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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의 죽음
리사 오도넬 지음, 김지현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모든 부모가 아이들을 사랑하고 지극히 돌보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차라리 없는 존재보다 못한 고통을 안겨 주기도 한다.
벌들의 죽음은 부모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받았던 어린 자매에게 부모의 죽음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그리고 그 죽음으로 아이들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어느날 어린 자매는 자신들의 부모를 누구도 모르게 땅에 묻었다. 자매는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비밀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열다섯살 마니는 열두살 동생 넬리를 엄마처럼 돌보고 있다. 마니가 동생을 돌보는 일은 부모가 살아있을때도 그리고 지금 부모가 죽은 후에도 넬리에게 마니는 엄마같은 존재였다.
마니가 생각할때 동생 넬리는 멍청하고 이상하게 보였지만 남들은 넬리가 착하고 바이올린에 천재적 소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괴짜 넬리를 마니는 언제나 돌보았고 그런 모습을 본 동네 사람들은 '어린엄마'라는 별명으로 불러 주었다.
살아있을때에도 그들 자매를 돌보지 않았던 부모님 이제 자매는 그들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한편 며칠째 유심히 아이들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뒤뜰의 흙을 파내고 정원을 가꾸는 아이들이 묘목을 심는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옆집에 사는 레니는 그들 자매의 부모가 술에 취해 소란스러웠는데 요즘에는 조용하고 보이지 않는것 같아서 이상하게 생각 되었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을 가지고 어린 자매를 지켜보고 있었다.
자매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부모가 사라진 것이 알려지면 위탁가정 프로그램에 끌려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마니는 넬리를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넬리가 아홉살때 부모가 사라진 후에 자매는 위탁가정에 있게 되었는데 넬리는 두려움에 떨면서 비명을 질렸고 그때 일을 떠올리면 마니는 어떻게든 부모가 사라진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들의 힘으로 열여섯살이 될때까지 버티고 싶었다. 마니가 내년에 열여섯살이 되면 법적 성인으로 자신과 어린동생 넬리를 책임질수 있기 때문이다.
자매의 부모는 자매를 돌보지 않았다. 방임하고 괴롭히기만 했던 부모 그런 부모와 함께 살면서 학대당한 어린 자매 그렇지만 그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그 법을 믿지 못한는 자매는 스스로 자신들을 돌보고 책임 지는 것이 세상과 부모로부터 벗어나 자신들만의 삶을 살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부모 옆집에 사는 레니는 그들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예전에도 3주 정도 사라졌다 왔는데 이번에도 그런것 같다. 어린자매 둘이서만 부모도 없이 지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싶지만 레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악명 높은 인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자신이 다가가면 아이들이 겁을 먹을까봐 두려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레니는 동네 사람들의 증오의 대상으로 아무도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넬리는 레니를 순수하게 받아들였고 어린 자매와 이야기 하면서 부모님이 여행을 떠났는데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다.
마니와 넬리는 레니의 집에서 매일 저녁을 먹게 되었고 레니는 아이들이 자신에게 뭔가를 숨긴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가 아이들 말처럼 여행을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어린 자매가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을 보게 되면 분명 좋지 않을거라는 사실에 두려웠다.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세사람 그들은 함께 있으면 즐거웠다. 아이들을 위해 저녁을 만들고 넬리의 바이올린을 듣는 것은 너무나 행복하고 또한 마니에 대한 걱정을 하는 레니를 보면서 어느새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남들에게서는 인정 받을수 없는 가족이었다.
자매는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 비밀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면 자매에게 찾아온 잠깐의 휴식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과연 사라진 부모의 비밀을 끝까지 지킬수 있을 것인가.
어린 동생을 지키고 싶은 마니와 넬리 그리고 그들 곁에 머무는 레니 그들이 간직한 불편한 진실을 읽는 동안 마음 한편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제도의 헛점 때문에 상처 받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소설이지만 실제로도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인것 같아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