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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와 더불어 일본 추리소설계에 유명을 떨친 미미여사!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모방범' 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1. 내용이 무지-하게 길다. 그래서 망설여 진다면?
길다 길다 길다 길고 글자가 빽빽하다. 두꺼운 책 3권이다. 무려 1500p지다. 보통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엔 부담스러운 분량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한번 읽기로 한 이상 1500P를 꼼꼼하게 봐야 한다. 물론 3권이니 만큼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는 가까이서 보는 것처럼 자세히 나와있다. 보통 휙휙 읽는 한권짜리 추리 소설 책들과는 다른 분위기로 매력을 발산한다. 그녀의 책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자세한 심리묘사와 더불어 우리 사회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소외문제와 사회 범죄를(사이코 패스 문제등) 리얼하게 그리고 자세히 다룬데 있지 않을까 한다.
피스와 히로미는 사회적 시각으로는 훌륭한 학생이었고 나름대로 자기 관리를 잘하는 인물이지만 불행한 가정 환경과 스스로 컨드롤 하지 못하는 자아 때문에 결국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본인들은 그것을 '연극' 혹은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나의 연극무대에 주인공은 내가 선택해. 그리고 그 스토리 또한 내가 정한대로 흘러가" 라는 생각이 얼마나 유아틱하고 비사회적인 발상이란 것을 끝까지 알 지 못한채 피스는 세상의 현실에서 멀어져간다. 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1) 사회적 문제와 금전 만능주의로 무너져가는 가족간의 유대관계 그리고 사랑과 신뢰가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2) 사회에서 발달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한 인간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가정이 아주 큰 역할을 한다. 3) 살인 사건이 일어난 후 언제나 대두되는 '사형'문제를 우리는 과연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그들의 본성의 문제인가 아니면 사회가 만든 악의 피조물인가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 책은 요즘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 단순한 추리 소설을 넘어선다?
물론 모방범은 단순한 추리 소설류는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치부하기엔 인간의 심리를 아주 자세히 묘사했으며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질문을 안긴다. 정신적인 문제와 더불어 인간의 겉모습과 속은 다르다는 그리고 우리에겐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는 것을 리얼하게 지적해 준다. 결국 살인을 비롯해 인간이 죽는 것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자신의 목적과 희열을 위한 사이코 패스는 아이러니 하게도 '피스'한 웃음을 가진 인물이다. 결국 물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 그리고 현대 가정의 문제를 요목조목 찝어주는 미미 여사의 재치에 감탄할 뿐이다.
그리고 두가지 입장 즉 피해자 측과 가해자 측의 입장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 가는 것도 이 추리 소설의 묘미이다. 유족측 입장과 피해자의 입장 그리고 피해자 아닌 피해자의 입장까지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 우리에게 언어로 조용히 다가오는 미미 여사의 글은 정말 가히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3. 인생은 아름답다 그리고 이 세상은 살만하다?
미미 여사는 우리에게 말한다. 돈이 많지만 가정 환경이 화목하지 못해도, 갑자기 유산을 상 속 받아도, 갑자기 누군가를 잃었어도.. 우리는 살아간다. 그리고 사이코 패스 또한 계속해서 탄생한다. 이 책의 제목은 모방범이지만 한참을 읽어도 이 책이 왜 모방범인지는 책에 끝에서나 알 수 있다. 마지막 50P지는 정말 밤을 세어 가며 읽을만큼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 아미가와 고이치가 지향한 것은, 하나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였다.그는 "사실 이 소설 <Just Cause>를 베낀 것 아닙니까?" 하고 묻는마에하타 시게코의 말에 결국 자신의 죄를 리얼하게 고백하고 전혀 죄책감 따위는 느끼지 않으며 자신은 앞으로도 계속 세상이 주목하는 스타가 될거라고 자신한다. 3권에 마지막 장면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결국 우리는 세상이 어떻든 세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든 얼마나 많은 사이코 패스들이 존재하고 얼마나 많은 세상에서 말하는 정상인들이 존재하던 그냥 우리 대로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행복이 있고 누구에게나 불행은 있다. 단지 그것을 자신이 얼마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발전을 도모해 나가는가는 자신의 몪이다. 결국 행복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무리 불행한 삶이 주어진다해도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는가는 결국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가족들이 다 죽었어도 가해자의 딸이 아무리 자신을 괴롭히고 세상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도, 손녀가 죽고 딸이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더라도..그런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믿고 싶다. 인생은 아름답고 이 세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그런 희망 정도는 가지고 이 한세상에서 삶을 살아가자고..