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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필요한 시간 -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사랑 인문학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자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저자는 묻는다.
"왜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한가?"
책 한 권을 다 읽고 찾은 답은 다음과 같다.
1. 내게 있는 에너지를 분출하여 다름 사람에게 순환시키기 위해.
2.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동물이기에.
기(氣) 의 맥락에서 본 인간과 사랑의 관계는 참으로 흥미롭다.
즉, 우리 모두에겐 어느 정도의 기운, 혹은 에너지가 있는데 이를 몸 안에 꽉 들어차게 둔 채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이다.
흔히들 남자와 여자의 만남을 양기와 음기의 만남으로도 말하지 않는가.
요즘 말로 '케미가 맞다.' 든가 영어표현으로는 'have chemistry with s/o.' 이 있는데, 이 역시 기운과 일맥상통하다고 본다.
몸 안에 있는 에너지를 언제나 사랑으로만 분출하는 건 아니다.
에너지의 대상은 사랑이 아닌 교육, 스포츠, 연예인 등 내가 빠져들 수 있는 모든 게 될 수 있다.
이런 '연애 자포자기' 는 운동뿐만 아니라 공부나 다른 관심 분야로 향하기도 한다.
p. 62
하지만 저자의 이런 발언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는 바이다.
왜 연애를 포기하고 plan 2의 개념으로 공부, 운동 등을 선택하였다고 보는가?
그저 연애에 대해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아니면 운동이나 공부가 그만큼 좋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나는 고등학생 때 특히나 공부를 열심히 했다.
1학년 때 같은 반에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었지만, 고백만 하고 그저 이메일이나 주고받을 뿐 본격적인 연애는 하지 않았다.
내가 연애를 포기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나는 연애보다는 일류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좋아할까? 강아지는 주인을 보면 달려와서 껑충껑충 뛰고 다리에 매달리면서 애정표현을 한다. 그래서 강아지를 키우는 주인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p. 18-19
만약 혼자서도 인생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다면 사랑하는 대상이 없어서 고독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삶은 이런 상태에서는 무슨 일을 해도 힘이 나지 않는다.
p. 20
그렇다.
내가 살아가는 큰 원동력 중의 하나는 돈, 놀거리와 더불어 사랑이다.
그 사랑은 연인간의 사랑이 될 수도 있고, 가족애, 혹은 애완견, 아니면 무언가에 대한 애착일 수도 있겠다.
내게 있어서 그건 연인, 가족, 토끼인형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매일을 살아가게 하는데 큰 힘을 주는 존재이며, 아무리 힘들어도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랑을 잘 하는 사람은 잘 하고, 못 하는 사람은 또 못 한다.
유전자의 문제일 수도 있겠고, 후천적 학습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사랑은 하나의 능력이기도 하고 학습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사람은 사랑하는 일에는 자신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p. 126-127
사랑하는 거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주저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에게 필요한 건 사랑의 경험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랑하는 와중에도 언제나 '나다움' 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사랑에는 자립의 개념이 얽혀 있다. 이 문제는 자립한 남녀가 '어른의 만남' 이라는 형태로 사랑하는가, 아니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면서 사랑하는가로 분류할 수 있다.
p. 128
사랑은 혼자서만 하는 건 아니다. 서로간의 배려와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이 바람피는 낌새를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젠가는 죽을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함께 살고 있으니 질투심으로 서로를 괴롭혀봐야 아무 소용없다고 달관하는 태도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p. 32
질투심에 대한 저자의 입장에 반기를 든다.
늘 쿨한 연인의 모습으로 남자친구/여자친구가 친구들과 술 마시다가 밤 늦게 들어가도 알아서 하게 두어야 하는가?
그러다가 나를 정말 편하게 생각해서 마음대로 바람 피고 다닌다면?
바람 핀 상대를 더욱 사랑하게되어 나와의 인연이 끊어진다면?
질투라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아예 무상관하는 태도도 옳지 않다고 본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과연 연애나 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는 초식남도 늘어가고 경제적 문제로 결혼이 늦춰지고 있다.
연애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상대는 로맨틱함을 맛보게 해주는 남자다. 하지만 이 남자와 결혼을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현실에서는 로맨스는 느낄 수 없어도 연봉 800만 엔에 정서가 안정된 남자가 결혼시장에서 환영받는다.
p. 144
요즘 젊은이들은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한다는데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
p. 169
일본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물론 나는 예외이다.
결혼이라는 시스템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만약 결혼을 한다면 돈을 보고 하진 않을 것이다.
이 생각은 초등학생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내가 쓸 돈은 내가 번다. 내가 결혼할 사람은 매일 보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이면 족하지 않은가.
이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여러 문학을 예로 들며 알기 쉽게 사랑에 대한 주장을 써 내려가고 있지만, 그의 의견은 진리가 아니라 하나의 소견일 뿐이고, 나는 많은 부분에서 그에게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한 번도 제대로 된 연애를 안 해본 이들에게, 사랑에 대한 회의를 가진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