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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피델리티
닉 혼비 지음, 오득주 옮김 / 문학사상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닉 혼비는 몰라도 그의 책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먼저 축구와 사랑에 빠져 연애도 뒷전인
어느 못 말릴 축구광 이야기 <피버 피치>는
콜린 퍼스와 마크 스트롱에 의해 영화화 되었고,
음악 강박증에 빠진 철딱서니 없는
30대 중반 남자를 그린 <하이 피델리티>는
이미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로 영화화 되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유명한 건 백수건달
윌과 12세 소년이 함께 철들어가는 이야기인 <어바웃 어 보이>.
이 영화는 휴 그랜트와 토실토실한 볼이 인상적이던
어린 니콜라스 홀트의 앙상블로 인기를 모았다.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닉 혼비 소설의 특징은
얼굴은 나름 귀엽고 잘생겼지만 자존심이 낮고,
어딘가에 깊이 빠져있는 오덕오덕한 성격이라 사회성도 낮고
그러다보니 철딱서니도 없는 남자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냐를
다양하게 변주해 보여주는데 있다.
이 소설의 롭도 꽤 잘생기고 귀여운 얼굴을 가졌고,
음악에 대한 조예도 깊은 레코드 가게 주인이다.
하지만 대학을 중퇴하고 여자들한테 무수히 차이면서
자신을 본의 아니게 낮게 평가하는 데 익숙한 남자다.
그러다보니 인간관계도 자꾸 삐거덕 거릴 수 밖에 없는데..
그래도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붙잡는다는 생각으로
그럭저럭 살아왔지만 이번 이별은 쬐끔 심각하다.
바로 오랜 연인이었던 로라가 허겁지겁(?) 그를 떠나버린 것.
그렇게 나간 것도 충격인데 알고보니
로라한테 빌어먹을 새 남자가 생긴 것 같다..
결국 롭은 자신의 삶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자신을 찼던 혹은 자신이 찼던 여자들을 만나보기로 한다.
삐뚤어지고 자학적인 영국식 유머의 달인답게 닉 혼비는
롭의 혼란스러운 현재와 과거를 독백체로 풀어가면서
우스꽝스러운 상황속에 숨겨져있는 삶의 지혜를 조금씩 보여준다.
겉으로는 다 큰 어른이지만 속은 사춘기 소년을 벗어나지 못한
롭의 미성숙한 자아와 내면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결국엔 자신이 그토록 외면했던 성숙한 남녀관계,
연애와 사랑에 대한 책임감, 죽음에 대한 자각을 흥미롭게 파나가는 것이다.
때문에 언제나 비슷한 주제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닉 혼비의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건
자조적인 묘사 속에서 인생의 묵직한 지혜를 툭 던져주는
그만의 재능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원작도 재미있지만 영화도 나쁘지 않으니
둘 다 꼭 보길 바란다.
특히 영화에서 재수없게 잘난 척하는 배리역을 맡은 잭 블랙의 연기는 진짜 명불허전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