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 펭귄클래식 109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턴가 나 자신을 표현할 때 내가 가진 물건들,

정확하게는 브랜드를 나열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정확히는 브렛 이스턴 앨리스의 <아메리칸 사이코>를 원어로 읽으면서 (포기했다)

나오는 수많은 브랜드 네임에 꽤나 문화적 충격을 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라고 썼지만...

좀 더 솔직하자.
 아마도 내가 가진 것들이 수많은 군중들속에서 
나 자신을 나타내는 최후의 수단이기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서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을 읽게 됐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실비와 제롬에게 묘한 공감을 느끼게 되었다.

실비와 제롬은 60년대 갑작스레 밀려들어온 풍요로운 사물들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가진 젊은 커플이다.
당시로선 새롭게 세련된 (그러나 실상을 알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직업을 가지고
유행에 충실하고 마음맞는 친구들과 찰나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무료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강렬한 기쁨이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것들을 고양시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조화로운 상태가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잠깐의 행복이 사라지면서 그들은 더 위험하고 더 불확실해 보이는 일상과 삶으로 내동댕이쳤다. (p59)  

자신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일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불안,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의 순간은 끊임없이 다가오지만,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현재에 만족한채 (아니 만족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얘쓰면서)
노력보다는 우연한 행운을 통해 자신들의 삶이 완벽하게 완성되길 기다린다.
하지만 가장 큰 현실적인 이유가 그들을 가로막는다.

그들 사이에 돈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것은 벽이었다. 매번 부딪히게 되는 일종의 범퍼같았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기적이나 사상누각에 새운 어리석은 꿈외에
암울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었다. 질식할 것 같았다. 침몰하는 느낌이었다. (p67)

 결국 그들은 탈출을 시도한다.
도시에서 지치고 소모된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도시에서의 탈출,
화려한 직업이 아닌 보잘것없는 시골의 교사로 또 다른 삶을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무방비하고 성급한 탈출은 익숙한 도시의 풍요와 화려함에서의 추방으로
변화하면서 그들은 시골마을에서 끊임없이 소외된다.

그들의 고독은 절대적이었다. (p115)

짧은 시간동안의 일탈.
몇 달동안의 시골 생활을 마치고 그들은 다시 파리로 돌아온다.
물론 여전히 파리는 그에게 냉담하고 제롬과 실비는 
다시 궁핍한 삶을 살아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근거없는 낙관과 희망은 계속된다.

그들은 파리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진정한 축제의 기분일 것이다...
예전처럼 살고자 할 것이다.. 일확 천금을 꿀 것이다..
서서히 무력해져 가던 자신들, 승리에 찬 귀환을 떠올릴 것이다..(p135, 138)

짧지만 생각을 많이하게 하는 책, 
<사물들>을 읽고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내가 놀라운 것은
도시에서 수많은 상처와 회의를 가진 두 주인공들이
시골에서도 여전히 행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흔히들 도시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시골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받고 새로운 삶을 찾는 해피엔딩을 기대했기때문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상황일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 역시 일이 힘들때 시골에나 내려가서 편하게 살까라는 생각을 갖지만,
동시에 시골은 무료하고 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떠오르니까.
결국 도시든 시골이든 나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얻게 되는 것이라는 보잘것 없는 깨달음을 다시한번 얻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때문에 <사물들>과 함께 한 시간은
60년대 젊은이들의 방황과 고민을 몇 세대를 뛰어넘은 현재의 나의 상황과 비교하고 
자그마한 깨달음을 느낄 수 있었던 매력적인 한때였다.
 

 

조르주페렉, 사물들, 내가가진것이곧나를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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