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TV 광고를 보고 바게트 빵에 대한 환상을 품은 적이 있다.
제대로 길고 큰 빵이 그렇게 맛있어 보일 수가 없었으며, 유난히 길어서 종이 봉지 위로 튀어나온 바게트 빵이 예뻐보였다.
물론 그 땐 치즈 없이 먹기에는 너무 뻑뻑한 빵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실제로 베이커리에서 바게트 빵을 사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작게 넣어준다는 것도 몰랐다.
바게트 빵, 종이 가방, 자전거, 베레모, 그리고 프랑스 파리.
이 모든 게 파리로 합쳐지면서 낭만적인 정서를 자아낸다.
지금은 IS의 테러나 난민, 집시 등과 같은 각종 범죄로 기피 도시가 된 곳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게트빵이 불러 일으키는 심상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야식만화책 한 권을 통틀어 가장 많이 공감했던 부분이다.
혹자는 '꼬꼬마 텔레토비' 에서 텔레토비들이 먹는 스마일 빵을 먹고 싶다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속 음식들에 군침 흘리기도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만화 속 요리를 스스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저자의 경우에는 그 만화영화가 '알프스 소녀 하이디' 였으며, 나는 소설로 읽은 내용이라서 크게 떠오르는 장면은 없다.
하이디가 먹는 치즈를 바른 흰 빵과 수프가 그토록 먹고 싶었나 보다.
내게 있어서 공상음식은 '빨간머리 앤' 에서 나타난다.다이애나와 앤이 숲으로 함께 간 소풍에서 예쁜 보자기를 펴 놓고 다과를 즐기는 장면,딸기쥬스인 줄 알고 잔뜩 마신 게 알고 보니 포도주여서 앤이 크게 혼나는 장면,사실 '빨간머리 앤' 은 소녀라면 누구나 꿈 꿀 만한 음식들이 가득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다.
앤과 함께 사는 초록 지붕 집의 마릴라 아주머니의 요리 솜씨는 가히 대단해서 매 화 볼 때마다 동심을 자극하였다.
늘 밥, 김치, 국, 김, 계란후라이, 멸치조림, 콩자반 등이 올려진 우리집 식탁에서는 볼 수 없는 음식들이었기에 갈망이 더욱 컸다.
딸기가 잔뜩 올려진 타르트, 부드러운 머랭, 속이 꽉 찬 머핀 등 어린 내겐 꿈과 같은 음식들이었다.
야식만화는 이렇게 내게 추억을 상기시키곤 끝을 맺는다.
비록 다이어트 중이라 야식과는 거리가 먼 상태이지만, 한 밤중에 보기엔 최고의 만화책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