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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피부 여행 - 생명의 보호벽, 피부에 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 ㅣ 매력적인 여행
옐 아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부터 k-beauty 라는 말이 생겨서 우리나라 사람들, 그 중에서도 여성들이 얼마나 미용에 관심이 많은지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 관광 온 외국인들은 ' Made in Korea' 가 적힌 화장품들을 잔뜩 사서 돌아가기도 하고,
랑O, 샤O, 디O과 같은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은 신제품 출시 전 한국 여성들의 반응을 먼저 살펴보기도 한다.
한 편으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성형대국' 이라는 다소 명예롭지 못한 타이틀이 따라 붙는 나라이기도 하다.
따로 성형관광상품이 있을 정도로 하나의 문화처럼 정착하였고,
이웃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비싸지 않으면서도 효과가 좋은 성형을 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
미(美), 꾸미기 열풍은 한국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뻗쳐서 그루밍이라는 단어가 대유행하고 되고,
길거리에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이 생긴 드럭스토어에서는 따로 남성화장품, 혹은 그루밍 코너가 생겨났다.
이 모든 현상은 그만큼 뷰티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극명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외모를 가리고 바꾸고 꾸미는 화장법 뿐만 아니라 바탕이 되는 피부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도 풍부한 사람들이라,
올바른 성인 여드름 처리법, 여름철 피부관리, 선크림에 대한 오해와 진실 등
마치 지식프로젝트를 방불케 할 정도의 내용을 매일 검색하고 또 받아들인다.
그런 의미에서 와이즈베리에서 출간한 옐 아들러의 [매력적인 피부 여행] 은
'더마 코스메틱의 원조 독일에서 왔다.' 는 식으로 마케팅만 잘 하면 충분히 대박 날 소지가 있는 피부관리 필독서이다.
도서의 내용 상 성형외과 의사들은 싫어할 수도 있기에 성형외과보다는 피부과에 비치해두거나,
뷰티 유튜버나 SNS 스타 등 인플루언서들이 홍보만 제대로 한다면 금새 비문학 베스트셀러 1위로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잘 읽어보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그동안 피부와 뷰티에 대한 선입견을 바로잡기위해 잡지나 SNS,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텍스트와 그림, 동영상을 접해서 그런지
한국 여성들에게는 식상하리만큼 뻔한 내용들이 자주 보인다.
선크림이 선전하는 것만큼 효과를 누리려면, 어른의 경우 소주잔 두 개 분량을 발라야 한다.
p. 186
선크림에 대한 지식은 예전에 어느 교양프로에서 제대로 알려준 바 있다.
자외선을 완벽하게 차단하기위해 온 얼굴이 하얗게 될 정도로 덕지덕지 선크림을 바른 실험맨의 모습.
당시 이슈가 되어 사람들의 입에 한동안 오르락내리락 했으며,
지금은 선크림의 양보다는 유기적 차단제인지 무기적 차단제인지를 따질 정도에 이르렀다.
요컨대 모기들은 혈액형이 O형이고, 발 냄새가 나고, 애프터셰이브 향이 나고, 땀을 많이 흘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운동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p. 199
모기에 관한 실험 역시 자신이 모기에 뜯겨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희생을 보여준 이들 덕분에 TV를 통해 방영되었고,
왠만한 사람들은 달콤한 피의 혈액형이 따로 있으며, 체취를 많이 풍길 수록 모기 물리기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히알루론산을 잃어버리는 지하 2층 진피까지 이 물질을 보내려면 표피와 기저막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주사밖에 방법이 없다. 따라서 안티에이징 효과를 약속하는 비싼 히알루론산 크림들은 모두 사기다.
p. 251
이도 한 차례 밝혀진 내용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히알루론산이 풍부하게 들어갔다고 홍보하는 수분크림이나 나이트 크림을 구매하곤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어려지고자 하는 목적 때문이 아니라, 단 몇 시간이라도 당기지 않고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높은 칼로리 때문에 견과류 먹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우리는 견과류에 함유된 칼로리 중 극히 일부만 사용한다. 견과류는 치아로 완전히 분쇄되지 않고 소화기에서도 완전히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소화되지 않은 채 밖으로 배출된다. 견과류를 아주 많이 먹는 다람쥐를 생각해보라. 당신은 비만 다람쥐를 본 적이 있는가?
p. 305
건강에 좋은 색을 잠깐 살펴보자. 가장 으뜸은 주황색 채소와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과일에 들어 있는 '카로티노이드' 이다.
p. 313
밀가루는 뚱뚱한 사람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밀가루 과다 섭취는 비만뿐만 아니라 피부질환과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p. 334
위의 세 가지 내용은 평생동안 다이어트를 하는 우리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지식들이다.
체중감량에 성공한 여자 연예인들의 식단을 보면서 하루에 어느 정도 견과류 섭취는 피부와 몸에 좋다는 걸 알게 되었고,
- 그러나 옐 아들러의 다람쥐 이야기는 반박하고 싶다. 땅콩 트럭이 도로에서 사고난 이후 몇 주간 땅콩을 잔뜩 먹고
비만이 된 다람쥐 사진은 인터넷에서 유명하다. -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를 비롯한 해외 연예인들로부터 전해진 컬러 테라피로 색색깔 야채와 과일이 다이어트로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배우이자 사업가인 제시카 알바나 모델 미란다 커는 "No White" 를 외치며 빵, 떡, 면 등 밀가루가 포함된 하얀색 음식은
몸매 관리면에서나 건강 면에서나 선호할 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여기에 평소 내가 알고 있던 우유 이야기도 나와서 반가웠다.
우유는 솔직히 말하면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의 그것으로, 우리 인간의 몸에 맞지 않는 게 당연하다.
어릴 적 우유를 먹고 토한 경험이 있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면 당신이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유에 대한 여러 전문의들의 의견을 도서로 접한 바 있고 결론은 "마시지 말라." 였기에 우유를 멀리 해 왔다.
초등학교부터 이루어지는 우유 급식을 보면 말리고싶지만,
미국 낙농업계의 정치권에 대한 로비가 심해서 잊을 만 하면 우유의 효능이 기사에 나온다.
그래서 지금껏 조용히 나 홀로 우유를 반대해왔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매일 우유 도핑으로 피지선을 확대하고, 염증의 위험을 높이고, 당뇨와 치매, 그리고 추측건대 발암(적어도 전립선암)의 위험을 높인다.
p. 327
물론 아무리 그렇다해도 내 자신이 피부과 전문의도 그 무엇도 아니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스크럽제, 즉 필링제에 관한 내용은 약간 충격적인 것으로,
약사에게서 에스테틱 관리사에게서 과도한 피지 분출을 막고 노폐물 제거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필링이 필요하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 생각해보면 피부과 의사는 단 한 번도 필링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적이 없었던 듯 하다.
전혀 쓸모없는 제품을 꼽으라면 단연 필링 제품이다. 네안데르탈인과 석기시대 조상들이 필링을 했을 리 없지 않은가? 비듬을 다룰 때 확인했듯이, 건강한 피부에선 각질세포가 저절로 떨어져 나가기때문에 억지로 벗겨낼 필요가 없다. 여드름 피부처럼 각질화가 과하게 진행될 때만 필링이 의미가 있다.
p. 213
응?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에스테틱 관리사나 약사의 필링 추천은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들이 일주일 1~2회 반드시 필링을 하라고 권유한 대상은 내가 아니라 여드름이 심한 남자친구였으니 말이다.
한 마디로 성인 여드름이 없는 나의 피부에는 필링이 필요도 없고 효과도 없다.
지금 화장대와 욕실에 있는 필링제들을 한데 모아서 남자친구에게 가져다 줄 생각이다.
[매력적인 피부 여행] 의 제일 마지막에 실린 '유용한 부록 : 피부를 위한 민간요법' 마저 알고 있던 내용이라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건 피부 미용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누군가가 입문용으로 읽기에는 좋은 책이라는 거다.
책에서 내내 옐 아들러는 허튼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이론과 실제 사이에서 절충선을 찾고 있다.
피부관리를 전혀 하지 않거나 성인 여드름으로 고생 중인 지인이 있다면 권해줄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