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야무진 첫마디 - 속터지는 엄마, 망설이는 아이를 위한
정윤경 외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육아때문에 골머리 앓는 분들이 참 많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아직 미혼인 데다가 결혼 계획, 게다가 육아 계획은 향후 20년간 없는 싱글싱글 소녀이기에 이 책이 당황스럽긴 하지만, 
주변에 언니들이나 이모를 봐도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일들 중에서 육아가 가장 힘들다고 하더군요.
오죽하면 대학교에서 부모되기교육이라는 강좌가 개설되었을까요.













꼭 영유아를 키우는 분만이 육아책 추천하는 엄마의 야무진 첫마디를 읽을 필요는 없다고 봐요.
가족대화가 거의 시들시들한 현대에 있어서 자녀가 1세이든 15세이든 
부모공감대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은 한 번쯤 읽으면 좋은 북폴리오의 육아책이에요.














그러면 제일 먼저 북폴리오의 육아책을 쓴 지은이들에 대해 알아볼게요.

기본으로 학사, 석사 학위, 혹은 박사학위를 가진 발달심리 전문가 5명이 모여 쓴 가족대화에 도움을 주는 육아책으로서, 

저자들 중에서도 정윤경씨는 그동안 부모대화법에 관한 많은 저서들을 쓴 바 있으며, EBS 교육프로그램에도 다수 출연하였어요.



















책선물하기 좋은 북폴리오의 엄마의 야무진 첫마디가 어떤 구성과 순서로 이루어져 있는지 목차를 볼게요.
아동의 나이대별 발달심리과정에 따른 순서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로 크게 나누어 알기 쉽게 했어요.

















비단 아이와 부모와의 대화뿐만 아니라 아이와 관련된 부부 사이의 대화 역시 중요하다는 거 다들 아시죠?
그래서 이 책에서는 양육을 위한 부부 공감 대화와 편부모 가정에서의 자녀대화법 등 다양한 경우를 예로 들어 실었어요.
특히나 편부모 가정 파트를 보니 저자들이 얼마나 사려깊게 도서를 썼는지 알 수 있겠어요.


















그러면 각 챕터별로 살짝 맛보기 해 볼게요.
챕터를 구분하는 첫 장마다 보이는 일러스트(삽화)가 아이와 부모, 부부 사이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육아책이라는 걸 확연하게 알 수 있도록 해요.



















무려 204가지의 상황이 제시되어 있고, 거기에 하면 안 될 말과 하면 좋은 말이 디테일하게 나와 있어서 
대화가 단절된 가정에서 힘들어 하는 분이나 처음 하는 육아가 어려운 분들이 읽으면 굉장히 좋아요.
"이럴 땐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라고 막연하게 답답해 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무려 400페이지가 넘는 책 두께에 당황하신 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 읽듯이 한 번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야한다는 부담감은 떨쳐 버리는 게 좋아요.




















오히려 이 책을 하나의 백과사전이나 영어사전쯤으로 생각하면 좋을 거에요.
가령 자신이 처한 상황에 어울리는 첫마디를 찾기 위해 목차를 뒤지는 거에요.
그리고 그 챕터만 찾아 읽으면 끝!
어차피 다 읽고 독후감 쓸 것도 아니잖아요?
















육아를 하는 친구나 언니, 이모나 지인을 위한 책선물 하고 싶은 분들,
실용적으로 도움 되는 가족대화가 가득한 육아책 엄마의 야무진 첫마디 선물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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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어디에선가 많이 봤던 캐릭터가 있으니, 알고 보니 일본 구마모토현의 홍보 캐릭터였던 쿠마몬.
구마모토현 행사, 캐릭터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던 쿠마몬을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죠.














모든 동물을 '귀엽게' 변화시킬 수 있는 일본의 캐릭터 산업은 그야말로 대단하다고 여겨져요.
쿠마, 즉, 곰의 이미지를 단숨에 귀엽게 바꿔버린 리락쿠마라든가 쿠마몬은 상상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쿠마몬은 같이 kuma가 들어간 쿠마모토현(혹은 구마모토현) 의 캐릭터로서 인형은 기본이고, 
백팩, 휴대폰 케이스 등 다양한 제품들로 출시되고 있어요.













인기 엄청 많은 아이돌 그룹 - 제 주변에도 몇 명이 팬 - 인 BST의 멤버 민윤기는 이미 쿠마몬의 열혈 팬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마치 제가 리락쿠마나 라인프렌즈 인형탈을 만났을 때의 반응이랄까요?















그런 쿠마몬이 '코믹 쿠마몬' 이라는 이름의 4컷만화로 출시되었어요.
물론 일본에서는 이미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북폴리오에서 쿠마몬만화책으로 나왔지요.
쿠마몬 캐릭터 덕후들 소리질러!!














4컷만화책 코믹쿠마몬의 주인공 캐릭터인 쿠마몬은 흡사 위니 더 푸의 푸를 연상시킬 정도의 초긍정 성격을 갖고 있어요.
곰이라는 캐릭터의 특성 상 먹을 거를 상당히 좋아한다는 점도 푸우와 닮았어요.
한 편, 어떤 상황에서도 화내지 않고 친구들을 도우려는 그를 보면, 읽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질 정도에요.
집게발이 달린 친구를 위해 가위바위보할 때 일부러 보를 내는 쿠마몬을 주위에서 쉽게 보긴 힘들죠.













빅 재미가 있는 코믹한 만화책을 찾는 분들에게는 코믹 쿠마몬을 추천하지 않아요.
일상 속에서 우정과 기쁨을 발견하는 쿠마몬에게서 힐링을 받을 분들에게 권하는 4컷만화책이에요.
또한 구마모토현의 월별 행사 속에서의 쿠마몬을 봄으로써, 
자연스럽게 그 곳에 놀러가고싶게 만드는 관광 효과도 톡톡히 발휘하고 있는 똑똑한 쿠마몬만화책이지요.
저도 읽으면서 도쿄, 오사카, 오키나와 이런 데 말고 구마모토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규슈 지역에서는 오키나와 한 군데 밖에 안 가봤는데, 구마모토현이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토끼가 귀여운 소녀 캐릭터로 등장하여 특히 마음에 들어요.
아이돌 토끼, 마술사 보조 토끼,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레이디 토끼, 할로윈 데이를 즐기는 아가 토끼 등이 나와요.
올 컬러 만화책이라서 시각을 자극하고 집중도를 높이며, 어린 아이들이 읽기에도 좋을 거라 생각해요.














코믹 쿠마몬은 20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속도에 박차를 가하게 하는 만화책인데요.
책을 다 읽고 어느덧 뒤쪽으로 가다보면 마치 영화 크레딧을 방불케하는 제작진 및 원안 제공 부분을 볼 수 있어요.
저는 봐도 뭔지 모르겠지만 제작진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어요.


















코믹 쿠마몬은 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귀여운 디테일은 다 넣은 만화책이에요.
우선 표지 뒤 안쪽면을 보면 책갈피로 잘라 쓸 수 있는 그림이 있어요.
책이 깔끔하고 예뻐서 굳이 책갈피로 잘라 써야 할 지 갈등 생기게 하는 대목이에요.
또한 책을 위나 아래에서 보면 쿠마몬 캐릭터가 있어요.
마치 중, 고등학생들이 문제집 옆면에 글귀나 이름 적었던 것과 비슷해요.
















귀여움은 이게 다가 아니에요.
초등학생 때 자주 그려 쓰곤 했던 '안마권' 도 있고, 연하장에 씰처럼 붙여 쓰면 좋은 그림도 있어요.
지극히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발상이라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져요.








코믹 쿠마몬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 넘기면 움직이는 그림 나오게 하기' 에요.
저도 공책에 종종 하곤 했던 스킬(?) 인데 이 책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넘나 귀여운 힐링 만화책 코믹 쿠마몬.
한 번 읽어보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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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엘자 - 얼음산을 등반하다 사고를 당해 혼수 상태에 빠진 지 20주.

들을 수는 있으나 말 할 수도, 볼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 

사람들은 그녀가 여전히 전혀 의식이 없는 줄 알고 있다.



티보 - 신디라는 여자친구와 사귀다 헤어진 상태. 

여자아이 둘을 치어 죽인 교통사고의 장본인인 남동생 병문안을 가려다 엘자의 병실에 우연히 들어가게 된다. 



이야기는 엘자와 티보, 서로 모르는 그러나 서로를 알게 되는 두 사람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혼수상태였다가 깨어난 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청각을 다시 얻게 된지 6주가 된 엘자의 생각과, 그녀를 바라보는 티보. 

둘은 그렇게 서로에 대해 인지하게 되고 조금씩 사랑을 느끼게 된다.


과연 주변인들의 눈에 둘의 사랑이 정상으로 보일 수나 있을까?

엘자가 의식이 돌아온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마당에 티보의 사랑을 황당한 짝사랑이나 연민쯤으로 치부하진 않을까?

어쩌면 소설이라 로맨스가 되고, 소설이라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일 수 있다.

만약 이게 현실이고, 티보가 나의 친구였다면 나는 결코 쥘리앵처럼 그를 응원해주고, 혼수상태에 관한 서적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쥘리앵은 프랑스 사람이고 나는 한국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상황이 그렇지 않은가.

이름과 외모, 그리고 사고의 원인만 아는 여자와 단 한 번 말도 섞어보지 않고 무작정 좋아하는 친구를 이해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짓 당장 그만 두라고 소리 치거나, 다시는 그 여자의 병실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어쩌면 티보의 마음에 깊게 공감하고 그를 지지한 쥘리앵은 티보 본인보다 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 예쁜 사람, 생일 축하 뽀뽀를 받아야지." 


p. 19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과 한 침대에서 잠을 자려 하다니, 뭔가 병적인 낌새를 느낄 수도 있는 일 아닌가. 


p. 107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뽀뽀를 하는 그.

행여나 이 장면을 우연히 보기라도 한다면, 

그는 정신이상자나 가만히 누워있는 여성에게 성적인 호감을 느끼는 변태로 취급받아 쫓겨날 게 뻔하다.

과연 티보가 엘자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가 궁금하다.

엘자가 예뻐서? 신디와 다르게 말이 없고 조용해서? 지금 누군가가 필요한 공허한 때라서?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엘자에 대한 그의 진심을 알려면 엘자가 깨어난 이후의 상황을 가정하면 좋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깨어나고 그 후에도 그가 그녀와 사귈 의향이 있다면 그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인정받을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엘자는 청각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 기능까지 되찾으려는 기미를 보인다.

나는 혼수상태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누군가가 coma에 빠져 버리고 혹시 다시 깨어날 수 있다면, 

엘자와 같은 단계를 겪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본다.




"꿈을 꾼 게 아니래도요, 의사선생! 분명히 이 환자가 무슨 소리를 냈어요!"


p. 137



맥박이 엄청 빨라지더군요. 다음 순간, 엘자가 몸부림치는 바람에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p. 175



온기. 부드러움. 접촉.


p. 191



간병인 아주머니가 에센셜오일 두 방울을 내 목덜미에 발라줄 때 희미하게 재스민 향도 맡았던 것 같다.


p. 237



듣기만 하던 엘자는 말하고, 몸부림치고, 누군가가 살에 닿는 걸 느끼고, 향기를 맡는다.

물론 이 모든 게 너무나 찰나의 순간이라서 마치 꿈같이 여겨지고 믿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품게 한다.

어쩌면 비정상적으로만 보이던 티보의 사랑이 현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엘자의 설레임이 환희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그리고 연명치료를 중단하려는 엘자 어머니의 마음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그런 희망.



소설의 결말은 책 표지처럼 아름답다.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별처럼 누군가는 곧 다시 빛나게 된다.
책을 덮으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눈가에 살짝 무언가 맺힌 걸 발견하게 된다.
기뻐서일까, 의아해서일까, 안도해서일까.

엘자와 티보.
이 둘이 과연 사귀게 될 지, 아니면 서로간의 백일몽으로 끝날지는 책 속에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뒷 이야기를 독자의 상상에 맡긴 저자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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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공감능력 결여




태어날 때부터 울지 않던 소년 선윤재.
엄마의 걱정 하에 동네 병원에서부터 대학 병원에서까지 찾아가 본 결과
뇌의 편도체가 선천적으로 남보다 작아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에 걸린 것이다.
소년은 추위와 더위, 배고픔과 간지러움 등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왜 사람이 웃고 울고 기뻐하고 화내는 지 그 이유를 알 지 못한다.

그렇다고 소년을 소시오패스와 동급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소시오패스가 다른 사람이 가질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면서 해를 가하는 반면, 소년은 무리 속에서 평범하게 살려고 한다.
어머니가 늘상 하는 '정상적' 으로 살라는 말이 습관이 되고 훈련이 되어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내 머릿 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p. 19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머릿 속 어디 한군데가 고장이 났는지 마땅히 '그래야 할 때' 그런 감정을 경험할 수가 없다.

이건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할머니의 죽음에도 울지 않을 수 있고 가슴 아프지 않다면 축복인 것일까.
누군가에게 죽도록 맞아도 아프거나 힘들지 않고 조금 불편할 뿐이라면 축복인 것일까.
영화 '이터널 선샤인' 에서 주인공 조엘이 그랬듯 사랑에 대한 아픈 기억을 지울 필요가 없으니 축복인 것일까.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기가 어려워 늘 혼자 있어야 하니 저주인 것일까.
주위 사람들에게 '괴물', '사이코패스' 따위의 소리를 들어야 하니 저주인 것일까.
감정 연습을 따로 해야 하니 저주인 것일까.

나의 생각은 축복이라는 거다.
그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있다고 해서 겪는 모든 것에 대해서 느낄
부정적인 감정이 없으니 이건 그야말로 축복이지 않을까?
사람들이 아무리 내게 손가락질 하고 나를 욕해도 난 그것에 대해 신경쓰지 않으므로 편한 인생이 아닐까?
지금처럼 사소한 일로 상처받고 분노하고 하루를 망칠 필요가 없으니 부러울 따름이다.

 

 

 

 

 

 

 

전혀 다른 두 소년의 만남



우리 주변에 있는 공기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윤재.
그리고 그의 삶에 운명처럼 나타난 이름 곤이.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른 성향을 띄고 있다.
윤재가 모든 일에 처연한 자세를 취하는 반면,
어릴 적 실종되어 소년원에 다녀 온 적 있는 곤이는 흔히 말하는 애정결핍 증상을 보이면서
모든 일에 폭력적으로 대꾸하는 경향이 있다.

곤이는 윤재를 타겟 삼아 학교에서 계속하여 괴롭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습에
결국 자기도 모르는 사이 윤재와 가까워지려고 한다.

나는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겐 곤이가 필요했다.

p. 107


곤이의 등장과 그가 하는 모든 행동, 그리고 언어는 윤재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그저 세상에 태어나 숨만 쉬는 존재였다면, 이제는 세상 속에서 조화롭게 살려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나는 나비가 편안한 곳으로 갔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비가 불편에 처하는 걸 막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p. 134


생물, 혹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시험해보려했던 곤이의 '나비 실험' 이 실패로 돌아간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년은 나비의 아픔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에 느낄 수 없었지만 나비가 죽은 걸 결코 당연하거나 옳은 것으로 여기진 않는다.

서로 같이 시간을 보내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많은 것을 나누는 관계.
안 보이면 궁금하고 만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친구' 임을 깨달은 소년은 곤이를 '친구' 로 인정하고 그 애를 구하기로 한다.
곤이 대신 두드려 맞으면서도 몸이 살짝 아프다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줄 알았으나,
이내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비로소 인간으로서 거듭 태어나게 된다.

혹시나 머리에 가해진 엄청난 충격이 물리적으로 그의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일까?
소년이 신체적으로 변화하였든, 아니면 정신적으로 변화하였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친구를 얻고 동시에 감정까지 얻었다는 것이다.


 

 

 

 

 

 

소년에게도 봄은 오는가



마치 자기 혼자만 세상에 존재하는 듯 살아가는 소녀 도라.
"왜 달리냐?" 는 질문에도 숨쉬듯 그냥 달린다고 답하는 소녀.
왕따를 당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친한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늘 누군가와 잘 지내는 듯 하다.

혼자 있을 때도 완전해보이는 그녀에게 서서히 마음이 끌리는 소년이다.
無감정이었던 소년에게 다행인 건 누구나 겪는 사춘기를 똑같이 겪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춘기 덕분에 친구도 얻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알게 되지 않았는가.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환영같은 영상들이 머릿속에 한없이 반복 재생됐다. 출렁이던 나무들, 색색의 이파리들, 그리고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서 있던 도라.

p. 166


소년이 부지불식간에 도라에게 마음이 가듯, 소녀 역시 윤재를 '평범' 한 동시에 '특별' 한 사람으로 느끼고 있었다.
두 사람의 편도체 크기차가 얼마나 되었든지간에, 중요한 건 그들 사이에 흐르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이건 소년이 말한 것처럼 과연 뇌가 조종한 것일까, 아니면 마음이 속삭인 것일까.

 

 

 

 

 

 

소년, 다시 태어나다.




소년은 성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를 도와준 주위 사람들과 그 자신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순식간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고백을 들려주었고 관찰할 수 없는 자의 인생을 보게 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 겪어 보지 못한 사건들이 비밀스럽게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p. 37


물론 그가 뭘 어쩌려는 목적으로 책을 읽은 건 아니다.
어머니가 헌 책방을 운영한 탓에 자연스럽게 손에 들어온 게 책이었기에 읽은 것 뿐이다.
덕분에 그는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보다도 많은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엄마는 내게 본격적인 '교육' 을 시작했다. 내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건 그저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임을 넘어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p. 22


엄마는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끔은 아파서 내가 슬며시 힘을 뺄 때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른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p. 146



만약 가족마저 그를 외부인 취급하며 손을 떼고 포기했다면 어찌 되었을 지는 눈에 그리듯 선하다.
그는 자기 자신의 노력, 어머니와 할머니의 사랑, 그리고 친구들로 인해 비로소 사람다워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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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으니까, 오늘도 야식 - 힘든 하루를 끝내고,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영혼을 달래는 혼밥 야식 만화
이시야마 아즈사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이시야마 아즈사



작가는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먹방투어' 가기 좋은 곳으로 알려진 오사카에 거주하고 있다.
나 또한 오사카에 간 적이 있으며, 
도쿄나 오키나와 등 다른 지역보다 딱히 맛있는 게 많다고는 못 느꼈지만, 적어도 먹어본 모든 음식이 다 맛있긴 했다.

그녀는 환경적으로 대식을 즐길 수 밖에 없는 가정에서 자라났다.
자신의 집에서 사용하는 밥 공기 크기와 친구네 집에서 사용하는 밥 공기 크기가 거의 2배 차이날 정도로 더 크고,
어머니는 손이 크시며 가족 구성원 모두 덩치가 크다.

이제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사는 그녀에게 혼밥이란 일상과도 같다.
 야간에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와 일찍 잠드는 여동생의 생활 패턴이 다르기에 남은 시간을 야식으로 보내는 것이다. 




간단 조리 야식


저자는 많은 솜씨를 요하거나 과정을 요구하는 요리는 야식으로 해 먹지 않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자신을 위한 힐링용으로 만드는 야식이기에 
손이 너무 많이 간다면 그건 오히려 힐링이 아닌 독이 될 것이다.

맘에 드는 점은 그녀가 하는 요리가 10분 내외로 걸리는 간단하 야식들이라는 거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한 게 많다는 것이다.
나 역시 가스레인지나 오븐을 이용한 요리에는 젬병이라서 모든 재료를 전자레인지로 돌려 먹는 걸 선호한다.

그녀가 만드는 야식을 보고 있자면 
마치 TV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에서 셰프들이 15분 안에 만드는 요리를 보는 거 같기도 하고,
예전 '해피투게더' 속 코너였던 야간매점을 보는 거 같기도 하다.




군침을 돌게 하는 비쥬얼



야식만화를 보고 있다보면 마치 식재료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상세한 요리 과정을 친절하게 적어두는 요리책은 아니지만, 색감과 그림체로 요리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다음은 만화책 속에서 나로 하여금 한 밤 중 배고픔을 느끼게 한 야식들의 목록이다.
팽이버섯 조림을 넣은 날계란 밥, 크림 고로케 샌드위치, 날계란을 올린 우동, 노점 라멘.
이 중에서 노점 라멘은 비록 그녀가 직접 만든 요리는 아니지만, 충분히 그 맛과 먹는 분위기를 가늠하게 한다.

노점 라멘을 보고 있자면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주인과,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를 대화와 맛있는 음식으로 푸는 사람들로 가득한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운동회 도시락



요새 초등학교를 보면, 무상급식의 여파로 운동회 날에도 학교에서 급식이 나온다.
물론 이는 초등학교마다 다르기때문에, 
운동회 날에는 급식이 나오지않고 4교시로 마치거나, 그 날만 도시락을 싸(사)오게 하는 곳들도 있다.

내가 꼬꼬마 초딩이었던 시절 운동회 날은 아침부터 기분 좋은 소리와 냄새로 가득했다.
할머니께서 부엌에서 김밥 재료들로 바쁘게 김밥을 싸는 풍경이 지금도 눈 앞에 그려지는 듯 선하다.
내게 있어서 운동회 도시락은 김밥과 작은 과자, 그리고 물과 음료수였다.

그런데 저자의 운동회날엔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음식들이 도시락으로 만들어졌나보다.
일단 나처럼 외동딸이 아니었기에 하루에 형제자매가 같이 운동회를 하니 온가족이 먹을 많은 음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림 속 큼지막한 주먹밥과 각종 반찬들을 보자니 나와는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낭만적인 바게트 빵


예전에 TV 광고를 보고 바게트 빵에 대한 환상을 품은 적이 있다.
제대로 길고 큰 빵이 그렇게 맛있어 보일 수가 없었으며, 유난히 길어서 종이 봉지 위로 튀어나온 바게트 빵이 예뻐보였다.
물론 그 땐 치즈 없이 먹기에는 너무 뻑뻑한 빵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실제로 베이커리에서 바게트 빵을 사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작게 넣어준다는 것도 몰랐다.

바게트 빵, 종이 가방, 자전거, 베레모, 그리고 프랑스 파리.
이 모든 게 파리로 합쳐지면서 낭만적인 정서를 자아낸다.
지금은 IS의 테러나 난민, 집시 등과 같은 각종 범죄로 기피 도시가 된 곳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게트빵이 불러 일으키는 심상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공상 음식



야식만화책 한 권을 통틀어 가장 많이 공감했던 부분이다.
혹자는 '꼬꼬마 텔레토비' 에서 텔레토비들이 먹는 스마일 빵을 먹고 싶다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속 음식들에 군침 흘리기도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만화 속 요리를 스스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저자의 경우에는 그 만화영화가 '알프스 소녀 하이디' 였으며, 나는 소설로 읽은 내용이라서 크게 떠오르는 장면은 없다.
하이디가 먹는 치즈를 바른 흰 빵과 수프가 그토록 먹고 싶었나 보다.



내게 있어서 공상음식은 '빨간머리 앤' 에서 나타난다.다이애나와 앤이 숲으로 함께 간 소풍에서 예쁜 보자기를 펴 놓고 다과를 즐기는 장면,딸기쥬스인 줄 알고 잔뜩 마신 게 알고 보니 포도주여서 앤이 크게 혼나는 장면,사실 '빨간머리 앤' 은 소녀라면 누구나 꿈 꿀 만한 음식들이 가득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다.




앤과 함께 사는 초록 지붕 집의 마릴라 아주머니의 요리 솜씨는 가히 대단해서 매 화 볼 때마다 동심을 자극하였다.

늘 밥, 김치, 국, 김, 계란후라이, 멸치조림, 콩자반 등이 올려진 우리집 식탁에서는 볼 수 없는 음식들이었기에 갈망이 더욱 컸다.

딸기가 잔뜩 올려진 타르트, 부드러운 머랭, 속이 꽉 찬 머핀 등 어린 내겐 꿈과 같은 음식들이었다.





야식만화는 이렇게 내게 추억을 상기시키곤 끝을 맺는다.
비록 다이어트 중이라 야식과는 거리가 먼 상태이지만, 한 밤중에 보기엔 최고의 만화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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