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의 낭독회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에서

우연히 여덞명의 일본인들이 인질로 잡힌다.

 

그리고 모든 과정이 끝나고,

그 과정이 비극으로 마무리 지어졌다는 걸

독자들 모두 알게 되면서 비로소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실 인질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화려하지도

흥미롭지도 않은 소박한 추억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추억들은 그들의 삶을 결정짓거나,

기나긴 외로움속에서도 자신을 지탱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주거나,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가장 빛나는 삶의 원천이다.

 

그리고 나중에 덧붙여지는 병사의 후일담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그냥 공중에서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의 삶을 다시 빛나게 하는 또다른 순간으로 승화되었다는 걸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이야기는

지독한 수전노 집주인 할머니와 부서진 비스켓에 애정을 갖고 있는 아가씨와의

기묘하지만 따뜻하고 서글픈 우정담을 다룬 '메아리 비스켓'을 추천!

 

 

자기 안에 간직한 과거, 미래가 어떻게 되든 결코 잃어버리지 않을 과거다.

그것을 살며시 꺼내 손바닥으로 보듬어 덥히고 말[言]의 배에 태운다.

그 배가 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익숙한 곳에서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차가운 돌들에 둘러싸이고

촛불 불빛밖에 없는 폐옥에 자신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한다.

범인들조차 그런 자신들을 가로막지는 못하리라. <인질의 낭독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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