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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체파리의 비법 ㅣ 팁트리 주니어 걸작선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지음, 이수현 옮김 / 아작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이제 매일매일 신문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폭력적인 위해를
가했다는 기사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아니, 갈수록 그 리스트는 길어지기만 하고 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여학생이라는 이유로,
언제 어디서 폭행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현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은 언제나 함께 해야만 하는
불쾌한 동반자와 같다.
이런 상황에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본명은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의
작품을 보는 건 예언서를 보는 것과 같다.
그녀는 1950년대부터 여성으로서 느껴야했던 폭력적인 억압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작품을 내놓았다.
그녀의 단편소설들을 모은 선집 <체체파리의 비법>의 표제작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불고 있는 여성에 대한 위해와 폭력을 연상시키는
일련의 상황을 다룬다. 이러한 탐구 활동의 정수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모두 성별의 차이에서 비롯된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차이를 빌미 삼은) 몰지각한 상황을 다룬다.
가까운 미래, 지구에는 정체모를 폭력이 연달아 이어진다.
남자가 여자를, 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딸, 애인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죽이는 것이다.
처음엔 극히 일부 지역에서 시작되었지만,
어느새 그 질병은 전세계에 역병처럼 퍼진다.
남자들이 여자를 죽이는 이유는 간단한데,
바로 천사들이 내려와 죄악의 덩어리인 여자를 청소해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라고 한다는 것.
주인공이자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여자는
결국 천사의 정체를 깨닫지만 그래봤자 남는 건 처절한 절망뿐이다.
수록된 단편 모두가 뛰어난 작품이지만,
한 작품을 읽어야 한다면 바로 이 <체체파리의 비법>을 강추한다.
특히 "한 남자가 아내를 죽이면 살인이라고 부르지만,
충분히 많은 수가 같은 행동을 하면 생활 방식이라고 부른다"는 문장은
일종의 예언서라고 이야기해도 어울리지 않을까.
(체체파리의 비법은 호러 드라마 시리즈인
마스터즈 오브 호러의 한 에피소드로 나오기도 했다.
드라마도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았던 만큼 보기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