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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뉴욕 - 영화와 함께한 뉴욕에서의 408일
백은하 글.사진 / 씨네21북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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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고서 가장 후회한 책 중에 하나. 예전에 어떤 여자가 우리나라 국토 순례 산문집인 여자혼자 여행하기던가 하는 여행기 이후 가장 후회스러웠다. 물론 그 중간에도 있었겠지만 안 읽은 책도 있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 여행산문집은 그래도 돌려보내서 배송료 빼고 환불받기도 했지만 이 책은 사자마자 받은 날을 표기하는 바람에 그러지도 못했다.

이 책도 제대로 읽지는 않았다. 아니 제대로 읽은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영화를 좋아해 돈 몇 푼 없이 무작정 뉴욕으로 갔다는 얘기부터 아차 싶었는데 결국 자신이 불법체류자에 네일가게에서 일하며 부당이득까지 취했다는 걸 서문에서 당당하게 공개하였던 것이다. 더욱 어이가 없었던 것은 미국대사관에서 부디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기자까지 한 여자가 무슨 생각에서 이런 글을 쓴 건지 한심스럽다는 말 밖에 안 나왔다. 더군다나 씨네21 출판이라니. 그래도 한때는 의식 있는 신문사로 여겨졌던 곳에서 불체자의 글을(아무리 과거 소속기자라고 하더라도) 떳떳하게 내줬다는 데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돈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련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남의 나라에 불법체류를 해도 되는 것인가? 아무리 영화를 향한 그녀의 열정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불체자에 그것도 부당이득까지 취한 과오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것도 모자라 떡하니 책을 낸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미국입장에서 보면 범법자임에 불과할 뿐인데.

사람에 따라서 불가피한 상황에 외국에 유학갔다 눌러앉는 사람도 있고 홍세화씨나 시국관련 사람들처럼 망명비슷하게 가야 하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지만 이글의 저자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같이 놓고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지낸 외국에서의 고생, 성공담과는 전혀 거리가 먼 애초부터 자신이 원하는 걸 하기 위해서라면 불법체류도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로 남의 나라를 간 것은 어떻게 보아도 인정할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베트남이나 중국, 필리핀 같은 곳에서 우리나라 문화가 좋다고 무작정 건너와서 불법체류에 불법노동하다 건너간 뒤에 이런 책을 냈다고 하면 긍정적으로 볼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 것인가?

그렇게 뉴욕에 가고 싶었다면 개인적 경험에서 끝났어야 할 문제다. 남의 나라에서 불법적으로 체득한 경험을 이렇게 자랑스레 책까지 만들어낸다는 것은 같은 국민으로써 너무나 창피하다. 다른 건 각설하고 한국인의 자존심이 요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짓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떤 미국인도 '얼마나 우리문화가 대단했으면 불법체류자로 와서까지 우리 문화를 알고자 했단 말인가...'이런 생각은 하지 않으리란 게 너무나 자명하지 않은가. 그녀가 소위 된장녀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얼마나 한국인을 소인으로 만드는 행동인가 말이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무비자 관광이 못 되고 있다는 걸 기자씩이나 했다는 사람이 몰랐단 말인지.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고 책까지 써서 돈을 벌었을지 모르나 그녀는 우리나라 대미관계에 또 하나 짐을 더해준 불청객임에 불과할 뿐임을 늦게라도 깨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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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투스 - 베스타 무녀의 샘
장 프랑수아 나미아 지음, 도화진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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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를 배경으로 한 다른 추리소설을 읽어보지 않아 이 책과 비교한다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이 책은 단순한 추리소설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본다. 역자도 말했듯이 이 소설의 진짜 매력은 지금으로부터 2100여전의 로마를 그야말로 생생히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이사르, 브루투수, 세르빌리아, 크랏수스등등, 솅키에비치의 쿠오바디스처럼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실존인물이라 소설인지, 실제 사건인지조차 해깔릴 정도인데,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어쩌면 역사 그 자체가 추리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아무도 실제로 본 적 없는 사건들과 사람들을 남아있는 사료와 유물들로 파헤쳐가는 거야 말로 그 어떤 추리게임보다 흥미롭고 전율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BC 1C의 로마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더없이 훌륭한 역사자료이자 문화안내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로마에 관심있는 사람은 꼭 봐야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보다 훨씬 객관적인 입장에서 로마를 보여주는 것 같아 더 공감할 수가 있었다.

책의 맨 앞에는 공화정 당시 로마의 지도가 나와있는데, 그걸 잘 활용하면  '티투스'를 좀더 흥미진진하고, 작가가 전해주는 그 당시 로마의 모습을 훨씬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지도 같은 걸 유심히 보는 성격은 아닌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만큼은 아예 지도를 카피해서 책에 지명이 나올 때 마다 일일이 찾아가며 따라가봤다. 아주 자세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소설에서 언급되는 거의 모든 곳이 나와있어서 마치 내가 로마에 가서 직접 지도를 보며 돌아다니고 있는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키에 충분했다.

다만 결말이 예상은 했지만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나가서 별 하나를 줄였다.

번역도 전체적으로 깔끔해서 읽기가 참 편했는데, 몇 군데 좀 정리 안 되는 곳이 있었다.

클로디우스의 직함이 인물소개에는 검찰관이라고 나오는데 본문에는 법무관이라고 나오는데  둘 중 하나로 통일을 해주는 게 옳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 로마시대 때 사법에 관한 책무를 담당하는 직함은 통상 검찰관으로 지칭하는 걸로 알고 있다. 꼭 정해진 단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법무관이란 말은 군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시를 통과하고 나서 의무관처럼 장교로 군대에 가서,  혹은 법무관 시험을 거쳐 군대내 재판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통칭 법무관(=군법무관)이라고 하기 때문에 햇깔릴 염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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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1 - 종말의 시작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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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는 여간해서 안 읽는 나지만, 이탈리아에 대해 여러가지로 관심이 생겨 결국 로마인 이야기를 선택하게 됐다. 12권이나 되지만 순서대로 읽고 싶지는 않았고, 대신 로마사에서 내가 가장 끌리는 인물인 아우구스티누스와 아우렐리우스를 다루고 있는 6권 11권, 항상 흥미를 자아내는 악한 황제들이 주인공인 7권을 골랐다.

 

르네상스 여인들을 읽으면서 시오노 나나미를 새로운 시각을 가진 여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이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처음엔 이탈리아의 모든 것에 올인하는 그녀의 주장에 객관성이 결여돼있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게르만족 or 갈리아인들을 끝까지 야만족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역사가 악인으로 평가하는 콤무두스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관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가 얼마나 악한 황제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주 작은 부분만 할애하고 조금 과도하다 싶은 행동을 했을 땐 (누나 황녀 루킬라 암살문제라던지 원로원 6명을 제거한 사실이라던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작가 자신이 이해하기에) 모든 정황을 들어 그에게 동정표를 던져준다. 심지어는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이름으로 보아서 그리스 출신임이 틀림 없는 하인에게 모든 원인을 돌리기도 하니 얼마나 형평성을 상실한 평가인가.

 

시오노 나나미가 아무리 이탈리아의 광마니아로서 그 외의 모든 문화들은 하찮게 치부하려고 해도 로마 문화의 태반이 그리스 문화를 기반으로 둔 것을. 그럼에도 그녀에겐 이탈리아를 제외한 모든 것이 별로 신통치 않은 것 같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도, 유럽 상류 문화의 표상인 프랑스도, 서구 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마저도 그녀에겐 그저 로마를 위해 존재하는 비주류일 뿐이다.

 

그러나 그녀의 관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시오노 나나미에겐 같은 이탈리아인 중에서도 권력의 핵심을 추구하는 자, 현실의 의미를 온전히 누리려는 자만이 강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작가 스스로가 평가한 것처럼 시오노 나나미는 매우 형이하학적인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23년간 로마를 평화스럽게 다스리고 수수하게 살아갔던 안토니누스나 철저한 스토아학자면서 평생 부인밖에 모르는 수도승과도 같은 현인의 삶을 살다간 아우렐리우스 같은 사람은 그녀에겐 별반 매력을 줄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그녀의 책이 내포하는 위험함을 깨닫게 된다.

 

그녀의 기준에는 권력을 향해 돌진하지 않는 사람, 에피쿠로스주의자들처럼(그녀는 에피쿠로스학파가 쾌락주의가 아닌 사생활주의라고 주장한다.) 현실이 주는 진정한 기쁨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 의욕없이 상황에 순응해 가는 별 볼일 인물로 밖에 보이지 않으며, 그가 가진 가치를  서슴없이 위선적이라고까지 평가한다. 그녀가 권력형 인간을 선호하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사실 내가 알바는 아니다. 각자 나름대로 ideal man은 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그와 상응되는 사람이나 성향을 폄하하는 것은 오도된 정보를 주기에 안성맞춤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글은 그녀의 문장 하나하나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실로써 받아들여진다.

 

그리스 철학자로써 살아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황제라는 현실을 버릴 수 없었던 아우렐리우스는 역사상 손에 꼽을 만큼 훌륭한 황제였다. 시오노 나나미에겐 시시하고 재미없는 인물일지 모르나 권력의 그 정점에 서서도 그것에 물들지 않고 가장 합리적인 모습을 찾을려고 했던 그 노력이 그 당시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화를 주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가지면 가질 수록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의 인간이라는 걸 인식한다면, 아우렐리우스는 범인이 아니었으며, 그녀가 존경해 마지않는 카이사르나 체사레 보르자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동양의 한 섬나라 출신인 그녀가 2천여년간 별다른 교류없이 지내온, 지구 반대편에 자리잡은 남의 나라에 불과했던 이탈리아에 그렇게 집착하는 연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유럽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효과적으로 힘과 권력을 손에 넣고, 혹은 손에 넣기 위해 줄다리기 했던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였기에, 그녀처럼 권력의 속성에 완전히 매료된 사람에게 이탈리아는 더 없는 훌륭한 관심거리겠구나란 생각이 든다. 무사들의 힘의 논리만이 나라의 근간이 되고 그 힘을 통해  세계제패를 꿈꾸며 전아시아를 식민지화 하려고 했던 그 제국주의의 피가 그녀에게도 흐르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그녀가 얼마나 더 많은 역사책을 쓰게 될진 모르지만, 내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권력형 인간만을 찬양하는 것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카이사르 같은 권력지향자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할진 모르지만, 아우렐리우스 같은 지의 탐구자는 사색과 철학을 통해 인류 근원의 문제를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70이 가까운 나이에도 강한 남자만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그녀가 솔직히 부담스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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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틸라 2005-03-1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권을 제외한 다른 책들도 읽어보시는 걸 권합니다. 당신께서 말하는 시오노 씨 만큼이나 당신께서도 극히 일부만을 읽으신 것 같군요.

soniarose 2005-03-18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고 감사합니다. 다른 책들을 읽고 시오노 나나미의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위 책들에서 보여지는 시오노와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군요. 만약 다르다면 위 3권에 대해서만 편향된 시각으로 접근을 한 것이겠구요. 아뭏든 시간 나는 대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mizuaki 2007-06-02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권의 키케로에 대한 빈정거림에 화가 나기 시작해서, 6권 읽고는 개인의 자유를 짓밟는 아우구스투스(거기다 유머도 이해 못하고, 희랍어도 모르는 무식한 아우구스투스:P)에 대한 찬양 일변도 묘사에 열이 올랐었습니다. 시원한 리뷰 고맙습니다. ^^
단, 시오노 씨의 문제는 대일본 제국에 대한 향수보다는 아메리카 제국에 대한 동경이 아닐까 하는 게 저의 추측이랍니다. 일본이 2차대전에 지고 아메리카 제국에 편입된 게 시오노 씨가 여덟살 때니까, 폐허 속의 도쿄에서 학교 교육을 받기 시작한 소녀가 서양 문화를 얼마나 동경했을지에 대해서도 상상이 가요. 2권부터 미국이랑 엄청 비슷하구만, 하고 생각했는데, 6권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두 제국을 비교하는 표현들도 나오더군요.
또 한 가지 생각은 한국에서 로마인 이야기가 인기 있는 것도 어쩌면 아메리카 제국의 권력과 부에 대한 선망과 동경을 공유하는 독자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 북쪽의 아버지 수령님 인기나 남쪽의 국부 이 박사 인기 (딱 Pater patriai 아닌가요? ㅋ), 현실 정치까지도 좌지우지하는 박통, 전통 인기도 왠지 이런 종류의 동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고요.
 
여리고 성 앞에서는 고함치지 말것
에프라임 키존 지음, 이계숙 옮김 / 장문산 / 1998년 10월
평점 :
절판


너무나 유태인(이스라엘인)적인...그래서 거부감 들게 만드는 책.....

팔레스타인과 아랍인들에게 진정함으로 미안함을 느끼는 이스라엘인이 단 한명이라도 있을지....궁금할 뿐이다..

아주 오래 전에...한 13년 전에 읽었던 책.
왜 이 책을 샀고, 왜 읽었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책.
설마 이 책이 아직까지 절판이 안 되고 나오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출판사가 바뀌었는지는 몰라도 역자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출판서적의 다양화를 위해 이런 책도 발간돼야 하긴 하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유태인이란 인종에 대해 편견만 쌓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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