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스톡홀름 신드롬, 연민

스틸 미싱 ㅣ 판타스틱 픽션 화이트 White 2
체비 스티븐스 지음, 노지양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작년에 읽었던 <그림자>의 싸이코패스가
소리없이 희생자의 생활을 잠식해 나갔다면,
<스틸미싱>의 싸이코패스는 희생자를 아예 납치한 채
그녀를 굴복시키고 육체와 정신을 파괴시킨다.

평범한 중개업자였던 애니는 자신에게 집을 보러왔다는 한 남자에게
납치, 감금되어 지옥같은 생활을 겪게 된다.
살기위해서 자신을 납치한 남자에게 복종하는 애니,
그런 그녀에게 믿기지 않는 사건이 일어난다.

싸이코패스에게 풀려난 애니가 상담의를 찾는 것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정신과 상담실에서의 대화와 회상으로 이어지며
그녀가 어떤 지옥을 겪었는지 알려주는데..
사실 싸이코패스에겐 애니가 알지 못하는 끔찍한 비밀이 있었다.

흥미로운 건 극단적인 공포를 경험한 애니가

점차적으로 유괴범에게 동화되어가는 스톡홀름 신드롬을 보여준다는 점.

물론 이것은 극한적인 공포에 시달리는 그녀가

스스로에 대한 자기 방어로 유괴범에 대한 감정을

변화시키려고 애쓰면서 생긴 것이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마음이 얼만큼 무너져 내리고 상처받았는지를

반영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렸다.

솔직히 반전은 나름 충격적일 수도 있겠지만,

다소 뜬금없어 보였고,

그 때문에 한 여자가 극단적인 공포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에

촛점을 맞췄던 그간의 내러티브가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유괴를 당한 희생자의 극단적인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다루는 동시에,
충격적인 반전까지 경험하게 하는 심리 스릴러로써 추천할만한 책이다.
비슷한 내러티브이면서도 결말이 전혀 다른 <그림자>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