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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추리소설을 쓰면서도 언제나 묵직한 울림을 주는 덴도 아라타의 나오키상 수상작.
이미 전작 <영원의 아이>에서 가정 내 아동 폭력이 얼마나 아이들을 무너지게 만드는지를
가슴 아프게.. 묘사했던 그의 또다른 걸작이다.
겉으로 보기엔 추리소설 같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특히 이 소설의 시점은 3명의 시점으로 나눠지는데,
취재를 나갔다가 우연히 '애도하는 사람' 시즈토를 목격한 뒤
그를 따라다니는 주간지 기자 마키노,
시한부 인생을 살고있는 시즈토의 어머니 준코,
그리고 남편을 죽인 후 죗값을 치르고 갓 출소한 유키요다.
삶을 냉소적으로 보고 쓰레기같은 인생속에서
자극적인 기삿거리만을 찾아 헤매는 기자 마키노는
특종을 노리던 중 애도하는 사람 시즈토를 만나게 된다.
시즈토는 회사를 그만두고 방방곡곡에 이름없는 죽음을 찾아
죽은 이를 애도하고 슬픔을 나눈다.
더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시즈토의 애도는
악인이나 선인을 가리지 않는다.
그는 죽은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누군가에게 감사받은 일이 있었는지' 물으며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진심으로 애도를 한다.
그런 그가 한없이 의심스러운 마키노는
시즈토의 진의를 의심하며 끊임없이 그를 관찰하지만,
시즈토의 애도가 다른 사람이 아닌 곧 자신을 용서하고
치료하는 하나의 과정임을 인정하고 새롭게 변한다.
그리고 사랑에 상처받았던 유키요와
가족과의 영원한 이별에 두려움을 가졌던 시즈코의 어머니
준코에게도 작은 기적이 일어난다.
이미 <영원의 아이>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문학적인 문체로
풀어내는데 일가견을 보여준 덴도 아라타.
보고나면 깊은 여운으로 마음이 많이 흔들리지만,
그 여운이 참 가슴에 찡하게 남는 작가다.
기시 유스케가 인간의 감정을 밑바닥까지 휘저어버린다면,
덴도 아라타는 아련한 슬픔속에
우리가 잊고있던 미덕과 가치를 다시한번 깨닫게 해준다고 할까.
이 책도 참 좋지만, 덴도 아라타의 작품을 처음 접한다면,
<영원의 아이> 부터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