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 펭귄클래식 123
프로스페르 메리메 지음, 송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혼자만의 여행이 끝나는 마지막 밤에 쓰는 독서 리뷰.
여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행운은 혼자 내키는데로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두번째의 행운은 함께 여행을 하는데 있어

편안하게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를 가진다는 점이다.

흔히 여행이 인생과 비유되는 만큼,
여행의 동반자는 사랑하는 연인과 마찬가지로 여겨질 수 있다.

사실 짧은 여행을 할 때도 함께하는 사람과 마음이 맞지않고
갈등을 빚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인생을 함께하는 동반자, 연인과의 갈등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메리메가 쓴 <카르멘>의 남자 주인공 돈 호세도
악마적 마성을 가진 카르멘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되면서
촉망받는 군인에서 최하층의 범죄자라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돈 호세는 자신의 인생을 카르멘의 사랑으로 보상받기 원한다.

하지만 "너는 악마야."라는 카르멘을 향한 그의 말이 보여 주듯
애초에 카르멘은 그에게 속할 수도 선해질 수도 없는
숙명적인 "팜므 파탈"이다.
그렇기에 카르멘은 돈 호세의 사랑을 자신에 대한 속박과 굴레로 여긴다.
사랑하지만 서로 다른데를 바라보는 연인들의 비극은 결국 치명적인 파국으로 끝난다.

“호세, 당신은 나한테 불가능한 걸 요구하고 있어.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그리고 그 때문에 나를 죽이려고 해.

나는 아직도 당신한테 얼마간의 거짓말을 할 수 있을 거야. '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우리 사이는 이제 끝났어.

당신은 나의 롬이니 나를 죽일 권리가 있어.
하지만 카르멘은 언제나 자유로울 거야.

보헤미안으로 태어나서 보헤미안으로 죽을 거야.” (<카르멘>

 

P.79에서)

메리메는 작품 속 내내 카르멘을 여인의 육체속에 숨겨진 치명적인 악의 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돈 호세를 바라보는 같은 남자로서의 삐뚤어진 시각에 불과하다.
애초에 카르멘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결코 변화하지 않을 것임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돈 호세와 메리메가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소설 카르멘은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불편함은 아마도 스스로를 자유라고 표현하며 그 누구도
결코 잡을 수 없는 한마리 새라고 표현하는 소설속의 카르멘에게 느꼈던
메리메 본인의 감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카르멘은 이미 돈 호세와 운명적으로 맺어졌을 때
스스로의 죽음을 예견한 건 아닐까.
자유는 속박되는 순간, 소멸되고 사라질 수 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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