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더운 여름 및 쓸쓸한 가을 날씨 모두에 잘 어울리는 미스터리 스릴러 반전 소설이 여기에 있다.

영화화가 예정된 사라핀보로의 심리 스릴러 소설 [비하인드 허 아이즈] 가 그것이다.

북폴리오의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질투와욕망에 관한 것으로서, 

한 여성의 깊은 집착과 병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른 여자가 생겨 떠나버린 남편에 대한 애증을 갖고 아들인 애덤만 보면서 살아가는 루이즈.

루이즈의 상사인 동시에 불륜을 이어가는 남성 데이비드.

넋을 잃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지녔으며 데이비드의 부인인 아델.

그 중에서도 주인공격인 루이즈는 전에 읽어 본 북폴리오의 스릴러 반전 소설 [걸 온 더 트레인] 의 주인공 레이첼과

 매우 비슷한 상황으로 설정되어 있다.

둘 다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녀가 되었고 매일 계속되는 술로 체중이 증가하였으며

 불면증 혹은 야경증으로 밤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루이즈와 레이첼 사이에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에게는 아이가 있고 후자에게는 없다는 정도이다.




그러고 나서 애덤이 집에 올 때까지 요리, 청소, 쇼핑을 한다. 다음으로 숙제, 차 마시기, 목욕, 책 읽어 주기, 아이를 잠자리로 보내는 일까지 마치고 나면 와인과 내 불면증 차례다.


p. 22




일반적으로 잠에서 깨면 나는 혼란스러운 상태로 말이 안 되는 문장을 겁에 질린 듯 중얼거리면서 내 침대 옆이나 애덤의 침대 옆에 서 있곤 했다.


p. 27




두 여성 모두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태라서 이성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즈는 데이비드의 사랑을 얻게 된다.




그가 나를 쳐다보자 나는 그 자리에서 녹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당신은 사랑스러워요."


p. 150




데이비드에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안 후로 루이즈는 자제하려 하지만 서로의 매력에 이끌려 거부할 수 없다.

한 편, 데이비드는 이미 아내로부터 정을 뗀 상태였기에 죄책감이 덜 한 상태에서 루이즈를 만난다.

일부일처제는 인간이 만들어낸 부자연스러운 제도라고 누군가 말 한 적이 있다.

우리 모두는 문화인이고 교양있는 시민이기에 나라에서 만든 법을 지킨다.

비록 간통죄는 사라졌을 지언정 사회적으로 금기시하는 불륜을 드러내고 자랑스러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끔씩 생각하게 되는 건, 사람이 끊임없이 누군가와의 관계를 원하고 새로운 누군가를 원한다면

 굳이 한 사람과 평생을 살 필요가 있는가이다.

성숙한 국민으로서 법치주의를 존중함과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본능을 억누르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선택은 싱글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역시 결혼을 하지 않은 또 다른 누군가와 만나고 연애 혹은 하룻밤의 사랑을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 결혼 후의 모든 만남은 불륜으로 낙인 찍힐 뿐이다.






데이비드를 향한 아델의 사랑은 그야말로 '미친 사랑' 이다.

그녀의 심리를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한 문장을 읽어보면 

단순한 불륜 남녀의 애정 행각으로 비추어질 수 있었던 이 소설은 스릴러가 되어 버린다.




나는 내 외모의 영향력을 즐겼다. 다르게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는 데이비드를 위해서 나 자신을 아름답게 유지하려고 대단히 노력한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그를 위한 것이다.


p. 31




사실 그에게 이렇게 조용한 힘을 발휘하는 걸 나는 꽤 즐기고 있다. 집에 갇힌 사람은 나이지만, 그가 알고 싶어하는 건 내 머릿속에 숨겨져 있다.


p. 216




"당신은 날 절대 떠날 수 없어요, 데이비드."

내가 말했다. 그의 이름을 소리 내서 부르는 건 역시 좋았다.

"당신도 알잖아요."

이것은 위협이었다. 언제나 위협이었다.


p. 229




자신의 아름다움을 적극 활용할 줄 아는 아델은 

재활병원에서 만난 대마초 중독자 롭도, 남편의 환자인 앤서니도, 심지어는 남편의 불륜상대인 루이즈마저 사로잡아 

자기 마음대로 조종당하는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린다.

아무 말을 하지 않고서도 멍이 든 얼굴 하나로 폭력 남편에게 맞고 사는 비운의 여성 이미지를 즐기면서 

상황의 흐름을 뜻대로 가게 만든다.

어릴 적 농장에서 보고 반한 이후로 성인이 된 후까지 계속하여

 데이비드를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 하고 있는 아델의 이러한 집착의 원인은, 

유년시절 바쁜 부모의 보살핌을 자주 받지 못한 결핍에 기인할 수 있겠다.






오스트리아의 생리학자이면서 정신병리학자였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심리성적발달 5단계에 따르면

 4~5세에 이른 남근기의 유아는 부모에 대한 감정과 행동을 발달시키는데, 

이 때 발생하는 것들 중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있다.

아델은 이 둘 다 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데이비드 뿐만 아니라 루이즈에 대한 비틀린 집착도 보인다.




나는 루이즈를 사랑한다. 정말로 사랑한다. 그녀가 사랑스러워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p. 218




그녀의 몸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강하고, 탄탄하고, 늘씬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 새로운 루이즈를 창조한 것이다. 편안한 침대에 누우면서 나는 잠시 자부심을 느꼈다.


p. 322




내 새로운 친구가 나를 배반했고, 나는 그녀에 대한 분노와 부러움으로 가득하지만 그래도 그녀를 잃고 싶지는 않았다.


p. 163




" 난 당신이 나를 가장 사랑하기를 바랐어요."


p. 494




살 찌고 자신보다 못난 외모의 루이즈를 경멸하는 한 편, 그녀의 즐거운 에너지를 부러워한다.

싸이코적인 성격의 아델은 루이즈와 마찬가지로 야경증 증상을 보이는데, 여기에 마약이 더해지면서 유체이탈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마음대로 꿈을 조절할 수 있는 건 물론, 이미 아는 장소는 직접 가서 볼 수도 있다.

영문학 사조 중 초현실주의가 있다.

초현실주의란 인간의 일상지각이나 의식이 소멸된 영매상태를 의미하고, 

꿈의 기록, 무의식의 세계, 비이성의 세계를 지향하며 프로이트의 영향으로 에로티시즘을 지향한다.

그저 스릴러 소설이었던 사라 핀보로의 [비하인드 허 아이즈] 는 아델의 초현실주의적 행동으로 인해 미스터리로 나아간다.




그녀는 떠났다. 죽은 게 아니라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 


p. 514







과연 악마는 데이비드일까 아델일까라는 의문은 중간에 쉽게 풀린다.

진짜 반전은 여기가 아니라 마지막에 등장한다.

"What a twist!" 라고 외칠 만한 장면이라서 영화로 보면 더 자극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궁금하면 지금 당장 오프라인 or 온라인 서점에 가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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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LL 시리즈
다카도노 마도카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셜록홈즈 시리즈의 애독자이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를 황금가지의 9권 전집으로 구매하여 읽은 바 있다.

영국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셜록] 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영화 [셜록홈즈]도 물론 보았다.

이런 나를 '셜로키언' 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아무튼 중요한 건 도서 [셜록홈즈] 로 인해 추리소설에 입문하게 되었고, 

아가사 크리스티, 그리고 더 나아가서 코지 미스터리의 영역에까지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사실 너무 복잡하고 전문적인 용어가 난무하면서 동시에 우울하고 피가 낭자하는 추리소설은 내게 맞지 않다.

요리와 말랑말랑함이 있는 미스터리가 딱인데, 이번에 황금가지 LL시리즈로 출판된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이 그러하다.



일본소설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에서는 거의 모든 주요 등장인물들이 여성이다.

셜록 홈즈에 해당하는 셜리 홈즈부터 시작하여 왓슨 박사, 

그리고 셜리 홈즈에게 늘 도움을 청하는 런던 경시청의 레스트레이드 경감에 이르기까지, 

하다 못해 홈즈의 가장 큰 적인 모리아티 교수마저도 모두 다 여성이다.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이거 너무 여자만 많아서 이상한데?'

그런데 이쯤에서 스스로의 선입견에 대해 질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작 [셜록홈즈] 시리즈에서 허드슨 부인이나 미모의 여성 의뢰인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이

 남성인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고해보면 그건 내가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물들어있다고 하기 보다는,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나 직업적 특성에서 당연히 남자가 많았기 때문에 어떠한 의문도 품지 않고 받아들였다고 말하는 게 더 옳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대, 단순히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의 캐릭터들이 순 여자들뿐이라서 이상하게 여긴 게 아니라, 

원작에선 남자들이었던 존재가 여자로 성별이 바뀌어서 낯설게 느껴졌다고 보는 게 더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의식 체계에는 문제가 없으며 남녀에 관한 편견으로 사로잡혀 있지 않다고 해도 맞는 말이다.



이 추리소설 속 주인공 셜리 홈즈는 원작의 셜록 홈즈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관찰력이 뛰어나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훤칠한 체형을 지녔으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오만하고 무례해보이며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못하고 소위 팩폭을 한다는 점에서는 아주 비슷하다.


"자네는 군의관으로, 바솔로뮤 병원에서 공부한 적도 있지. 그래서 여기에 왔어. 육군 의료 코스를 마치고 아프가니스탄으로 파견된 지 6년, 오랜만에 런던에 돌아와 오랜 친구와 연락을 취했지. 미캘러 스탠포드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 런던에 가족은 없으나 시골로 돌아갈 생각도 없다. ......틀렸나?"


p. 23


세인트 바솔로뮤에서 인턴쉽을 했고. 여기에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하숙집이 있었다는 뜻이니 대학은 런던. 그 뒤로 육군 의료 코스. 아프가니스탄에 간 건 장학금에 대한 봉사. ......틀렸나?"

"안 틀렸어, 대단해 셜리. 드라마 같아!"


p. 48


"조, 나는 오늘 귀중한 발견을 할 수가 있었어. 자네에게 감사하지."

"엇. 발견이라니 뭔데?"

"평범한 사람의 한계."


p. 90


다만 인공 심장을 달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운명으로, 올림픽 대신 패럴림픽에 참가한다는 설정은 다소 다르다.

못 하는 게 없는 셜록 홈즈의 특기 중 하나인 승마는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에서 직업적 승마 선수로 승화되었다.


원래 여성이었던 허드슨 부인은?

성별을 남성으로 바꿀 수는 없었는지 우스꽝스럽게도 AI로 등장한다.

이는 이미 여성인 허드슨 부인의 성별을 한 번 꼰 것일 수도 있고, 가정용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일본인 특유의 정서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셜리 홈즈의 인공 심장에서도 볼 수 있듯 그저 시대적 트렌드에 맞춘 결과물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간에, 셜록 홈즈가 런던의 거지 소년들을 정보망으로 써서 수사에 효율성을 높인 것과

 셜리 홈즈가 허드슨 부인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허드슨 부인은 수 분 만에 SIS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할 수 있어. 경찰 따윈 별거 아니야."


p. 46


이게 다가 아니다.

소설 속 핵심 사건인 핏빛 우울이라는 주제는 지극히 여성성에 관련되어 있고 연쇄살인의 범인과 대상 역시 여성이다.

정부 관료인 언니는 권력과 돈을 지닌 인물로서 셜리 홈즈에게 소위 대어(大魚) 사건을 가져다주는 장본인으로서 동성애자이다.

마지막으로 범죄의 가장 위에는 악(惡) 중의 악(惡)인 버지니아 모리어티가 있다.

모리어티의 별명은 '거미 여인' 아니고 '거미 여왕' 이다.



너무나도 원작 소설을 좋아하기에 이 소설 자체가 마음 속 깊이 와닿지는 않는다.

그러나 소설이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고, 그저 큰 기대 없이 가볍게 읽기엔 최적의 추리소설이다.

일상 속 스트레스와 나라 정치 스트레스로 고생 중인 분들에게 머리 식힐 겸 읽을 소설로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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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센스 4 - 남들과는 '아주 조금' 다른 그와 그녀의 로맨스!
겨울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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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조금씩 변태 같은 구석이 있다고...... 들어서요.


- 모럴센스 3권 中 - 



마조키스트인 정지후, 그리고 어쩌다보니 그의 비위를 맞춰가게 된 정지우.

SM을 즐기는 사람들은 겨울이 쓴 웹툰 [모럴센스] 를 소위 '소프트' 하다고 칭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화 계획까지 잡히고 북폴리오의 만화책으로도 나온 [모럴센스] 는 

내게 로코도 로맨스도 아니고 공감이 도저히 가지 않는 도서일 뿐이다.

그들을 정상인, 비정상인의 스펙트럼에서 어느 한 끝에 치닫아 있는 사람들로 보는 건 아니다.

그저 별 신경이 쓰이지 않고 이해가 잘 안 간다.

사람은 누구나 변태적인 성향이 조금씩 있다는 만화책 [모럴센스] 속 대사에도 공감이 안 간다.

그 변태적인 성향은 정확히 누가 어떤 기준으로 만든 것인가?






최근에 랩퍼와 그의 여자친구였던 여성 사이에 일어난 데이트 폭력이 기사화되었다.

피의자인 랩퍼가 하는 말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마조키스트' 여서 자신은 놀랐지만 그래도 그에 맞춰주었다는 주장이었고, 

여성의 입장은 관계 중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 둘 사이에 있었던 게 아니라서 뭐라고 말을 할 순 없겠지만, 

중요한 건 새디스트든 마조키스트든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거다.

자신의 취향, 특히나 성적 취향을 굳이 공유하려하거나 알리려거나 혹은 퍼뜨리려는 노력은 하지 말자.

종교를 공유하고 알리고 퍼뜨리려는 것과 뭐가 다른가.

자신이 SM을 좋아한다면 그냥 그렇다는 사실로 끝이다.

그로 인해 주변 사람은 바뀌지 않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북폴리오 [모럴센스] 를 읽고 바닐라였던 일반인의 성적취향이 바뀔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 대부분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굳이 '남'한테...


- 모럴센스 3권 中 - 



SM이라는 요소를 제외한다면, 만화책 속 히로인 지우와 히어로 지후의 성격은 주위에서 볼 수 있다.

지우는 부탁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이는 나와 매우 비슷한 점으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한에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기꺼이 선의의 손길을 내밀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고마움보다는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친구 부모님께 갚는다는 약속은 받지 않고 백만원을 그냥 빌려드린 적이 있고, 친구의 원서 번역을 도와준 적도 있다.

이는 둘 다 그들이 내게 '부탁해서가' 아니라 그저 내가 '돕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다.

하지만 정작 도움을 받는 건 잘 못하겠다.

결코 좋은 성격이라고는 할 수 없다.






여기부터 여기까지... 전부 주세요.


- 모럴센스 4권 中 - 



웹툰 [모럴센스] 에서 두 주인공이 SM 관계와 로맨스 관계를 동시에 하기로 결정하고나서 

들뜸이 표출되는 방식은 다르다.

원래도 일을 잘 해온 지후는 이제 다른 사원들의 일까지 도맡아하면서 야근을 거르지 않는가 하면, 

지우는 초코렛 등 먹을 걸 잔뜩 사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이런 지우의 모습을 보고 나의 학창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중, 고등학생 때 중간, 기말고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는 돈을 써서 주위에 베풀면 해소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때마다 매점에 가서 과자와 음료를 두 손 한가득 사와 친구들에게 주었다.

정작 나는 다이어트한다고 거의 먹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사람마다 다양한 이유로 폭발하는 감정을 해소하는 방식은 가지각색이다.





북폴리오의 만화책 [모럴센스] 에서도 로맨스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다.

지후와 지우가 함께 영화관과 극장에 가서 서로의 신체가 닿는데 움찔하고,

 어깨를 잡으려던 손을 내리고, 손을 마주 잡은 장면들이 그러하다.


겨울의 웹툰 원작 [모럴센스] 는 나에게 벽과 같은 경험이었다.

앞에 있기는 한데 막혀 있어서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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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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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morning please don't come



초등학생 고학년인가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꽤 오랜시간동안 이어진 나의 사춘기.

그 때는 뭐가 그린 슬픈 지, 억울한 지, 서운한 지 마음 속에 꿍꿍 숨겨두었던 아픔이 밤만 되면 스물스물 올라오곤 했다.

기억컨대 친구 문제나 공부 문제는 아니었다.

그저 그 날 하룻동안 있었던 일, 혹은 그에 대한 나의 반응 중 분명 석연치않거나 맘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사춘기의 어린 소녀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종종 울다가 잠들었다.

창피한 마음이 커서 가족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소리 내지 않고 눈물만 떨구다 잠들었다.

왠지 그러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 아무도 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 가련한 여인처럼 느껴져서 맘에 들었다.

분명 마음은 아픈데 한 켠에서는 후련하고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호르몬 때문이었을까 내게도 중2병이 있었던 것일까 그런 날들이 며칠간 지속되곤 했다.

그러나 나는 북폴리오 그림에세이 [실컷 울어도 되는 밤] 에서 저자 헨킴이 그러하듯 아침이 오지 않길 바라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정반대였다.

빨리 아침이 와서 나의 우중충한 기분을 떨쳐주었으면 했다.






laid-back time



나 역시도 북폴리오 일러스트 [실컷 울어도 되는 밤] 의 저자처럼 밤이 오길 기다렸다.

무언가 알 수 없이 센치해지는 시간대였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밤에서 새벽에 이르는 시간에 그렇게도 온라인 채팅을 많이 했다.

친구랑 유머 글이나 사진,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사진을 교환하기도 했지만, 주로 한 건 세계인들과의 소통이었다.

나는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님을 증명하고 싶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영타 빨리 쓰기 시합을 하듯 채팅하고, 간혹 음성 채팅을 하기도 했다.

리투아니아의 한 친구와는 무려 2년 넘는 기간동안 사이버 우정 관계를 유지했다.

한동안은 새벽녘에 일부러 베란다로 나가서 달이나 별 따위를 관찰하기도 했다.

별자리 이름도 잘 모르고 무엇이 금성이고 목성인지도 헷갈려하면서도 그렇게 미지의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짝사랑했던 반 부회장의 취미가 천체 관찰이기때문에 그럴 것이다.

도심의 조명 공해 속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인공위성인지 별인지 헷갈리는 그것을 볼 때 마다 

그 애도 같이 보고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밤은 그렇게 많이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waiting for the night



[실컷 울어도 되는 밤] 은 위험한 때이기도 하다.

감성적으로 가장 폭발하는 시간이기때문에 이 때 내가 뭘할지 몰라서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헨킴에게는 그저 피곤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고 지친 몸에게 휴식을 주는 밤일지도 모른다.

내겐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밤으로, 몸 속에 죽어있던 연애 세포가 꿈틀거리는 밤이기도 하다.

휴대전화 연락처 목록을 뒤지다가 연락이 뜸해진 이성친구나 이미 헤어진 전 남자친구, 아니면 썸만 탔던 남자아이의 번호를 찾는다.

전화할 용기는 없지만 문자할 만용은 있어서 자칫 잘못했다간 그 누군가에게 '전송' 버튼을 누르고 만다.

이 때 나를 제어하는 유일한 방법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음악에 취해 온갖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노라면 사사로운 연애 감정 따위는 무시하게 된다.






I need a vacation 

not a stupid weekend



한국에 몇 년간 살아본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말하곤 한다.

한국인들은 너무나 일만 한다고, 1년 중 며칠 되지도 않는 휴가만 보고 산다고. 그렇게 살면 하루 하루가 너무 괴롭지 않냐고.

질적으로 풍부한 삶을 살기 위해선 매일이 휴식이어야 한다.

북폴리오 그림에세이 [실컷 울어도 되는 밤] 과 같은 아트테라피를 해도 좋고, 동적인 활동을 해도 좋다.

뭐가 되든 간에 나에게 행복한 여유를 안겨주는 어떤 것을 하면 된다.

다행히 내게는 주말도 있지만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주중의 휴가도 있다.

일도 공부도 운동도 열심히 하지만 그 무엇도 싫은데 억지로 하는 건 없다.

매일 나를 즐겁게 할 새로운 걸 찾아다니고 그걸 큰 행복으로 여긴다.

가령 일 끝나고 바로 방탈출카페에 간다든가, 영화는 개봉일에 바로 본다든가, 수요일에는 동네 호텔에서 잔다든가, 

서핑, 펜싱, 크라브마가, 발레, 피겨스케이팅 등의 일일 클래스를 듣는 것 등이 있다.

물론 긴 휴가도 필요하기에 1년에 한 두 번 정도는 해외로 떠난다.

그 외의 시간엔 국내를 탐방하러 돌아다닌다.






girls just wanna have fun



가수 IU는 [팔레트] 뮤직비디오에서 계속하여 말한다.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이라고. 

나는 이걸 좋아하고 저걸 싫어하는데 이 모습도 나고 저 모습도 나이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그녀는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그 모든 걸 합치면 IU가 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준법정신 투철하고 불의를 못 보는 정의의 투사도 나이고, 꼼꼼하게 모든 걸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도 나이며, 

클럽에서 춤추고 비 맞으며 달리는 것도 나이다.

나도 모르는 나인데 누군가 나를 판단하려는 건 정말 억지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러니 Don't judge me. 'Cause I don't judge you, either. I got issues, 'n' I know you have 'em, too.

한 번 뿐인 인생,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살고 싶을 뿐이다.







do I love you or

do I just love me in love



헨킴의 감성적이면서도 살짝 잔혹(?) 할 수 있는 그림에세이 [실컷 울어도 되는 밤] 은 

나에서 시작하여 우리로 흘러가고 다시 나로 마무리한다.

제대로 아트테라피 받고 싶다면 ~2017. 10/1 대림미술관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진행 중인

 헨 킴의 전시 [미지에서의 여름] 을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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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스트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전세계를 휩쓸고 내 마음 또한 휩쓸어버린 영화가 있으니 다름아닌 [트와일라잇] 시리즈이다.

[트와일라잇]부터 [뉴문], [이클립스]를 도서로도 독파했고 영화관에서도 관람했다.

작가 스테프니 메이어는 티네이지 판타지물, 혹은 칙릿만 쓰는 한 장르에 치중한 작가인 줄 오해했다.

하지만 그녀는 후속작으로 낸 신간 [케미스트] 에서 스릴러를 선보이며 나의 편견을 한순간에 종식시켰다.

과학자와 스파이가 나오는 북폴리오의 신간 스릴러 [케미스트] 는 두 권은 족히 될 듯한 분량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테프니 메이어의 신간 스릴러 [케미스트] 의 히로인은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화학자로서, 

흡사 십대 소년을 연상시키는 작은 몸집과는 달리 화학약품을 이용한 심문 기술에서 능가할 자가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인간은 절대 아니며, 

오히려 늘 자신의 기술을 활용하여 취조할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고 아파하는 작은 인간일 뿐이다.

여기서 서양 블록버스터 - 아마도 [본 시리즈] 를 연상시키는 - 를 떠올리게하는 플롯이 있다.

주인공 줄리아나이자 알렉스는 정부 조직에서 버림 받고 3년째 도망다니는 신세이다.

그녀는 매일 다른 이름과 신분으로 살아야 하며 한 번 묵었던 모텔을 다시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

신분 세탁과 위조한 자동차 번호판은 이제 일상이 되었으며, 

잠들기 전 혹시나 모를 기습에 대비해 방독면을 착용하고 부비트랩을 설치했다가 아침에 해제하기를 반복한다.

이런 삶이 지치고 싫증나냐고?

늘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다가 전 상사인 카스턴으로부터 아주 달콤한 제안이 오게 되는데, 

이는 그녀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을 구할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핵심 배달책으로 보여지는 - 겉으로는 평범한 교사 신분인 - 대니얼 비치가 등장하는데, 

그는 뜻밖에도 주인공에게 첫 눈에 반하여 작업을 건다.



"만나서 반가워요, 알렉스. 저, 난 원래 이러지 않거든요. 하지만...... 음, 뭐, 어때요? 내 전화번호를 줄까요? 언젠가 조용한 저녁을 함께 보낼 수도 있잖아요?"


p. 77



미행 대상과의 연애라니, 제거 대상과의 사랑이라니, 

누구도 상상 못한 기발한 접근 방식으로 한 편으로는 호기심을 다른 한 편으로는 성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이유인 즉슨, 명색이 스릴러 소설이기에 이 책에서는 사랑 이야기를 그만 보나 싶었는데, 

읽어보면 책의 절반 이상이 그와 그녀의 이야기이다.

화려한 액션과 잘 짜여진 정부조직의 치밀한 음모만 원하는 분들은 이쯤에서 그만 읽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스테프니 메이어는[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이어서 

다시금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기 위해서 작정하고 이 소설을 지필한 것 같다.







(스포가 싫은 분들은 조용히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고, 줄거리가 궁금한 분들은 계속 읽어보시길...)

네 명의 주인공은 줄리아나이자 알렉스인 화학자이면서 도망자인 그녀, 그녀에게 순애보적인 사랑을 보이는 대니얼 비치, 

CIA에게서 버려진 케빈 비치, 그리고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밸이다.

이 넷 사이에서 복잡한 연애의 사각관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

[트와일라잇]에서 벨라가 제이콥과 에드워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둘 다에게 상처와 피해를 입힌 

그런 짜증나는 연애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네 주인공 중에서도 핵심 인물 둘의 사랑이 주된 소재이며, 나머지 둘은 조연 정도로 나오게 된다.


"내가 지금껏 만났던 어떤 여자보다 진실한 여성이 보여요. 당신은 내가 아는 다른 모든 사람을 대단치 않게 보이게 해요.

(중   략)

나는 당신에게 끌리는 것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끌린 적이 없었어요. 난 당신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끌렸어요. 이건...... 중력에 대해 읽는 것과 처음으로 낙하하는 것만큼 달라요."


p. 316


자칫 사탕발림처럼 보일 수 있는 대사로서,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접할 법한 표현들로 가득하다.

대니얼 비치는 이토록 순수하며 자신의 마음에 대해 정직하므로 결국 주인공의 닫힌 틀을 깨고 들어가게 된다.

한 편, 대니얼의 이러한 순진무구함, 혹은 무지가 

소설에서 위기 상황을 가져오며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대니얼은 차를 몰고 번화가를 달리면서 은행을 지났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 그렇게 알아냈을 것이다.


p. 394


"음,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네요. 그 여자는 죽을 때까지 우릴 기억할거에요."


p. 427


대니얼 비치의 답답한 행동에도 이토록 차분하게 반응할 수 있는 주인공의 인내심과 자제력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보통 스릴러 액션 이야기에서 열불나게 하는 군더더기 스타일의 인물은 여성으로 등장하는데, 

[케미스트]에서는 그게 남성이라는 점만 다르다.







소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제이콥은 늑대인간 부족의 일원이었다.

그와 그의 가족, 친구들은 늑대인간이기도 하면서 미국 원주민들이기도 했다.

그러한 인물이 [케미스트] 에서도 한 명 있는데, 바로 케빈 비치의 안전가옥에서 그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아르니이다.

아르니를 보면 제이콥의 아버지가 떠오른다.

과묵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고 전혀 튀는 법이 없지만 언제나 사건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차가 멈추는 동안 그는 아무 감정 없이 그들을 보았다. 케빈이 그에게 대니얼에 대해 말했더라도 또 다른 손님은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


p. 236


한 편, 보는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매혹시키게 하는 창녀(?) 밸은 

[트와일라잇] 에서 뱀파이어족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생각나게 한다.

밸이 사는 워싱턴 DC의 초호화 아파트는 20명이 살아도 될 정도로 커서 

으리으리한 궁전에 사는 [트와일라잇] 속 볼투리 일가를 연상시킨다.


그녀의 집은 부동산업자들이 초호화 아파트라고 묘사할 만한 곳이었다. 아니, 단순한 초호화 아파트를 넘어섰다.


p. 497


밸이 주인공에게 변장이라고 부를 만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트와일라잇] 에서 벨라를 꾸며주는 뱀파이어 앨리스와 꼭 닮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메이크업을 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듯, 벨과 주인공 알렉스, 벨라와 앨리스는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지금 알게 된 건데 각각 이름의 발음마저 비슷하다!)

그 과정에서 서로는 서로에 대해 품었던 작은 오해의 불씨를 끄게 되는 계기를 가진다.

굳이 두 소설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으려 한 건 아니지만 계속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것도 내 평생 가장 섹시한 모습일 거에요. 더 섹시한 모습은 보기가 두렵네요."

"틀림없이 대니얼이 좋아할 거에요."


p. 555






[트와일라잇] 의 주인공 벨라는'쉴드' 라고 불리는 가공할 만한 보호 능력을 지니고 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단순히 보호를 넘어서서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에 대한 방어와 그에 더불어 쉴드를 이용한 적에 대한 공격까지 할 수 있다.

[케미스트] 에서 알렉스는 화학약품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녀는 마피아를 대상으로 했던 외상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대니얼까지 살려내고만다.

이렇듯 [트와일라잇] 과 [케미스트] 는 

읽는 당시에는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읽고 난 후에는 접점이 많은 소설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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