히 중요하고 자신의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가치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아마도 네 소녀다 '일반적' 인 학생이 아닌, '특별한' 힘을 지닌 존재였기 때문일까? 세상의 악에 반해 싸우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고민하다가도 소년 앞에서는 어쩔 줄 모르는 그들이다.
"그녀의 삶 전체가 저주 같다. 결코 남자친구도 사귈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결혼은 더더욱. 더 끔찍한 건, 그녀가 결코 누구와도 함께 잠들 수 없을 거라는 점이다."
(p,122 꿈을 엿보는 소녀)
제이니의 이러한 반응은 그녀 자신에게 있어서는 심각한 상태의 고민일지 몰라도, 주변 사람이 보기엔 그저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안 와서 대단히 삐친 소녀' 의 반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나이대의 소녀들에게 학교와 친구들, 사랑은 모든 것이며, 인생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보인다.
이 소설에서 흥미로운 점은 늘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소년의 마음도 살짝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는 길에 있었다. 공기 중에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고 부드러웠다.
상냥하게 대해줘서.
음악같았다. 그 목소리는. 남자의 마음이 사랑에 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p.265 꿈을 엿보는 소녀)
역시 사랑은 두 사람이 동시에 빠져 버리는 건가 보다.

- 꿈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 에서 말했다. 꿈 속에서 인간의 억압과 소망 충족이 드러나며, 본능적 욕구로 가득찬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준다고.
웨이크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로 꿈은 미래에 대한 예견같은 미신적인 요소가 아닌, 자신의 억압된 상태 - 스테이시나 케이벨의 경우 - , 소망 충족 - 멜린다의 경우 - 에 대한 대단히 그럴 법한 내용만을 지니고 있다.
또한 자신의 의지로 꿈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제이니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제이니는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의 꿈에서 몸을 돌리는 데에 성공한다.
그걸 중요한 승리로 치기로 했다."
(p. 101 꿈을 엿보는 소녀)
"집중해, 네가 바꿀 수 있어.
제이니가 말한다."
(p. 162 꿈을 엿보는 소녀)

- 선택
'인생의 선택의 연속이다.' 라는 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뜰 것인가 말 것인가, 이를 먼저 닦을 것인가, 세수를 먼저 할 것인가 등등의 아주 습관적인 선택부터 시작해서, 대학 선택과 같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제이니는 악몽 같았던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꿈 속에서 사람들을 돕기로 선택하고,
"이건 당신 꿈이에요. 당신이 바꿀 수 있어요. 자유를 찾아요.
그가 그녀를 본다. 그의 눈이 커다래진다.
자유를 찾아요.
그녀가 다시 격려한다.
그가 싸우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그의 팔과 다리가 자유롭게 풀어진다."
(p. 199 꿈을 엿보는 소녀)
더 나아가서 학교 내 성범죄자 수색에 도움이 되기로 선택하며,
"제이니는 한 주 내내 학교에서 더빈 선생과는 성적인 뉘앙스가 들어 있는 농담들을 나누고, 왕 선생과는 혼란스러운 시선을 교환하고, 크레이터 코치와는 가시 돋히고 악의에 찬 말들을 다정하게 주고받으며 보낸다."
(p. 134 끝나지 않는 악몽)
드림캐쳐로 남아 있을 것인가, 능력을 숨길 것인가에 대해 모턴의 두 갈래 논법 중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고민하다, 결국 자신의 결정을 따르기로 한다.

- 미드
이 소설을 보며 떠오른 미드는 '멘탈리스트' , '크리미널 마인드' 와 '푸싱 데이지' 인데, '멘탈리스트' 와 '크리미널 마인드' 가 주인공들이 지닌 천재적 기억력, 심리를 읽는 능력 등을 이용해 범죄 해결하는데 치중하는 반면, '푸싱 데이지' 에서는 시체의 몸에 손을 대면 그 사람을 잠시 살릴 수 있는 주인공의 판타지적인 능력을 이용하여 화려하고도 선명한 색채와 의상, 먹을거리를 특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웨이크' 시리즈가 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푸싱 데이지' 의 알록달록한 색감의 눈을 즐겁게 하는 장면들, 거기에 '캐리 다이어리' 의 패션, '프리티 리틀 라이어스' 의 친구, 사랑 관계와 범죄 이야기를 조합하면 멋진 TV 드라마가 탄생하지 않을까?
'웨이크' 시리즈에서 주된 사건은 예상과는 다르게 단 하나였지만, 드라마로 탄생할 경우, 풀어야 할 사건들은 무궁무진하게 된다.
거기에 흔한 부모와의 갈등이나, 편부모 가정의 소녀라는 설정을 잘 활용하면 멋지지 않을까?
"도로시아가 제이니를 떠민다.
너 지금 대체 뭐하는 거야?
제이니는 앞이 보이는 척한다. 그녀는 어쨌든 눈은 뜨고 있다.
나...... 난 발을 헛디뎠어요.
여기서 나가,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그만해요!"
(p. 91 최후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