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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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혼, 졸혼 등 몇 년 전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한 신조어들이 있다. 

이는 유교적이면서도 전통적인 결혼관에 반기를 드는 트렌드이기도 하면서 참고만 살아왔던 부부, 특히 아내의 반격이기도 하다.

가부장적인 상하구조의 가정에서 아이 하나만 보고, 혹은 남편의 경제력때문에 꾹 꾹 참아오던 여성들이, 

은퇴와 함께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버린 남편을 보면서 자신의 독립성을 주장하고 우위에 서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한 건 젊은 시절엔 바람도 피고 술도 마시고 외박도 하면서 가정과 아내, 아이를 소홀히 하거나 

독박육아를 하게 하며 대놓고 무시하던 남성들이 

나이가 들면서 - 여성 호르몬 때문인 걸까? 아니면 직장을 잃어서? - 

점점 아내에게 의존하게 되고 그들의 말을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나에게 정기적으로 들어오던 수입이 끊어지거나, 병이 들어서' 라는 이유로 버림 받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기도 하다.

참으로 결혼 생활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별 다를바 없는지 각종 통계자료와 실제 결혼 생활을 해 온 여성들에 대한 인터뷰로 

그들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북폴리오의 신간 에세이가 여기 있다.

고바야시 미키의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는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여성이 한 말로,

귀여운 그림체와는 정반대로 살벌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TV나 영화를 통해, 하다못해 직접 가서 느낀 일본인들, 그 중에서도 일본 여성들은 순종적이고 얌전하며 조용하다.

그래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도 늘 그런 줄로만 알았고 집 안에서 소리 지르는 일 따윈 없는 줄 알았다.

(하긴 만화책 [짱구는 못말려] 를 보면 짱구의 엄마는 곧잘 소리지르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런데 북폴리오 에세이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를 읽고 보니 

주로 독박육아로 몇 년간 스트레스가 쌓인 육아맘들이 결국은 화를 참지 못하고 떠뜨리고 있다.


"뭐 하는 거야? 지금 장난해? 그럴 거면 차라리 나가 죽어!"

아침 7시 30분, 도쿄의 어느 아파트.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거실에서 아내가 남편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p. 13


대개는 남편을 향한 분노를 속으로 삭이거나 마음으로만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을 말로 드러내는 아내들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남편이 죽을 때를 대비하여 미리 집 문서를 자신의 명의로 돌리고 보험을 드는 다소 치밀한(?) 계획을 짜는 아내들도 있었다.

역시 조용하지만 뒤로는 할 거 다하는 일본인다운 특성이라고 해야 할까?








에세이 속 육아맘들이 '핍박'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성숙하지 못하거나 이기주의의 극단을 달리는 남자를 만나 결혼한 것이고, 

둘째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집안일과 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뿌리박힌 고정관념이다.

경제적인 이유나 단지 일하는 것이 좋아서 맞벌이 하는 가정이 태반임에도 불구하고 일가정양립은 없는 듯 하고, 

결국 남자는 직장, 여자는 가정 일로서, 직장 여성도 가정 일을 도맡아하고 전업주부는 말 할 것도 없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이상적으로는 50:50의 집안일 분담이 당연하겠지만, 

남자는 손도 까딱하지 않거나 어쩌다 한 번 쓰레기 버리는 등의 쉬운 일 하나 해 놓고서는 유세를 부린다.

남자들은 자신이 속한 가정의 집안일을 '돕는 게' 아니라 '같이 한다' 라는 개념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직장에서 일하던 아내의 생활 패턴이 육아휴직 기간 동안 전업주부로 바뀌고 남성이 그 생활에 익숙해지면 아내가 복직한 후에도 집안일이나 육아를 그대로 떠맡는 경우가 많다.


p. 33

게다가 남편은 이런 리에의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집에 오면 맥주를 마시며 늘어졌다. 한마디 하려고 하면 시어머니가 "밖에서 열심히 일하느라 피곤할 테니 그 정도는 봐줘라"고 끼어들었다. 


p. 117


저녁 식사 때 젓가락 놓는 것을 깜박 잊기라도 하면 남편은 시위하듯 맨손으로 밥을 퍼먹었다.


p. 176









비단 이들뿐이 아니다.

가까이는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두 분은 거의 하루 종일 집 안에 계시는데, 식사 차리고 과일 깎고 빨래하는 등등의 일을 거의 다 할머니께서 하신다.

젊은 시절에는 할아버지께서 일을 나가셔서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지금은 왜?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피곤해서 늦게 일어날라치면 계속 깨우면서 아침 밥을 차리라 한다.

지금이 대체 어떤 시대인데 이렇게 살고 있는가?

그래서 우리 할머니도 이혼해서 혼자 살아야겠다는 말을 하시다가도 진짜로 혼자 살 자신은 없는지 금새 조용해지신다.


왜 남편은 결혼 유무에 상관없이 원하는 만큼 직장을 다녀도 되고, 여자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행여나 맞벌이 가정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돈을 더 많이 벌기라도 하면 남성들은 왜 그렇게들 열등감에 빠져버리고 마는가?

이는 다 사회적 패러다임과 의식구조의 문제로서, 사회가 계몽되고 그 다음 개개인이 깨우치진 않고서는

- 여성들은 이미 자각한 듯 싶지만.. - 남성들의 둔탁한 사고방식은 영원히 옛날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경제적 불안 때문이아니라 단지 '좋아서' 일을 한다고 하면 '여성(엄마)의 이기심' 으로 여기기 쉽다.


p. 18

직장에 다닌다는 것과 부모라는 점은 엄마나 아빠 모두 똑같다. 그런데 엄마만, 즉 여성만 육아의 중압감에 짓눌린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열이 나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엄마인 미유키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보육 교사는 왜 아빠에게 연락하지 않는 걸까?


p. 37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사토코가 늘어난 업무 때문에 남편보다 늦게 퇴근하자 남편이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고, 결국 가정내 이혼 상태가 되었다. '남편이 내 일을 질투하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해외 출장을 갈 떼 사토코가 가지 말라고 한 적도 없다. 그런데 왜 남편은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일까?


p. 63


이 에세이 속 남성들은 하도 답답하고 멍청해서 말 그대로 '궁둥짝을 걷어차주고' 싶다.








어쩌다 이런 사람들이 결혼을 하게 된 것일까?

아내에게 독박육아나 하게 할 거면서 아이는 왜 낳은 걸까?

단순히 고대 인류부터 내려온 종족 번식의 본능 때문에?

편안하게 쉴 집과 일해 줄 가정부가 필요해서??

그런데도 인터뷰 속 여성들은 정작 가장 필요한 이혼은 하지 못하고 

그저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 말하면서 소심한 저항을 할 뿐이다.

아이의 아빠라는 이유로, 경제적인 이유로, 주변의 시선이 무서워 등등 각종 핑계를 들며 이혼만은 피하려 한다.


결국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지 않았다. 정신적인 학대를 받은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 함께 지내던 사람이 사라지면 아이가 어떻게 생각할까? 다카코는 아이의 가정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남편을 용서할 수는 없었지만, 아이하고는 별개의 문제였다. '썩어빠진 인간이라도 이 아이의 아빠니까.' 그래서 남편이 죽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혼을 결심할 수는 없었다.


p. 109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아직 많이 남은 여생을 윤택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혼이 필수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평생 직장' 을 가지고 있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리저리 직장을 옮겨다니는 걸 달가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교 철학과 출신이 바리스타로 성공하기도 하며, 교사를 하다가 의류 디자이너가 되기도 한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법으로 맺어진 인연이라고 없앨 수 없는 건 아니다.

정말로 싫은 사람과 함께 살기 보다는 조금 힘들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사는 게 낫다.

그만큼 참았으면 이제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다고 본다.

한 번 뿐인 인생을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죽을 만큼 싫은 사람과 같이 살 것인가?

살인은 법치국가에서 허용되지 않는 금기시되는 행위이므로 이혼으로 대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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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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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억지 웃음과 억지스러운 슬픔을 쫙~ 빼고 진정성있는 감동만 담은 이야기가 있다.

작가는 소설로 낼 생각이 없었고 그저 사유하며 끄적이던 원고였는데 이제는 책으로 만들어져 있다.

소설의 서문에서 밝히는 이야기의 주제는 내가 평소 생각하던 것과 놀랍도록 잘 맞아 떨어진다.



이것은 거의 항상 한 쌍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랑과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다. 무엇보다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p, 7



연애를 할 때는 사랑하면서도 헤어질 때를 생각하며 지레 겁먹는다.

나의 어린시절부터 유년기, 그리고 이제는 성인기를 함께 하고 있는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들이 떠날 때를 떠올리면 두렵기만 하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시간이 잡히지 않는 것만 같아 두렵다.

혹시라도 나와 함께 한 시간을 잊어버릴 그들의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다.

부모님보다 나를 더 자식처럼 기른 조부모님과 살고 있는 나이기에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은 더 마음에 와닿는다.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가벼운 무게의 책이지만 느껴지는 깊이는 남다르다.






아내를 먼저 하늘로 보내고 혼자 남은 할아버지. 

그에게 남은 건 오로지 수학과 손자 노아 뿐이다.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그의 노여움을 잠재울 수 있는 건 그 둘 뿐이다.



평생 할아버지의 믿음을 저버린 적 없는 두 가지가 수학과 손자다.


p. 13



노인성 치매에 걸린 그는 자신의 기억 속 아내와 모든 것이 살아 숨쉬는 광장이 사라질까봐 두렵다.

하루가 다르게 자꾸만 작아지는 광장의 크기는 잊혀지는 기억과 반비례한다.



"내가 생각한 것들."

할아버지가 대답한다

"바람에 날아가고 있어요."

"오래전부터 계속 그러고 있단다."


p. 66



가끔씩 성을 내고 가지 말라는 배에서 다쳐 돌아오는 노인과 같이 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 테드는 자신의 아들이자 노인의 손자인 노아가 할아버지와 같이 있도록 하면서

 '치매' 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이는 그 단어를 발음하면 그게 현실이 되어 더욱 가중될 것만 같은 기분 때문일 수도 있고, 노인과 노아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다.


그렇게 노인의 며느리에 대한 존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이 할아버지, 아들, 손자 이렇게 남자 셋의 모습이 보여진다.

아동 성장 소설을 보면 [피터팬] 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서 어른들의 모습은 최소화되어 나타난다.

적어도 주인공의 부모는 거의 존재감이 없으며, 소설 속 비중이 작은 어른들은 악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은 조금 독특한 성장 소설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얼핏 보면 할아버지 위주의 이야기에 손자가 조연으로, 아버지가 카메오로 나오는 거 같지만,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에서 손자가 느낄 감정과 깨달음을 생각해보면 노아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국 노아는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지식과 삶의 지혜를 전달하는 교사가 되니 말이다.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써 내려간 듯한 글로부터 깊은 슬픔을 발견한다.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매일 아침 더 길어지고' 이는 그가 알던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가 매달릴 수 있는 건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노아와 기억 속 아내이다.



"우리, 작별하는 법을 배우러 온 거에요, 할아버지?"

마침내 아이가 묻는다.

노인은 턱을 긁으며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다.

"그래, 노아노아.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작별은 힘든 것 같아요."


p. 74



소설을 읽으며 울컥하는 순간이 몇 번 있다.

감정이입이 심하게 되면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만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지 아니면 그 반대일지 모르겠지만 여지껏 작별을 경험한 적이 없다.

흔한 사랑의 이별말고 누군가를 이 세상에서 영영 보내는 그런 작별 말이다.

장례식장에 가 보긴 했지만 떠난 이는 누군가의 가족이나 직장 동료의 가족이었고 나와 가까운 이는 아니었다.

그런 나는 작별에 대한 면역성이 전혀 없다.

그래서 때때로 마음이 너무 무거워지고 무서운 기분이 든다.

만약.. 만약...?? 

아무래도 견딜 수 없을 것만 같다.

도저히 이겨낼 자신이 없다.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노아노아야.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고 싶거든."


p. 81








할아버지가 내게 슬픔만을 전달한 건 아니다.

그는 애잔하면서도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나랑 평생을 함께했잖아요. 내 평생을 가져갔으면서."

"그래도 부족했어."


p. 27



평생을 솔로로 살겠다고 다짐해 온 나는 요즘 들어 아주 이기적인 이유로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것도 괜찮겠다고 느끼고 있다.

즉, 내가 외롭거나 힘들거나 아플 때 무조건 나를 지지할 사람과 평생을 같이 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나와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온 타인과 반평생을 산다는 건 당연히 힘든 일일 거다.

특히나 지금처럼 불륜이 비일비재한 시대에는 진실한 사랑을 찾을 수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래도.. 어딘가엔???



"견딜 수 없을 만큼 당신이 보고 싶어."


p. 101




내게 있어서 연애세포를 솟아나게 하는 건 스타들의 열애 소식이나 스캔들, 혹은 가상 결혼 모습이 아니다.

주름살 진 손과 젊은 시절 미모를 잃어버린 얼굴을 보면서도 예쁘다고, 잘생겼다고 말하면서 사랑하는 노부부이다.

내가 없을 때 나를 그리워해 줄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언젠가는 반드시 겪게 될 그리움이 벌써부터 두렵다.

영원히 찾아오지않는 감정이었으면 좋겠다.

평범한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생활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가장 평범했던 일들이 그리워. 베란다에서 아침을 먹었던 거. 화단에서 잡초를 뽑았던 거."


p.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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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피부 여행 - 생명의 보호벽, 피부에 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 매력적인 여행
옐 아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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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k-beauty 라는 말이 생겨서 우리나라 사람들, 그 중에서도 여성들이 얼마나 미용에 관심이 많은지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 관광 온 외국인들은 ' Made in Korea' 가 적힌 화장품들을 잔뜩 사서 돌아가기도 하고, 

랑O, 샤O, 디O과 같은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은 신제품 출시 전 한국 여성들의 반응을 먼저 살펴보기도 한다.

한 편으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성형대국' 이라는 다소 명예롭지 못한 타이틀이 따라 붙는 나라이기도 하다.

따로 성형관광상품이 있을 정도로 하나의 문화처럼 정착하였고, 

이웃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비싸지 않으면서도 효과가 좋은 성형을 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



미(美), 꾸미기 열풍은 한국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뻗쳐서 그루밍이라는 단어가 대유행하고 되고,

길거리에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이 생긴 드럭스토어에서는 따로 남성화장품, 혹은 그루밍 코너가 생겨났다.


이 모든 현상은 그만큼 뷰티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극명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외모를 가리고 바꾸고 꾸미는 화장법 뿐만 아니라 바탕이 되는 피부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도 풍부한 사람들이라, 

올바른 성인 여드름 처리법, 여름철 피부관리, 선크림에 대한 오해와 진실 등 

마치 지식프로젝트를 방불케 할 정도의 내용을 매일 검색하고 또 받아들인다.


그런 의미에서 와이즈베리에서 출간한 옐 아들러의 [매력적인 피부 여행] 은 

'더마 코스메틱의 원조 독일에서 왔다.' 는 식으로 마케팅만 잘 하면 충분히 대박 날 소지가 있는 피부관리 필독서이다.

도서의 내용 상 성형외과 의사들은 싫어할 수도 있기에 성형외과보다는 피부과에 비치해두거나, 

뷰티 유튜버나 SNS 스타 등 인플루언서들이 홍보만 제대로 한다면 금새 비문학 베스트셀러 1위로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잘 읽어보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그동안 피부와 뷰티에 대한 선입견을 바로잡기위해 잡지나 SNS,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텍스트와 그림, 동영상을 접해서 그런지 

한국 여성들에게는 식상하리만큼 뻔한 내용들이 자주 보인다.


선크림이 선전하는 것만큼 효과를 누리려면, 어른의 경우 소주잔 두 개 분량을 발라야 한다.


p. 186


선크림에 대한 지식은 예전에 어느 교양프로에서 제대로 알려준 바 있다.

자외선을 완벽하게 차단하기위해 온 얼굴이 하얗게 될 정도로 덕지덕지 선크림을 바른 실험맨의 모습.

당시 이슈가 되어 사람들의 입에 한동안 오르락내리락 했으며, 

지금은 선크림의 양보다는 유기적 차단제인지 무기적 차단제인지를 따질 정도에 이르렀다.


요컨대 모기들은 혈액형이 O형이고, 발 냄새가 나고, 애프터셰이브 향이 나고, 땀을 많이 흘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운동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p. 199


모기에 관한 실험 역시 자신이 모기에 뜯겨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희생을 보여준 이들 덕분에 TV를 통해 방영되었고,

왠만한 사람들은 달콤한 피의 혈액형이 따로 있으며, 체취를 많이 풍길 수록 모기 물리기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히알루론산을 잃어버리는 지하 2층 진피까지 이 물질을 보내려면 표피와 기저막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주사밖에 방법이 없다. 따라서 안티에이징 효과를 약속하는 비싼 히알루론산 크림들은 모두 사기다.


p. 251


이도 한 차례 밝혀진 내용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히알루론산이 풍부하게 들어갔다고 홍보하는 수분크림이나 나이트 크림을 구매하곤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어려지고자 하는 목적 때문이 아니라, 단 몇 시간이라도 당기지 않고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높은 칼로리 때문에 견과류 먹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우리는 견과류에 함유된 칼로리 중 극히 일부만 사용한다. 견과류는 치아로 완전히 분쇄되지 않고 소화기에서도 완전히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소화되지 않은 채 밖으로 배출된다. 견과류를 아주 많이 먹는 다람쥐를 생각해보라. 당신은 비만 다람쥐를 본 적이 있는가?


p. 305


건강에 좋은 색을 잠깐 살펴보자. 가장 으뜸은 주황색 채소와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과일에 들어 있는 '카로티노이드' 이다. 


p. 313


밀가루는 뚱뚱한 사람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밀가루 과다 섭취는 비만뿐만 아니라 피부질환과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p. 334



위의 세 가지 내용은 평생동안 다이어트를 하는 우리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지식들이다.

체중감량에 성공한 여자 연예인들의 식단을 보면서 하루에 어느 정도 견과류 섭취는 피부와 몸에 좋다는 걸 알게 되었고,

- 그러나 옐 아들러의 다람쥐 이야기는 반박하고 싶다. 땅콩 트럭이 도로에서 사고난 이후 몇 주간 땅콩을 잔뜩 먹고 

비만이 된 다람쥐 사진은 인터넷에서 유명하다. -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를 비롯한 해외 연예인들로부터 전해진 컬러 테라피로 색색깔 야채와 과일이 다이어트로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배우이자 사업가인 제시카 알바나 모델 미란다 커는 "No White" 를 외치며 빵, 떡, 면 등 밀가루가 포함된 하얀색 음식은 

몸매 관리면에서나 건강 면에서나 선호할 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여기에 평소 내가 알고 있던 우유 이야기도 나와서 반가웠다.

우유는 솔직히 말하면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의 그것으로, 우리 인간의 몸에 맞지 않는 게 당연하다.

어릴 적 우유를 먹고 토한 경험이 있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면 당신이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유에 대한 여러 전문의들의 의견을 도서로 접한 바 있고 결론은 "마시지 말라." 였기에 우유를 멀리 해 왔다.

초등학교부터 이루어지는 우유 급식을 보면 말리고싶지만,

미국 낙농업계의 정치권에 대한 로비가 심해서 잊을 만 하면 우유의 효능이 기사에 나온다.

그래서 지금껏 조용히 나 홀로 우유를 반대해왔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매일 우유 도핑으로 피지선을 확대하고, 염증의 위험을 높이고, 당뇨와 치매, 그리고 추측건대 발암(적어도 전립선암)의 위험을 높인다.


p. 327




물론 아무리 그렇다해도 내 자신이 피부과 전문의도 그 무엇도 아니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스크럽제, 즉 필링제에 관한 내용은 약간 충격적인 것으로,

약사에게서 에스테틱 관리사에게서 과도한 피지 분출을 막고 노폐물 제거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필링이 필요하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 생각해보면 피부과 의사는 단 한 번도 필링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적이 없었던 듯 하다.


전혀 쓸모없는 제품을 꼽으라면 단연 필링 제품이다. 네안데르탈인과 석기시대 조상들이 필링을 했을 리 없지 않은가? 비듬을 다룰 때 확인했듯이, 건강한 피부에선 각질세포가 저절로 떨어져 나가기때문에 억지로 벗겨낼 필요가 없다. 여드름 피부처럼 각질화가 과하게 진행될 때만 필링이 의미가 있다.


p. 213


응?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에스테틱 관리사나 약사의 필링 추천은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들이 일주일 1~2회 반드시 필링을 하라고 권유한 대상은 내가 아니라 여드름이 심한 남자친구였으니 말이다.

한 마디로 성인 여드름이 없는 나의 피부에는 필링이 필요도 없고 효과도 없다.

지금 화장대와 욕실에 있는 필링제들을 한데 모아서 남자친구에게 가져다 줄 생각이다.





[매력적인 피부 여행] 의 제일 마지막에 실린 '유용한 부록 : 피부를 위한 민간요법' 마저 알고 있던 내용이라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건 피부 미용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누군가가 입문용으로 읽기에는 좋은 책이라는 거다.

책에서 내내 옐 아들러는 허튼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이론과 실제 사이에서 절충선을 찾고 있다.

피부관리를 전혀 하지 않거나 성인 여드름으로 고생 중인 지인이 있다면 권해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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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고양이
샘 칼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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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대 대한민국의 대통령 문재인의 이름을 연일 뉴스에서 들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이 가는 기사가 있으니, 다름아닌 그의 강아지 마루와 고양이 찡찡이를 청와대에 데려가서 키운다는 내용이다.
예전에 前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은 고양이 삭스 클린턴을 백악관에서 키운바 있다.
이와 같이 대통령과 함께 그의 곁에서 키워지는 반려동물을 퍼스트펫이라 부른다.
마치 대통령 영부인을 퍼스트 레이디라고 일컫듯이 말이다.
비단 대통령뿐만 아니라 화가, 디자이너,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이 고양이와 함께 지내왔고, 
몇몇은 사람에 버금갈 정도의 대단할 애착을 지니기도 했다.
북폴리오에서 출판된 샘 칼다의 일러스트북 [그 남자의 고양이 : Of Cats and Men] 은 역사상 유명인물, 
그 중에서도 남성 셀럽들과 그들이 키우는, 혹은 키웠던 고양이들에 대한 아트북이다.



고양이는 '인간에 의해 키워진다' 기 보다는 '인간을 집사 정도로 보고 자신이 위에 군림' 하는 이미지로 자주 보여진다.
쓰다듬으면 자신을 만졌다고 귀찮아하면서 때로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집사' 를 확 긁고 달아나는 고양이를 보면,나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우리 집에 붙어있나싶다.생각해보면 따뜻한 잠자리와 먹이, 즉 무료 숙식을 제공해서?집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는 건 확실한 듯 한데,마치 집 안 사람들이 잘 있나 확인하듯 들어와 얼마 안 있다가 또 다시 나가는 걸 반복한다.



고양이는 가끔 그냥 없어집니다. 주위에 있을 때 사랑해주고 고마워해야 합니다.

p. 84
집사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고양이가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차에 치이지 않기를 바라는 정도이다.이처럼 고양이는 속박을 싫어하기에 그렇게 해서는 안 될 동물이다.때로는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는 고양이를 보다 보면 동물보다는 사람에 가깝게 느껴진다.



고대에 고양이들은 신으로 숭배되었다. 고양이들은 그걸 잊지 않았다.

p. 4


아트북 [그 남자의 고양이] 는 흥미로운 도서이다.
유명인들이 고양이에 관해서 한 말을 마치 사상이나 시대를 바꿀 정도의 명언인 것 마냥 캘리그라피로 중간 중간 실었다.
그래서 그 문장을 읽다보면 대단한 명문처럼 느껴지는 착각이 든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상의 소개를 받지 않아도 나는 그의 친구이자 동지다. 

- 마크 트웨인
고양이의 사랑보다 더 큰 선물이 무엇인가?

- 찰스 디킨스



캣맨의 입장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갈 만한 글귀들, 
만약 '댕댕이' 라 불리는 강아지와 함께 하는 애견가라면 공감은 가지 않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수긍은 갈 글귀들이 많이 보인다.
마치 '쉬어가는 페이지' , 아니면 챕터를 구분하는 장처럼 구성된 명언 코너는 이토록 흥미롭다.


이름을 들어봤거나 심지어 열심히 공부했던 유명인들이 나와서 반가웠다.
누구나 다 아는 사과와 아이작 뉴턴,[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 등 미국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줄거리와 언어 사용으로 논란을 일으켰던마크 트웨인,그가 뭘 했는지 자세히는 몰라도 대부분 알고 있는 윈스턴 처칠,대학교 4년 내내 지겹도록 공부한 T. S Eliot,그와 함께 영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으며 많은 일화를 지닌 어니스트 헤밍웨이,화보 한 장이면 끝인 말런 브랜도,힙한 사람들이라면 다 이 사람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앤디 워홀,이제는 고양이 슈페트로 더 유명한 칼 라거펠트,우리나라 30대 남성들이 사랑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엄청난 음악성의 프레디 머큐리까지.

이 중에서 그가 캣맨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건 T. S. Eliot과 칼 라거펠트 정도이다.특히 뮤지컬 [캣츠] 를 보고 홀딱 빠져버려 DVD를 구매하고,원작이 되었던 T.S. Eliot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 을 직접 사서 보기도 했다.고양이를 의인화하여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시 속에서 엘리엇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었다.

여러 캣맨들 중에서 마초 작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뜻밖이었다.그가 사랑한 나라 쿠바, 그리고 술 모히토, 아버지의 권총 자살을 생각하다 보면그가 고양이를 애정어린 손길로  쓰다듬는 모습은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가 '가르랑 공장', '사랑의 스펀지' 라고 애정을 담아 부르던 고양이들은 파파의 부드럽고 섬세한 면을 보여준다.

p. 54




캣맨에 대한 일화 속에서 언급된 작품을 직접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예컨대 일러스트레이터 루이스 웨인이 그렸던 기괴한 고양이 그림이라든가, 
후지타 쓰구하루가 삽화를 넣은 시집 [고양이 책] 이라든가, 
앤디 워홀의 일러스트북 [샘이라는 고양이 25마리와 파란 고양이 하나] 라든가.

우리가 몰랐던 유명인들의 의외에 모습을 즐거운 색감과 함께 엿볼수 있는 아트북 [그 남자의 고양이].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질 지경일 때 보면 잠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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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표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






영화의 줄거리를 파악하려면 포스터를 보면 된다는 말이 있듯이, 도서의 표지는 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자 첫인상을 차지한다.

소설을 다 읽은 시점에서 말하자면, [우먼 인 캐빈 10] 의 한국어판 표지는 매우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영화 포스터로 치자면 "사실 얘가 범인이야!" 라고 말 한 격이라고나 할까?

아니, 그만큼은 아닐 수 있겠지만, 원서와 비교해봤을 땐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원서에서 보면 우선 한국어판과 달리 겁에 질린 듯 클로즈업된 여자의 얼굴도 흐르는 피도 없다. 

오직 둥근 창과 비 내리는 바다, 그 위에 넘실대는 파도가 보일 뿐이다.

원서에서는 이 이야기의 배경이 배, 혹은 크루즈이며 비 오는 날 바다와 관련된 어떤 일이 생겼다는 걸 암시한다.

그러나 한국어판에는 여자가 갇혀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고, 

심지어 맨 위에 적힌 "여기서 나가야 한다. 이건 절대 내 상상이 아니다." 는

배 10호실의 여성, 혹은 주인공 여성 등 등장인물 중 누군가가 갇혀 있다는 걸 알림과 동시에 

그 주체는 현실과 상상 속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다는 걸 가르쳐주는 셈이다.

왜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어야 하는가.

이론서도 아니고, 자기계발서도 아니고, 하다못해 전기문도 아닌 반전의 매력이 있는 장르소설인데 말이다.

나는 평소 원서보다 더 나은 번역서의 표지 일러스트레이션을 봐 왔고, 우리나라 독자층만을 겨냥한 독특한 표지를 지지해왔기에

이번 루스 웨어의 소설 [우먼 인 캐빈 10]의 표지에 대한 실망이 크다.

작가 본인이 만족해 한 표지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럽다고 말 할 수 있다.

우리, 조금 더 암시의 미학을 살려보자.





크루즈라는 공간






'각계 인사들이 모인 초호화 유람선, 모든 것이 완벽하게 흘러가던 그 때 갑자기 일어난 사건.'

이라는 주제는 현실에서도 픽션에서도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예컨대, 타이타닉의 침몰 사건이 그러했고, 요즘 유행하는 방탈출카페 중에는 '웨딩크루즈 살인사건' 이라는 테마도 있다.

그렇다면 이토록 크루즈와 사건, 그 중에서도 살인사건을 결합시키기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육지가 아닌 공해상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사법 관할권 문제로 수사가 어려울 수 있고, 

드넓은 바다 속에 빠져 버린 시체 자체를 찾지 못 할 가능성도 많다는 것이다.


사건이 영국 해상이나 공해상에서 벌어졌다면 노르웨이 경찰은 움직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수사 의지보다는 사법 관할권 문제거든요. 장소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p. 240


광활한 바다에 비해 한정되고 밀폐된 공간인 크루즈라는 공간 역시 살인이 일어나기 딱 좋은 조건이다.

원래의 인원에서 단 한 명이라도 없어지면 티가 확 나는 가운데, 모두를 의심할 수 있지만 누가 범인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런 '밀폐된 공간' 이라는 설정은 비단 크루즈뿐만 아니라 다른 교통수단인 열차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가장 대중적인 예로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을 들 수 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에서는 밀폐된 공간에서 살인이 일어났다는 사실 이외에도, 

개성있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호기심을 느끼게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범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끔 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과 비슷하다.



심신이 미약한 주인공 여성





소설책추천하는 [우먼 인 캐빈 10]의 주인공 로라 블랙록은

같은 장르소설인 [걸 온 더 트레인] 의 주인공 레이첼을 너무나 생각나게 한다.

로라와 레이첼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통점이 많다.

둘은 어떤 연유로 늘 불안해하며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서 이를 약물과 술로 해결하려 한다.

알코올 중독 수준이라서 맨 정신으로 있으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잠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다. 자야 한다. 그래야 한다. 지금 자지 않으면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p. 35


내 잔에는 샤블리가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마신 기억도 없는데......


p. 98



두 여성 모두 자신들의 불안 증세로 인해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 보낸 적 있고, 

그 사실은 그녀들에게 또 한 번의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렇지만 내게는 약을 먹는 것이 화장하는 것과 비슷했다. 변장이 아니라 내 원초적인 모습을 감추고 나를 더 나답게 만들었다. 나를 최고의 모습으로 만들어주었다.

벤은 그런 화장을 하지 않은 나를 본 적이 있다. 그 후 나를 떠났다.


p. 181



제 3자의 눈으로 보기엔 '문제있는' 여성이 사건을 목격한, 아니 목격했다고 여겨지는 당사자가 된 게 문제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소설을 더욱 긴장감있게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하필 약과 술을 떼어놓고는 살 수 없는 여성이 목격자가 되어 증언을 하고 수사를 요청하니 누구도 믿지 않으려 한다.

점점 그녀조차도 자신이 실제를 본 건지 아니면 그저 상상한 건지 확신할 수가 없다.


그래요, 잠을 못 잤어요. 그래요, 술도 마셨어요. 그래요, 집에 강도가 들어온 적도 있어요. 하지만 내가 본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p. 178



매일 운동으로 자신을 단련하고 술이나 담배 따위에는 손도 데지 않는 건장한 청년이 목격자였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아마도 이렇게 '짜증나는', 하지만 그래서 재미있는 장르소설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메일 + 페이스북 댓글 + 온라인 커뮤니티 + 인터넷 기사






이미 수년 전부터 e-book이 종이책을 대신할 거라 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하다.

작가 루스 웨어는 여전히 책을 쓰고 인기를 얻고 있으며, 나는 그 책을 손에 쥔 채 읽고 있지 않은가.

크레마 사운드를 터치하는 느낌을 종이를 넘기는 즐거움에 비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변화하는 사회를 종이책 안에 고스란히 담을 수는 있고, 이 소설 속에서도 그러하다.

주인공의 남자친구인 주다 루이스로부터의 이메일, 그의 헌신적인 페이스북 댓글, 댓글로 싸우는 인터넷 토론 채팅방, 웹 기사 등 

다양한 온라인 기반 텍스트가 독자로 하여금 글을 읽지만 왠지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주다루이스 : 아무도 없어요? 파멜라 크루 제니퍼 웨스트 칼 폭스 엠마 스탠튼 함부로 태그를 걸어서 죄송해요. 하지만 로답지 않은 일이라서요.


좋아요 댓글 9월24일 오전 10시 44분


p. 116


9월28일 월요일 오전 10시 3분


나는 셜록이다 : 실종된 영국인 로나 블랙록 사건 지켜보고 있는 사람? 시체를 찾았나 봐.


p. 270


이러저러한 소견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꽤나 흥미진진해서 책장을 편 지 3시간여만에 다 읽어버렸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청량음료처럼 시원하게 해 준 소설이며, 여름에 읽을 소설책추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장르소설 팬이라든가, 저자 루스 웨어의 팬이라든가, 

그것도 아니면 그저 머리 식힐 만한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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