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으니까, 오늘도 야식 - 힘든 하루를 끝내고,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영혼을 달래는 혼밥 야식 만화
이시야마 아즈사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이시야마 아즈사



작가는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먹방투어' 가기 좋은 곳으로 알려진 오사카에 거주하고 있다.
나 또한 오사카에 간 적이 있으며, 
도쿄나 오키나와 등 다른 지역보다 딱히 맛있는 게 많다고는 못 느꼈지만, 적어도 먹어본 모든 음식이 다 맛있긴 했다.

그녀는 환경적으로 대식을 즐길 수 밖에 없는 가정에서 자라났다.
자신의 집에서 사용하는 밥 공기 크기와 친구네 집에서 사용하는 밥 공기 크기가 거의 2배 차이날 정도로 더 크고,
어머니는 손이 크시며 가족 구성원 모두 덩치가 크다.

이제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사는 그녀에게 혼밥이란 일상과도 같다.
 야간에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와 일찍 잠드는 여동생의 생활 패턴이 다르기에 남은 시간을 야식으로 보내는 것이다. 




간단 조리 야식


저자는 많은 솜씨를 요하거나 과정을 요구하는 요리는 야식으로 해 먹지 않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자신을 위한 힐링용으로 만드는 야식이기에 
손이 너무 많이 간다면 그건 오히려 힐링이 아닌 독이 될 것이다.

맘에 드는 점은 그녀가 하는 요리가 10분 내외로 걸리는 간단하 야식들이라는 거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한 게 많다는 것이다.
나 역시 가스레인지나 오븐을 이용한 요리에는 젬병이라서 모든 재료를 전자레인지로 돌려 먹는 걸 선호한다.

그녀가 만드는 야식을 보고 있자면 
마치 TV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에서 셰프들이 15분 안에 만드는 요리를 보는 거 같기도 하고,
예전 '해피투게더' 속 코너였던 야간매점을 보는 거 같기도 하다.




군침을 돌게 하는 비쥬얼



야식만화를 보고 있다보면 마치 식재료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상세한 요리 과정을 친절하게 적어두는 요리책은 아니지만, 색감과 그림체로 요리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다음은 만화책 속에서 나로 하여금 한 밤 중 배고픔을 느끼게 한 야식들의 목록이다.
팽이버섯 조림을 넣은 날계란 밥, 크림 고로케 샌드위치, 날계란을 올린 우동, 노점 라멘.
이 중에서 노점 라멘은 비록 그녀가 직접 만든 요리는 아니지만, 충분히 그 맛과 먹는 분위기를 가늠하게 한다.

노점 라멘을 보고 있자면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주인과,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를 대화와 맛있는 음식으로 푸는 사람들로 가득한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운동회 도시락



요새 초등학교를 보면, 무상급식의 여파로 운동회 날에도 학교에서 급식이 나온다.
물론 이는 초등학교마다 다르기때문에, 
운동회 날에는 급식이 나오지않고 4교시로 마치거나, 그 날만 도시락을 싸(사)오게 하는 곳들도 있다.

내가 꼬꼬마 초딩이었던 시절 운동회 날은 아침부터 기분 좋은 소리와 냄새로 가득했다.
할머니께서 부엌에서 김밥 재료들로 바쁘게 김밥을 싸는 풍경이 지금도 눈 앞에 그려지는 듯 선하다.
내게 있어서 운동회 도시락은 김밥과 작은 과자, 그리고 물과 음료수였다.

그런데 저자의 운동회날엔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음식들이 도시락으로 만들어졌나보다.
일단 나처럼 외동딸이 아니었기에 하루에 형제자매가 같이 운동회를 하니 온가족이 먹을 많은 음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림 속 큼지막한 주먹밥과 각종 반찬들을 보자니 나와는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낭만적인 바게트 빵


예전에 TV 광고를 보고 바게트 빵에 대한 환상을 품은 적이 있다.
제대로 길고 큰 빵이 그렇게 맛있어 보일 수가 없었으며, 유난히 길어서 종이 봉지 위로 튀어나온 바게트 빵이 예뻐보였다.
물론 그 땐 치즈 없이 먹기에는 너무 뻑뻑한 빵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실제로 베이커리에서 바게트 빵을 사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작게 넣어준다는 것도 몰랐다.

바게트 빵, 종이 가방, 자전거, 베레모, 그리고 프랑스 파리.
이 모든 게 파리로 합쳐지면서 낭만적인 정서를 자아낸다.
지금은 IS의 테러나 난민, 집시 등과 같은 각종 범죄로 기피 도시가 된 곳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게트빵이 불러 일으키는 심상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공상 음식



야식만화책 한 권을 통틀어 가장 많이 공감했던 부분이다.
혹자는 '꼬꼬마 텔레토비' 에서 텔레토비들이 먹는 스마일 빵을 먹고 싶다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속 음식들에 군침 흘리기도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만화 속 요리를 스스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저자의 경우에는 그 만화영화가 '알프스 소녀 하이디' 였으며, 나는 소설로 읽은 내용이라서 크게 떠오르는 장면은 없다.
하이디가 먹는 치즈를 바른 흰 빵과 수프가 그토록 먹고 싶었나 보다.



내게 있어서 공상음식은 '빨간머리 앤' 에서 나타난다.다이애나와 앤이 숲으로 함께 간 소풍에서 예쁜 보자기를 펴 놓고 다과를 즐기는 장면,딸기쥬스인 줄 알고 잔뜩 마신 게 알고 보니 포도주여서 앤이 크게 혼나는 장면,사실 '빨간머리 앤' 은 소녀라면 누구나 꿈 꿀 만한 음식들이 가득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다.




앤과 함께 사는 초록 지붕 집의 마릴라 아주머니의 요리 솜씨는 가히 대단해서 매 화 볼 때마다 동심을 자극하였다.

늘 밥, 김치, 국, 김, 계란후라이, 멸치조림, 콩자반 등이 올려진 우리집 식탁에서는 볼 수 없는 음식들이었기에 갈망이 더욱 컸다.

딸기가 잔뜩 올려진 타르트, 부드러운 머랭, 속이 꽉 찬 머핀 등 어린 내겐 꿈과 같은 음식들이었다.





야식만화는 이렇게 내게 추억을 상기시키곤 끝을 맺는다.
비록 다이어트 중이라 야식과는 거리가 먼 상태이지만, 한 밤중에 보기엔 최고의 만화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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