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가 유행인지 많은 필사책들이 나온다. 유선경 작가 필사책이 나름 도움 돼서 시집 필사로는 처음 사봤는데 솔직히 실망스럽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가 많이 나오는 것은 좋지만 그만큼 잘 알려진 시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음과 같은 점이 많이 아쉬운 책이다.1. 먼저 시인 선정이 다채롭지 못하고 특정 작가가 유독 많이 나온다. 작가의 취향이어서 그렇게 했겠지만 아무리 옛시지만 보다 다양한 시인을 선정하거나 유명시인 중에 잘 안 알려진 시들을 선정하는 편이 좋았을 듯 싶다.2. 매 챕터마다 본인 시를 제일 앞에 놓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그리 좋은 순서는 아닌듯하다. 다른 시인들은 주로 일제시대때 활약했던 한참 선배시인들인데 그 시인들 작품을 두고 매 챕터에 자기 시를 제일 앞에 올리는 건 쓰면서도 뜨악스러워서 시인의 의도가 의아스러울 정도다. 시대가 다른 본인의 시를 꼭 실으려면 맨 마지막에 실어야 하지 않을까? 3. 가장 황당한 점은 상당수의 시가 부분만 발췌해서 필사하도록 한다. 다른 시집 필사는 못봐서 모르겠지만 이게 시를 아는데 도움이 되는 걸까? 산문이야 부분적으로만 발췌해도 그 나름의 문해력이나 이해력, 어휘력에도 도움이 되지만 그리 길지도 않은 시를 부문만 필사하면 뭘 위한 것인지... 시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를 알아야 시를 이해할 수가 있을 텐데 쓰면서도 조각조각 난 시를 가지고 뭘 하라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 원문을 찾아보고 다시 필사를 할수밖에 없다. (이걸 노리는 거라면 성공이라 할수 있겠지만 .)4. 각 시에 대한 설명도 거의 없는데 조각난 시를 곱씹으면서 필사자 스스로 깨우치길 바라는 건가라고 생각도 해보지만 그렇다면 진입장벽을 너무 높게 설정한 거 같다. 최근에도 필사책을 낸거 같은데 이런 퀄리티라면 '너무 쉽게' 책을 쓰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사유행에 따른 출판사의 상업술인지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나 창작은 어려우니 타인의 글들로 채워넣은 필사책이라는 포장 하에 유행에 편승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낳은 책이다. 작가의 책은 처음 사고 풀꽃 시 정도밖에 잘 모르지만 이 책은 많은 실망감만 안겨주어서 작가에 대한 이미지조차 나빠지고 필사책은 다시는 안 사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굳이 리뷰까지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