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유어 라이프
빌 버넷.데이브 에번스 지음, 김정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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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자신의 전공을 살린 직업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자기계발서 한 권을 접하게 되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강의 중 하나로서, 
원래는 6명의 학생들과 단 이틀 동안 하던 수업이었으나, 이제는 스탠퍼드 공과 대학 학장이 듣고 싶어할 정도라고 한다.

도서의 구성은 '인생을 디자인하는 것' 만큼이나 꽤나 체계적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재구성하는지를 간단한 표를 통해 독자가 직접 실천해보도록 한다.
백날 글로 읽어봤자 휘발성 단어들로 두뇌에서 멀리 날아가버릴 수 있기에 펜을 들고 쓰게 하는 건 꽤나 좋은 시도이다.

일, 가족, 사랑, 건강, 놀이 등에서 주로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 도서는 
저자 중 한 명인 데이브 에번스 Dave Evans 의 실수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평생의 꿈이 생물학과 관련된 일인 줄 착각하고 대학을 다니다가 2년 반 후에야 기계공학으로 전공을 바꾼 이이다.

미국이고 한국이고 할 거 없이 대학교 졸업 후 자신의 전공을 살린 직업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꽤나 적은데,
그에 비해서 난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과목을 전공으로 삼고, 또 이제는 직업으로 삼고 있으니 운이 좋은 걸까.










건강, 일, 놀이, 사랑 계기판을 작성하라.




이 책 자체는 하나의 커다란 인생설계지침이다.
최소 5년에 걸친 계획서를 한 권으로 요약하여 매일, 매주, 매달 내가 어떻게 무얼 해야 할 지 가르쳐주고 있다.
총 11단계의 지침들 중 내게 맞는 것만 뽑아 6단계로 재구성해보았다.

그 중 첫번째가 더 나아진 나를 위해 현재의 나를 파악하는 단계인데, 
삶의 영역을 건강, 일, 놀이, 사랑 이렇게 크게 4가지 부문으로 나누어 계기판을 작성하도록 한다.
한국인이라면 '놀이' 라는 부분에서 "엥?" 하고 의문을 던질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가 충분한 여가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나는 현재 사랑과 건강 분야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으며, 일과 놀이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뭐든 다 열심히 하는 삶을 살았다.
그림 그리는 것도, 책 읽는 것도, 피아노 치는 것도,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그리고 공부하는 것도.
전생이나 내세가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지금 중요한 건 현재이고, 언제 어디서 죽을 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내게 주어진 것을 최선을 다해 하지 않는다면 너무나 후회스러울 거라는 걸 잘 알기에, 뭐든 다 성실하게 한다.










직업관과 인생관을 적고 이 둘을 서로 비교해보자.



나의 직업관 - 존경받는 선생님, 인기 최고인 인터넷 강사, 모든 아이들에게 학습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멘토, 
대한민국의 영어교육을 180도 바꿀 수 있는 연구자

나의 인생관 - 약속을 잘 지키는 인생, 불의를 참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대항할 수 있는 인생, 
날씬하고 예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삶, 후회없이 죽을 수 있는 삶

이 둘은 그닥 상충되는 게 없어 보인다.
인생관에 맞는 가치관을 지니고 살면서 직업을 가지면 되는 거니까.
굳이 1200자 정도 적지 않아도 머리 속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일상 활동 중 에너지가 샘솟고 행복한 순간을 일기로 기록해라.



글로 쓰는 일기는 쉽게 지겹고 힘들어져서 초등학생들의 방학 숙제처럼 밀릴 수 있다.
글 대신 간단한 메모 방식으로 순간 순간의 행복감을 적도록 한다.
매 주의 끝에 작성록을 읽어보고 뜻밖의 놀라운 발견을 해 본다.

나의 경우에는 매일 가장 행복한 일보다는 가장 중요하고 기억에 남는 일을 남겨 보았다.
일주일동안 관찰해 본 결과 가장 행복했던 순간, 다시 말해서 긍정의 에너지가 넘쳤던 순간은 
영화 '패신저스' 를 보고 간단하게 축구 연습을 한 후, 동네 식당에서 콩나물 국밥을 먹었을 때였다.
그건 나의 일을 할 때도 아니고, 도서관에서 혼자 기욤 뮈소의 책을 읽을 때도 아니었으며, 
집에서 인터넷을 하거나,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를 떠는 순간도 아니었다.
일주일 중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남자친구와 함께 보낸 평범한 일상이었다.








마인드 매핑으로 미래 계획을 구상하라.


마인드 매핑은 그냥 보기엔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여러 수업에서, 혹은 여러 회사에서 실제로 유용하게 사용되는 기법이다.
꽤나 오래간만에 이 단어를 듣게 되어서 어색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마인드 매핑 시에는 각기 다른 3가지 대안을 구상하게 되는데, 
도서에서 예를 든 경우에서는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가진 반면, 나는 전혀 다른 3가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대안 #1. 인기 인터넷 강사 되기
대안 #2. 헬스 잡지 표지 모델 되기
대안 #3. 외국인과 사귀기

이렇게 적어놓고보니 억지로 하나의 주제가 생기는 듯한데, 결론은 '인기인'?!
어차피 이 생애에서 아이돌이 될 수 없다면, 어떤 다른 길로든 인기있는 비연예인으로서의 삶을 찾는게 인생 목표이다.
쓰다 보니 나도 몰랐던 나의 목표를 발견했다.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헐!








3가지 인생 계획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라.


"다이어트를 할 때, 금연을 결심했을 때에는 주변인들에게 최대한 널리 알려라." 라는 말이 있다.
이는 그들이 반드시 나를 도와줄 거라는 믿음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그렇게 알림으로써 주변의 시선 때문에서라도 나의 결심을 이루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주변인' 들이 실제로 도움이 되고, 사실상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서로의 대안을 적은 마인드 매핑을 쑥스럽지만 큰 소리로 읽고 의견을 공유한다.
단, 이 때 2~6명으로 구성된 사람들이 나의 가족, 친지, 친구, 연인, 은사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되는 게 좋다.

나의 계획이 아무리 허무맹랑하게 들릴 지언정 그들 중 어느 누군가로부터는 혜안이라고 할 만한 말을 들을 수도 있다.
나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의 의견을 듣고 계획을 보완할 수 있으며, 반대로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위의 계획을 내보이기가 정말 창피하지만 꼭 해보고 싶기도 하다.






실패의 경험을 기록하고 반성하라.


한 주, 혹은 한 달을 되돌아보며 실패의 기록들을 실수 / 약점 / 성장기회로 구분하여 반성해본다.
아주 사소하고 별 거 아닌 일일 수도 있고, 내내 후회할 커다란 사건일 수도 있다.

실패에 대한 면역을 키우는 습관은 슬기롭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영어 독해지문에서도 나왔듯이 어느 기업에서는 운동선수 출신을 채용하는 걸 선호한다고 한다.
이유는 운동선수는 수많은 경기에서 실패의 쓰라림을 맛보거나 부상 등으로 아픔을 겪은 후 스스로 극복하는 법을 배웠기에,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경험하게 될 여러가지 돌발 상황이나 힘든 장애물을 누구보다도 더 잘 견뎌낼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다.
그리고 나도 그들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래서 한 가지 두려운 건 지금껏 살아오면서 큰 실패 경험이 없다는 거고, 혹시라도 겪게 된다면 잘 버틸 수 있는가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쓸 데 없는 걱정은 말고, 
더욱 체계적으로 매일과 앞으로 올 날들에 대한 계획을 세워 누구보다도 즐거운 인생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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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딩 노트
tvN [내게 남은 48시간] 제작팀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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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조금은 특별한 리얼리티 쇼가 있다.
프로그램 잘 만들기로 유명한 tvN에서 '웰다잉 리얼리티' 라는 컨셉 하에 만든 [내게 남은 48:시간] 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숙, 성시경, 탁재훈 3MC는 자신들에게 만약 살 수 있는 시간이 단 48시간이 주어졌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배우 이미숙은 추억의 장소를 찾아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 화보 촬영을 하였으며, 가족들에게 영상편지를 남긴다.
한 편, 탁재훈은 아들과 추억을 만들고 유작이 될 노래를 남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책 한 권이 있으니, tvN 제작진이 만든 [해피 엔딩 노트] 라는 도서이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 'And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이라고 끝을 맺곤 한다.
그런데 살아갈 때도 그렇지만,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끝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 글로 쓰고 실천해보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한 번쯤 사용해도 좋을 듯하다.


저승사자 성시경으로부터 죽음까지 남은 시간이 단, 48시간뿐이라는 걸 전해 들은 박하선, 장수원, 최민호는 어떻게 행동을 할까?
연예인이라고 마지막 순간에 원하는 게 과연 우리들과 다를까?


혼자만의 여행을 택한 박소담의 경우를 보거나, 가족과 멤버들을 만나고 싶다는 그들의 글을 보더라도 
우리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는 구나.. 싶다.
















드디어 나에게도 [해피 엔딩 노트] 가 생겼다.

살짝 피하고 싶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마주하고 싶었던 진실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서 가상의 '죽음 직전' 을 맞이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글을 끄적임으로써 뭔가를 얻을 수 있겠지.
















[해피 엔딩 노트] 는 나를 알고,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함으로써 결국엔 행복한 결말을 맺도록 돕는 책이다.
책이기도 하고 공책이기도 하다.
적혀 있는 글보다 적어 내려갈 글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
















나는 나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다.
웹툰 작가 주호민이 자신의 SNS에 적었듯이 '사람이 이렇게 복잡하다.' 
난 이것저것 좋아하는 거 많고 소녀소녀한 게 제일 좋으며 판타지 속에 살고 싶지만, 현실에 순응한 그런 존재이다.












48시간 후에 죽음을 맞이한다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영화 [딥 임팩트] 나 [아마겟돈] 혹은 [월드 오브 투마로우] 에서 지구의 종말을 앞둔 사람들이다.
나는 분명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을 것이다.
그 밖에 해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머릿 속에 남은 한 가지 생각은...
그렇다면 그걸 지금 이 순간 바로 하면 어떨까?
굳이 죽을 날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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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러브
콜린 후버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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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런 소설 장르를 로맨스 소설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나는 남녀간의 소위 말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만 로맨스인 줄 알았는데, 

몸과 몸이 섞이는 이야기가 소설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책도 로맨스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인공은 석사 과정을 준비하며 간호사로 일하는 테이트,

그리고 그런 그녀와 육체적으로 끌리는 마일스이다.


테이트는 오빠 집으로 이사 온 직후 앞 집에 살고 있는 마일스에게 첫 눈에 반하는 듯하다.

이건 오바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과한 상상, 망상을 한다.


그의 키가 얼마나 큰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내 방문에 서 있는, 아니 방문 틀을 온몸으로 막고 있다시피 한 그를 보자 정말 키가 크다 싶었다. 만약 지금 팔로 나를 끌어안으면 내 귀가 저 가슴팍에 닿겠구나. 그러면 저 사람 턱이 내 정수리에 편안하게 내려앉을 거고.

나한테 키스라도 한다면 입술이 닿아야 할 테니 난 얼굴을 위로 젖혀야겠네. 하지만 내 허리를 둘러서 나를 끌어당길 테니까 우리 입술은 퍼즐 조각처럼 딱 맞을 거야. 하지만 우리가 같은 퍼즐에서 나온 조각은 아닌 게 분명하니 그렇게 잘 맞지는 않겠군.



정말로 어떤 남자를 처음 보자마자 이렇게 구체적으로 성적인 상상을 하는 여자가 있단 말인가?

아니면 테이트는 그저 말이 없는 남성에게 끌리는 타입이라 그런 것인가?

지금껏 내가 사귀어 온 남성들과의 첫 만남을 회상해보면, 늘 설레었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설레임. 두근두근함.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나는 확신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기대도 하지 않고, 그건 이성 문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내가 맘에 드는 남성이라 할지라도 그도 역시 내게 마음이 있다는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날 원하고 있다는 갖가지 암시를 보내면, 그 때서야 조금씩 내 마음의 빗장을 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해도 이런 저런 상상을 하진 않는다.

어쩌면 나는 성적인 상상을 포함해서 그냥 상상력이 메마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눈 앞에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사람이 내게 대하는 정도에 따라 사랑을 느끼거나 그렇지 않거나 한다.

먼저 앞서 나가거나 과도한 장면을 머릿 속에 떠올리는 일은 없다.




이 점에 관해서는 나와 달리 마일스와 테이트가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전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비치지 않는 그는 사실 수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레이철.

너는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레이철.

나는 그 애에게 문을 열어주고 클레이턴 선생님에게 레이철이 전학 왔다고 말했다. 나는 덧붙여 말하고 싶다. 교실에 있는 다른 남자애들한테, 레이철을 건드리지 말라고.

그 애는 내 거니까.

하지만 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읽자마자 드는 생각은 '헐.. 소름...'

집착 심한 스토커나 은둔형 외톨이, 변태들이 흔히 할 것만 같은 생각이다.

처음 전학 온 여학생을 보고 자신의 아이의 엄마가 될 거라고 말하는 남학생이라니.

그의 잘 생긴 외모가 아니었다면 분명 더더욱 무서운 발언이었겠지.

다행히도 레이철 역시 마일스에게 마음이 있었고, 그 덕분에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레이철과의 사랑, 레이철과의 동거, 레이철 사이에 낳은 아기, 그리고 그 아기의 죽음.

결국 마일스는 힘들어하는 레이철과 헤어지게 되고, 그 이후로 6년간 사랑이라는 걸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그의 눈 앞엔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테이트가 서 있다.

겉으로 보기엔 매우 조용하고 이성적이며 일중독인 남자가 하는 말치고는 꽤나 직설적이다.


나는 당신을 갖고 싶어요. 하지만 다른 것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당신을 갖고 싶을 뿐입니다.


테이트는 이미 마일스에게 홀딱 빠져 있었기때문에 둘의 비밀스러운 육체적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친구라면 Friends with benefit 이라고 부르겠지만, 이들은 그저 길게 이어지는 원나잇 관계라 부를 수 있다.

절대 연인들이 할 만한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기로 하고, 서로에 대해 알려고 들지 않으면서 관계를 이어나가지만,

알게 모르게 마일스는 테이트를 사랑하고 있었다.

다만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난 너에게 키스하는 게 좋아, 레이철.

당신에게 키스하는 게 좋아, 테이트.


테이트는 언젠가 끝날 관계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 둘은 즐길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일스를 향해 커져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정말 형편없는 시를 짓고 있었다.


마일스가 웃죠.

다른 사람에게 아니죠.

마일스가 웃는 건

오직 나한테만이죠.


나의 남자친구가 누구에게나 잘 웃어주는 호감형인 것도 좋지만, 

평소에는 거의 무표정이다가 나와 단 둘이 있을 때만 잘 웃는 사람인 것도 꽤나 좋다.

그리고 사실 후자의 경우가 훨씬 더 마음에 든다.











둘의 관계는 그렇게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결국 마일스가 전 아내와의 일을 조금씩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난 다음에야 결말로 다다른다.

이사 간 테이트에게 가서 쉴 새없이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마일스는 심지어 결혼을 원한다고 말한다.


이게 마일스의 단점아닌 단점이 아닐까?

한 여자만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끊임없이 사랑하는 건 좋은데, 한 번 꽂히면 무조건 결혼까지 가야한다는 거.

그 점이 상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거라고 생각한다.

나랑 재밌고 행복하게 연애하는 것 만으로는 안 되나.

데이트를 더 즐기고 싶은 이 때, 굳이 결혼해서 배 아파 아이를 낳는 계획까지 짜야 하는가.


'추한 사랑' 은 의외로 해피엔딩이다.

모두가 윈윈하고 행복한 그런 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그래서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조금 안 어울린다는 느낌도 들고,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조차 육체적 관계를 탐하던 사람들이 서로를 진정으로 원해서 결혼까지 할 수 있나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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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필요한 시간 -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사랑 인문학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자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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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는 묻는다.

"왜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한가?"


책 한 권을 다 읽고 찾은 답은 다음과 같다.


1. 내게 있는 에너지를 분출하여 다름 사람에게 순환시키기 위해.

2.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동물이기에.

기(氣) 의 맥락에서 본 인간과 사랑의 관계는 참으로 흥미롭다.

즉, 우리 모두에겐 어느 정도의 기운, 혹은 에너지가 있는데 이를 몸 안에 꽉 들어차게 둔 채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이다.

흔히들 남자와 여자의 만남을 양기와 음기의 만남으로도 말하지 않는가.

요즘 말로 '케미가 맞다.' 든가 영어표현으로는 'have chemistry with s/o.' 이 있는데, 이 역시 기운과 일맥상통하다고 본다.


몸 안에 있는 에너지를 언제나 사랑으로만 분출하는 건 아니다.

에너지의 대상은 사랑이 아닌 교육, 스포츠, 연예인 등 내가 빠져들 수 있는 모든 게 될 수 있다.



이런 '연애 자포자기' 는 운동뿐만 아니라 공부나 다른 관심 분야로 향하기도 한다.


p. 62



하지만 저자의 이런 발언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는 바이다.

왜 연애를 포기하고 plan 2의 개념으로 공부, 운동 등을 선택하였다고 보는가?

그저 연애에 대해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아니면 운동이나 공부가 그만큼 좋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나는 고등학생 때 특히나 공부를 열심히 했다.

1학년 때 같은 반에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었지만, 고백만 하고 그저 이메일이나 주고받을 뿐 본격적인 연애는 하지 않았다.

내가 연애를 포기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나는 연애보다는 일류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좋아할까? 강아지는 주인을 보면 달려와서 껑충껑충 뛰고 다리에 매달리면서 애정표현을 한다. 그래서 강아지를 키우는 주인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p. 18-19



만약 혼자서도 인생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다면 사랑하는 대상이 없어서 고독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삶은 이런 상태에서는 무슨 일을 해도 힘이 나지 않는다.


p. 20



그렇다.

내가 살아가는 큰 원동력 중의 하나는 돈, 놀거리와 더불어 사랑이다.

그 사랑은 연인간의 사랑이 될 수도 있고, 가족애, 혹은 애완견, 아니면 무언가에 대한 애착일 수도 있겠다.

내게 있어서 그건 연인, 가족, 토끼인형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매일을 살아가게 하는데 큰 힘을 주는 존재이며, 아무리 힘들어도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랑을 잘 하는 사람은 잘 하고, 못 하는 사람은 또 못 한다.

유전자의 문제일 수도 있겠고, 후천적 학습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사랑은 하나의 능력이기도 하고 학습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사람은 사랑하는 일에는 자신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p. 126-127



사랑하는 거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주저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에게 필요한 건 사랑의 경험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랑하는 와중에도 언제나 '나다움' 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사랑에는 자립의 개념이 얽혀 있다. 이 문제는 자립한 남녀가 '어른의 만남' 이라는 형태로 사랑하는가, 아니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면서 사랑하는가로 분류할 수 있다.


p. 128



사랑은 혼자서만 하는 건 아니다. 서로간의 배려와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이 바람피는 낌새를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젠가는 죽을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함께 살고 있으니 질투심으로 서로를 괴롭혀봐야 아무 소용없다고 달관하는 태도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p. 32



질투심에 대한 저자의 입장에 반기를 든다.

늘 쿨한 연인의 모습으로 남자친구/여자친구가 친구들과 술 마시다가 밤 늦게 들어가도 알아서 하게 두어야 하는가?

그러다가 나를 정말 편하게 생각해서 마음대로 바람 피고 다닌다면?

바람 핀 상대를 더욱 사랑하게되어 나와의 인연이 끊어진다면?

질투라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아예 무상관하는 태도도 옳지 않다고 본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과연 연애나 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는 초식남도 늘어가고 경제적 문제로 결혼이 늦춰지고 있다.



연애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상대는 로맨틱함을 맛보게 해주는 남자다. 하지만 이 남자와 결혼을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현실에서는 로맨스는 느낄 수 없어도 연봉 800만 엔에 정서가 안정된 남자가 결혼시장에서 환영받는다.


p. 144



요즘 젊은이들은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한다는데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


p. 169



일본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물론 나는 예외이다.

결혼이라는 시스템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만약 결혼을 한다면 돈을 보고 하진 않을 것이다.

이 생각은 초등학생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내가 쓸 돈은 내가 번다. 내가 결혼할 사람은 매일 보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이면 족하지 않은가.



이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여러 문학을 예로 들며 알기 쉽게 사랑에 대한 주장을 써 내려가고 있지만, 그의 의견은 진리가 아니라 하나의 소견일 뿐이고, 나는 많은 부분에서 그에게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한 번도 제대로 된 연애를 안 해본 이들에게, 사랑에 대한 회의를 가진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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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잇 스노우
존 그린.로렌 미라클.모린 존슨 지음, 정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크리스마스





내가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은 다름아닌 크리스마스이다.

할로윈 데이도 좋아하지만, 크리스마스는 정말이지 이 세상에 어떤 '신적인' 산타클로스는 없지만, 

북유럽에 크리스마스 마을이 있고 '사람 형상의' 산타클로스가 있닫는 걸 깨달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줄곧 가장 좋아하는 날이었다.

 

크리스마스 특유의 분위기를 사랑한다.

물론 종교적 이유로는 아기 예수의 탄생이겠지만, 이제는 -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 종교가 다른 유대인들도

 하나의 축제로서 즐기는 날이 아니던가.

Santa Tell Me, Santa Baby, Let It Snow를 비롯한 수많은 가수가 부른 수많은 버젼의 캐롤들, 

작은 전구들이 반짝이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그 아래에 있는 선물들, 크리스마스임을 상기시키는 영화들의 재상영, 

이 모든게 합쳐져서 '크리스마스다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나는 한 달 전부터 설레이다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이 되면 감정이 절정에 다다른다.

어느정도인가하면 크리스마스 D-day 어플을 휴대폰에 깔아서 D day가 될 때까지 매일 들여다보는 수준이다.

물론 땅이 좁아서 고층 아파트들이 가득한 우리나라보다는 주택이 많은 서양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훨씬 대단하다.

대한민국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로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나인데, 

언젠가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면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책 표지도 마치 컴퓨터 윈도우즈 바탕화면처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끼게 한다.

침엽수가 높이 자라난 숲에 내리는 눈과 베이비 핑크 컬러의 바탕, 거기에 껍데기(?) 를 벗겨내면 순록이 뛰어다닌다.

소설의 제목과 표지, 그리고 3가지 이야기 각각의 줄거리까지 모두 크리스마스를 나타내기에 매우 만족한다.

어쩌면 『렛 잇 스노우』는 나를 위한 소설같다.

내게 한 달 정도 먼저 온 크리스마스 선물 같다.








3개의 단편, 혹은 1개의 장편
 





이 소설은 세 가지의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는데, 사실 소설 속 인물들이 사는 곳이 모두 같으며, 

한 이야기에서 주변 인물이나 단역으로 나왔던 인물이 다른 이야기에서 또 다시 등장하거나, 아니면 아예 주인공이 되버리곤한다.
그래서 마치 크리스마스 전 날과 당일에 일어난 한 가지 이야기를 읽듯 그 재미와 감동이 이어진다.

만약 아예 다른 장소와 인물을 그린 완전 다른 3가지 이야기였다면 몰입도가 좋지 않았을테지만, 

이 이야기 3편을 읽는 내내 나는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면서 잠시 장면만 전환되는 듯 계속 푹 빠져 있었다.
영화로 치자면 'Love Actually' 라고 해야 할까?


「주빌레 익스프레스」에서 주인공 주빌레가 폭설로 멈춰버린 기차에서 만났던 잘 생긴 미국 원주민 소년 잽은 

마지막 편인「돼지들의 수호신」에서 주인공 여자아이와 서로 좋아하다가 오해가 깊어져 잠시 사이가 틀어진 남자친구이기도 하다. 

또한「주빌레 익스프레스」에서 주빌레가 기차에서 벗어나 간 와플하우스, 그리고 그 곳의 직원 던큰과 치어리더 소녀들은 

두번째 이야기인「크리스마스의 기적」에서 친한 친구였던 소년, 소녀를 연인으로 만들어주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그러니 이 세 편의 이야기를 하나의 영화로 만든다고 하는데 기대가 되는 게 사실이다.

소설과는 다르게 영화에서는 빠른 장면의 전환과 장면 사이의 겹침이 가능하기때문에 영화적 기법을 사용하여

 훨씬 더 속도감 있고 몰입도 높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 마음에 눈을 내리게 하는 이야기는...




지난 몇 년간 동성친구처럼 지내다가 어느 한 순간 동시에 이성으로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

 남자친구 가족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려다가 감옥에 갇혀버린 부모님때문에 기차 타고 할아버지댁 가는 길에 폭설로 기차가 멈추고, 

중간에 내린 마을에서 만난 남자아이와 사귀게 되는 이야기, 

전자는 별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고, 후자는 매우 흥미로우나 역시 그뿐이다.
나를 정말로 크리스마스 모드로 진입하게 하는 이야기는 세 편 중 가장 마지막에 해당하면서 제목은 비호감인「돼지들의 수호신」이다.


「돼지들의 수호신」으로 말 할 거 같으면 세 편 중 가장 식상하고 또 누구나에게 있을 수 있는 그런저런 연애사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이유로 굉장히 공감되었고, 마치 내 자신이 남자주인공 젭과 사귀는 기분까지 들었다.

여자주인공은 서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로 남자친구와 틀어지고, 술김과 홧김에 능글거리는 바람둥이와 키스한 후,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친구에게 고백, 그리고 이를 다시 후회하고 비참한 기분에 빠져 있는 중이다.
남자친구라고 불렀던 젭에게는 연락이 없고 세상 모두는 나 빼고 연애하고 있는 듯하다.



모두들 징글벨을 부르며 기뻐하는데 나만 징글징글한 종소리를 듣고 있다니. 꼴좋다.


p. 195



주인공이 하는 모든 행동은 사랑하는 사람과 막 헤어진 이들이 하는 그것과 정확히 같다.

집에 틀어박혀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울며불며하다가 그와의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기고, 온갖 이별 노래를 듣는다.



몸을 굴려서 침대 테이블에 있던 아이팟을 집어 들었다. '우울한 날' 이라는 재생 목록을 골라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 안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구슬픈 노래가 저장되어 있었다. 아이팟의 차가운 플라스틱 몸통에서 '사랑에 빠진 얼간이들' 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자, 펭귄 모양의 아이콘이 양쪽 날개를 천천히 퍼덕거렸다.

다시 메인 메뉴로 돌아가서 '사진첩' 이 나올 때까지 아이팟 화면을 아래로 쭉 내렸다. 


p. 198


마치 수년 전 내가 많이 좋아하던 사람과 헤어졌을 때 했던 행동과 비슷하다.

물론 나는 그 때 가족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나의 깊은 절망과 이별의 상처를 알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슬퍼하고, 밤에 잠들면서 울고, 길거리를 걷다가 지나가는 연인을 보며 울음을 삼키는 정도였다.

그런데 둘 사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인한 갈등이 이별의 원인이었다니 이 또한 나와 비슷하다.



우리가 멀어진 이유는 서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아니, 젭이 나를 향한 사랑을 보여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p. 205



매일 밤 전화로 잘 자라는 인사를 듣고 싶었는데 젭은 그러기에는 집이 너무 좁아서 불편하다고 했다.

"여자친구랑 달달한 얘기하는 걸 엄마한테 들키고 싶지 않아."

게다가 다른 남자애들은 학교 강당에서 여자 친구의 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고 다니는데, 내가 젭의 손을 잡으면 잠깐 꽉 잡고는 곧바로 가버리는 것이었다.


p. 206


하지만 끝에 가서 다른 남자와 키스한 여자친구를 용서하고 다시금 돌아오는 젭.

과연 현실에서도 이런 결말이 가능할까 의문이긴하지만 어쨌든 해피엔딩이라 행복하다.









영화




이 소설을 영화로 각색할 때 나의 가상 캐스팅은 이렇다.

(이미 감독도, 배우도 다 정해졌겠지만...)






 제목

 주빌레 익스프레스

 크리스마스의 기적

 돼지들의 수호신

 역할 : 배우

 주빌레 : 다니카 야로쉬

 토빈 : 저스틴 비버

  : 엘리자베스 올슨

 스튜어트 : 에즈라 밀러

 앤지(듀크) : 클로이 모레츠

  : 테일러 로트너

 

 JP : 이기홍

 찰리 :로건 레먼


 






책 한 권으로 잠시나마 나를 행복하게 해 준 『렛 잇 스노우』.

내년에는 꼭 영화 『렛 잇 스노우』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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